국GM 부평 2공장. 차량용 반도체 품귀로 인해 부평 1·2공장이 19일부터 23일까지 문을 닫는다.
한국GM 부평 2공장. 차량용 반도체 품귀로 인해 부평 1·2공장이 19일부터 23일까지 문을 닫는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장기화하면서 국내 완성차 업계가 잇따라 공장 가동을 중단함에 따라 그간 제기돼온 '4월 위기설'이 현실화 하고 있는 양상이다.

먼저 한국GM은 차량용 반도체 칩 부족으로 19일부터 23일까지 인천 부평 공장 2곳의 생산을 중단한다. 글로벌 공급망을 관리하고 있는 미국 본사의 결정에 따른 것으로 이후 운영 계획은 이르면 이번주 중 확정할 예정이다.

한국GM은 국내 완성차 업체 중 가장 먼저 반도체 수급난으로 생산 차질을 겪으며 지난 2월 8일부터 부평2공장의 가동률을 50%로 유지해 왔다. 부평1공장과 창원공장은 정상 가동 중이었다.

업계에서는 이번 공장 휴업으로 약 6000대 가량의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부평1공장은 트레일블레이저를, 부평2공장은 쉐보레 말리부와 트랙스를 생산한다. 

트레일블레이저는 올해 1분기에 4만7881대가 수출되며 국내 전체 자동차 모델 중 수출 2위에 오른 모델이다. 내수 판매도 지난해 1분기에 비해 21.3%나 증가하며 꾸준한 인기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트레일블레이저마저 생산이 중단되면서 한국GM의 이달 판매 실적과 2분기 경영 실적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GM은 지난달에도 부평2공장 감산 영향으로 전체 판매량이 작년보다 21.8% 감소한 2만9633대에 머물렀다.

GM 본사는 최근 미국 캔자스주와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생산 중단 조치를 다음달 10일까지 연장하고, 테네시와 미시간주의 3개 공장도 생산량을 줄일 예정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부평공장 휴업 이후에도 국내 공장이 정상적으로 가동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GM은 "협력업체의 반도체 수급 해결책을 찾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긴밀히 협업 중"이라며 "이후 부평 공장의 생산 손실을 최대한 회복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쌍용차도 19일부터 23일까지 평택 공장의 자동차 생산을 중단한다. 이는 협력업체 일부가 납품을 거부하며 자동차 생산 부품 조달에 차질이 빚어진 데 따른 것이다.

쌍용차는 앞서 지난 2월에도 협력업체의 부품 납품 거부로 사흘만 공장을 가동했으며 이달 8∼16일에는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 등의 여파로 공장 문을 닫았다.

지난 5일 출시한 픽업트럭 '더 뉴 렉스턴 스포츠'와 '더 뉴 렉스턴 스포츠 칸'이 첫날 1300여대가 계약되는 등 호평을 받으며 신차 판매에 따른 현금 확보를 기대했지만 부품 수급 차질로 공장 가동 중단이 길어지고 있다.

쌍용차는 협력업체와 납품 협상을 추진한다고 입장이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회생절차 개시 등의 상황을 고려하면 생산 중단이 더 길어질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쌍용차는 일단 회생 계획 인가 전 M&A를 추진하고 신규 투자자를 확보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이를 통해 거래소의 개선기간 내에 상장폐지 사유를 해소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의 생산라인 현장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생산라인 현장

현대자동차도 차량용 반도체 수급 차질로 또다시 19~20일 이틀간 아산공장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했다. 이곳은 지난 12~13일에도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의 여파로 멈췄다.

쏘나타와 그랜저를 생산하는 생산라인만 휴업한 것이며, 자동차 엔진 생산라인은 정상 근무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휴업으로 2000여대의 생산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추산된다.

현대차 아산공장은 그랜저와 쏘나타를 생산하고 있다. 그랜저는 작년 한 해 동안 국내에서만 14만5463대가 판매되며 4년 연속 판매 1위에 올랐고, 올해 들어서도 지난달까지 2만5861대가 팔린 만큼 출고 지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쏘나타는 판매 부진으로 재고 수준 조절을 위해 작년 말과 지난달에도 일시적으로 공장 가동을 중단했기 때문에 그랜저만큼 출고 차질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공장별로 특근을 감축하고 인기 차종 중심으로 생산 라인을 가동하면서 차질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지난 7∼14일에도 코나와 첫 전용 전기차인 아이오닉 5를 생산하는 울산1공장의 가동을 중단한 바 있따. 아반떼를 생산하는 울산3공장도 반도체 수급난 영향으로 지난 10일 특근을 하지 않았다.

현대차는 반도체 재고 상황을 직접 주 단위로 점검하고 있고, 추가 휴업 여부는 현재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는 "차량용 반도체 재고를 보유한 차량 모델 중심으로 생산 라인을 가동하는 등 반도체 수급 상황에 따라 생산계획을 조정하며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TSMC 등 대만 내 주요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이 공급 부족을 겪는 차량용 반도체의 생산율을 2∼3%가량 확대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반도체 부족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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