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 한국GM, 쌍용차 등 외국계 완성차 3사의 올해 국내 판매 부진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르노삼성, 한국GM, 쌍용차 등 외국계 완성차 3사의 올해 국내 판매 부진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국내 완성차 업계가 올 한해에 노사갈등과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부족을 여실히 느끼며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여기에 국내차 수요도 현대차와 기아로 몰리면서 나머지 외국계 3사는 내수 판매 부진을 겪고 있다. 이러한 양상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뚜렷한 해결책이 없어 업계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기아에 더욱 집중되는 수요·공급

르노삼성, 한국GM, 쌍용차 등 외국계 완성차 3사의 올해 국내 판매 부진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반면 현대차그룹의 누적 내수 판매는 더욱 늘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올해 1~5월 누적 내수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 늘었다. 반면 르노삼성, 한국지엠, 쌍용차의 누적 판매 대수는 30% 넘게 급감했다.

해당 기간동안 국내 완성차 5사의 내수 판매는 총 61만8343대인데 이중에서 54만6792대가 현대차·기아가 차지했다. 현대차와 기아의 내수 판매 전체 비중은 88.4%로, 전년 같은 기간 83.7%에서 4.7%포인트 가까이 늘었다.

게다가 현대차와 기아는 상반기 출시해 하반기까지 신차 효과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되는 모델이 다수다. 반면 르노삼성, 한국GM, 쌍용차는 내수를 끌어올릴 눈에 띄는 신차도 크게 없다.

내수 시장이 더욱 좁아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현대차와 기아의 경쟁력은 더욱 강화되면서 시장지배력은 90%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 노사의 올해 임단협. 연합뉴스
현대차 노사의 올해 임단협. 연합뉴스

◇여전한 노사갈등, 연쇄 파업 가능성 제기

내수 부진에 더해 노사 갈등은 업계의 고민을 더욱 깊게 만들고 있다. 이는 현대차와 기아에서도 비슷한 양상이다.

완성차업체 중 유일하게 지난해 임금·단체협상(임단협)을 끝내지 못한 르노삼성은 노사가 총파업하고 사측이 직장 폐쇄로 맞서며 불안한 상황이다.

한국GM 노조는 인천 부평 1·2공장과 경남 창원공장의 미래발전 계획을 확약해 구조조정과 공장 폐쇄 우려를 해소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기본급 인상과 성과급·격려금 등도 함께 요구하고 있다. 한국GM 노사는 지난 5월 27일부터 사측과 여러차례에 걸쳐 교섭에 나섰으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에 한국GM노조는 파업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

쌍용차는 당장 회사가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자 임단협은 제대로 이야기조차 못 꺼내고 있다. 쌍용차 노사는 자구안의 일환으로 직원 절반을 2년간 무급휴직하기로 했다. 인적 구조조정은 자구안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4800여명의 직원 가운데 절반가량이 무급휴직을 할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는 매각 공고를 내고 새 주인 찾기에 나서고 있지만 매각 작업은 여전히 더뎌 청산 가능성마저 제기된 상황이다.

문제는 우호적 노사관계를 구축해온 현대차마저 노사가 기본급 인상을 두고 입장차를 보이면서 파업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 노조는 최근 사측이 제안한 기본급 인상과 성과급 등이 조합원의 요구를 충족하기에 부족하다고 보고 임단협 협상을 결렬했다. 이어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하면서 파업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현대차가 파업에 돌입한다면 완성차 업계의 연쇄 파업 가능성도 높아진다. 기아와 한국GM 등도 정년연장에 비슷한 입장을 내고 있어 현대차 노조가 파업을 단행한다면 다른 기업의 노조들도 동참할 가능성이 커진다.

현대차 울산2공장 생산라인.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현대차 울산2공장 생산라인.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부족한 차량용 반도체 수급에 신차 출시 더뎌

완성차에 필수적인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은 올해 2분기에 정점을 찍고 있다. 이에 차량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긴급하게 필요한 반도체 물량은 가격을 높여서라도 구매해야 하는 상황으로, 직접적인 비용 상승으로 이어지고 충분한 물량을 확보하지 못한 데 따른 생산 차질 역시 계속 발생 중이기 때문이다.

벌써 현대차는 올해에만 반도체 부족 사태로 네 번째로 공장을 멈췄다. 쏘나타와 그랜저를 생산하는 아산공장이 지난 6월 16일에 가동을 멈추면서 생산차질이 빚어졌다.

자동차 생산 원가에서 차량용 반도체가 차지하는 단가는 약 471달러로, 생산원가 내 비중은 약 2% 수준이다. 차량용 반도체 가격이 20% 일괄 상승하게 되면 생산원가는 약 0.4% 상승하게 되는 셈이다.

올해 초부터 시작된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는 2분기에 들어서도 계속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반도체 대란으로 올해 세계 완성차 생산은 400만~600만 대가량 감소할 전망이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은 단기간 내 해결되기 어려워 완성차 업계의 고민은 깊다. 국내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을 해결할 수는 없어 마땅한 대안마저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문제는 반도체 수급의 어려움은 올해 내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신차 출시에 지속적으로 늦어지는 현상은 계속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