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매입소각 등 적극적 주주환원 정책에 시장 호응

지배주주 지분율 강화 ‘긍정적’ 해석도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지난 5월 14일 갑작스런 배당축소 공시를 통해 주가가 급락했던 메리츠 3총사(메리츠금융지주, 메리츠화재, 메리츠증권) 주가가 50여일만에 제자리로 돌아왔다. 완전자회사로의 전환 가능성 등 다양한 해석을 낳으며 그 배경을 궁금케 했으나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으로 주가 되돌리기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메리츠금융지주(3.27%), 메리츠화재(0.97%), 메리츠증권(2.12%) 등 메리츠 금융그룹 상장 3총사 주가가 모두 전 거래일 대비 상승을 기록했다.

그동안 대표적인 고배당주로 분류되던 이들 주식은 지난 5월 14일 1분기 호실적을 발표함과 동시에 시장에서 예상치 못한 배당 대폭 축소 발표로 주가가 일제히 급락을 보였다.

당시 이들 3사는 동시에 ‘중기 주주환원 정책’ 이라는 제하의 수시공시를 통해 주주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별도 재무재표 기준 당기순이익의 10% 수준 배당을 유지할 것과 자사주 매입소각을 진행할 것을 알렸다. 최근 3개년 평균 배당성향이 메리츠금융지주, 화재, 증권이 각각 66.27%, 35.03%, 38.42%를 기록했던 것을 감안하면 드라마틱한 변화임에 분명했다.

공시 직후 시장에서는 갑작스런 배당정책 변화의 의미와 향후 주가 흐름에 대해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통상 고배당 정책은 확실한 주가 부양과 지지의 원인이 되지만 자사주 매입소각 효과에 대해선 주가 측면에서 결과를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기 때문이다. 다만 1분기 실적발표와 맞춰 공시가 이뤄져 역대급 실적을 낸 것이 뒤섞여 어떤 결과로 나타날 지 불분명했다.

공시 직전 거래일인 5월 13일 종가와 공시 다음날인 17일 종가를 비교해보면 메리츠금융지주(2만450원->1만6550원/-19.07%), 메리츠화재(2만1200원->1만7600원/-16.98%), 메리츠증권(4830원->4205원/-12.94%) 등 3사 모두 급락했다. 시장은 단기적인 악재로 받아들인 것이다. 역대급 실적이 브레이크를 걸긴 했지만 급락 자체를 피할 수는 없었다.

주가가 급락하자 주주와 애널리스트들의 부정적인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KB증권에서는 이들 기업에 대한 매도 의견을 내놓는가 하면, NH투자증권에서는 담당 연구원이 “납득하기 어렵다”라는 코멘트를 내놨다. 주주 게시판에는 성난 주주들의 목소리가 붉어졌다.

일각에서는 메리츠금융 지주가 자회사들의 주가를 떨어뜨려 싼 값에 지분율을 늘리며 지배구조 개편을 통한 완전자회사를 꿈꾸는 것이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등장했다. 과거 2016년 당시 메리츠종금증권(현, 메리츠증권)이 자회사 메리츠캐피탈을 100% 자회사로 편입한 사례가 있어 이런 추측에 힘을 더하기도 했다.

하지만 주가를 제 자리로 되돌리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우선 메리츠증권이 먼저 약속을 실천에 옮기며 주주의 요구에 화답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6월 24일 NH투자증권, 삼성증권 등과 자사주 취득을 위한 신탁계약을 맺었다. 1000억 원 규모를 사들여 전량 소각에 나서기로 했다. 2022년 6월 23일까지 1년간 계약이 종료되면 소각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앞선 3월 메리츠증권은 이미 한 차례 1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 신탁계약을 통해 보통주 2194만 주를 취득한 바 있다.

메리츠증권이 상반기에만 두번의 자사주 취득에 나서며 소각을 약속하자 주가는 빠르게 회복했다. 메리츠증권이 주주와의 약속을 지키며 주가를 회복해가자 메리츠화재도 6월 30일 공시를 통해 9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 신탁계약 체결을 알리며 메리츠증권보다 더 빠른 회복 속도를 보이고 있다.

7월 6일 종가 기준 메리츠금융지주 주가는 2만2100원으로 이미 배당축소 공시 전 거래일인 5월 13일 종가(2만450원)를 뛰어넘었다. 메리츠화재는 6일 종가 2만900원으로 공시 전 주가 2만1200원에 도달했다. 메리츠증권 역시 6일 종가 4820원으로 공시 전 주가 4830원을 회복하는데 성공했다.

한 대형증권사 전략기획본부장은 “이번 메리츠의 배당축소 및 주식소각 진행은 마치 007작전을 방불케 하는 경영학교과서의 한 장면 같았다”며, “고배당 기업으로서 최고의 실적을 내는 시점에 전략적인 배당 축소 결정과 이를 만회하기 위한 당근을 확실하게 제시해 두달도 안되는 기간에 주가를 제자리로 돌린 실력에 깜짝 놀랐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증권사 대표는 “배당성향이 낮아졌다기 보단 정상화의 길로 간 것으로 봐야 하고 또 지배주주의 지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것이 꼭 나쁜 것도 아니다”라며, “강력한 오너십을 가지고 일사분란하게 움직일 때 확실한 결과물을 낼 수 있다는 것을 미래에셋이나 한투의 사례에서 알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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