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TPP 참여 이전 소상공인 피해보상 제대로 챙겨라

대한민국이 초대형 FTA(자유무역협정)인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CPTPP는 일본·호주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11개 국가가 참여 중이다. 최근 중국과 대만이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세계 무역 7위의 무역대국으로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의 가입은 선택이 아닌 필수적 현안으로 급부상 중이다.

한국의 CPTPP 가입은 내달 초 정부 차원서 결정될 전망이다. 앞서 지난달 27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24차 대외 경제장관회의' 자리에서, 장관급 회의체인 대외경제안보 전략회의 신설과 동시에 CPTPP 가입을 위한 사전 준비에 만반의 준비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해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 참석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월 14일(미국 현지시간) 기자간담회를 갖고, CPTPP 가입 의향을 밝혔다.(기획재정부 제공)
올해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 참석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월 14일(미국 현지시간) 기자간담회를 갖고, CPTPP 가입 의향을 밝혔다.(기획재정부 제공)

그는 "코로나 이후 시장선점 경쟁, 기술패권 경쟁, 탄소중립 가속, 치열한 공급망(GVC) 재편 등 최근의 글로벌 경제환경 급변 및 잠재된 불확실성은 언제나 리스크로 부각,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상존한다"며 전략회의 설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홍 부총리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위해 위생검역, 수산보조금, 디지털통상, 국영기업 등 4대 분야 국내제도 정비방안을 마련키로 했고, 우호적인 대외여건 조성 노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CPTPP 주요 회원국 및 우호국과의 공조체제를 강화하고 주요국 입장분석 등을 토대로 추진일정, 일정별 액션플랜 등을 점검하고 주요 거점국 및 협력 증진효과가 큰 신남방, 신북방, 중동, 중남미 등과의 FTA 네트워크 확대 노력을 병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홍 부총리의 발언 어디에도 FTA 체결이나 CPTPP 가입에서 최대 피해자인 700만명의 소상공인의 보호와 피해보상과 관련한 내용은 찾아볼 수가 없다.

문재인 정부가 CPTPP 가입에 앞서 소상공인 보호대책을 챙기지 않을 때 후폭풍은 일파만파다. 정부가 세계 57개국과 FTA를 체결할 때마다 소공인의 입지가 좁아지면서 경쟁력은 추락, 지금 코로나19 사태에 빈사의 상황으로 몰리기에 이르렀다.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은

TPP(Trans-Pacific Partnership)는 일본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의 경제통합을 목적으로 출범시킨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이다.

2018년 말 발효된 TPP에는 일본을 포함해 호주, 캐나다, 멕시코, 칠레, 뉴질랜드,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페루, 베트남, 브루나이 등 11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은 일본과 함께 ‘중국 포위’ 전략의 일환으로 인도·태평양 지역의 무역규범을 만든다는 취지로 TPP를 추진했다. 하지만, 2016년 당선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탈퇴 선언으로 좌초위기에 처했다. 이후 일본의 아베 총리의 노력으로 미국의 참여 의사를 끌어내는데 성공해, CP(Comprehensive and Progressive, 점진적·포괄적)라는 수식어가 앞에 붙었다. 만약 미국이 정식으로 가입을 하게 되면, TPP라는 명칭으로 복귀될 예정이다.

이호연 스트레이트 선임기자
이호연 스트레이트 선임기자

지난 9월 17일 중국이 CPTPP 가입을 신청한 데 이어, 대만도 지난 22일 가입 신청을 발표했다. 중국은 ‘원차이나’ 정책으로 대만의 가입에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반면 일본이나 호주는 중국의 가입에 반대하고 있어 최종 타결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한편, 지난해 11월 5일 중국이 주도한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에 아세안 10개국(브루나이,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라오스, 말레이시아, 미얀마,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및 한·중·일·호주·뉴질랜드 등 15개국이 참여하기로 발표했다. RCEP은 인구수, 참여국 수, GDP 비중 등 측면에서 세계 최대규모의 무역협정으로 내년 1월부터 발효될 예정이다.

FTA(Free Trade Agreement, 자유무역협정)은?

FTA는 협정 체결국간 상품 관세장벽뿐만 아니라 서비스·투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비관세장벽까지도 완화하는 특혜무역협정을 뜻한다. 최근의 FTA는 관세·비관세장벽 완화 외에 지적재산권·정부조달·경쟁 등 다양한 통상규범 등으로 범위가 확대되는 추세다.

우리나라는 2004년 4월 발효된 한·칠레 FTA를 처음 체결했다. 이후, 우리 정부는 세계적인 FTA 확산추세에 대응해 안정적인 해외시장을 확보하고 개방을 통해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양자간 또는 다자간 FTA를 적극적으로 추진한 결과, 57개국 17건의 FTA를 체결하였고 여타 신흥국가와의 FTA 체결도 진행하고 있다.

FTA는 국가 간 체결한 조약으로 대한민국 헌법 제6조 규정에 따라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가진다.

FTA 체결과 관련해, 우리나라는 2006년 4월 FTA 이행과 관련해 피해를 입었거나 입을 것이 확실한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을 경영하는 기업과 그 소속 근로자 등에 대한 효과적인 지원대책을 마련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따른 무역조정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한미 FTA 체결 관련 농어민 피해보상

대한민국 헌법 제23조 제3항에,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ㆍ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른바 헌법에 규정된 조정보상의 원칙을 강행규정으로 명문화한 것이다.

2006년 2월 3일, 양국은 한·미 FTA 협상 출범을 공식 선언했다. 한·미 FTA는 14개월간의 긴 협상을 거쳐 2007년 4월 2일 최종 타결되었다. 2007년 5월 25일에는 협정문 내용이 공개되었다.

MB 정부는 2008년 4월 19일 캠프 데이비드의 한미 정상 회담을 하루 앞두고, 한미 쇠고기 2차 협상을 끝내고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을 발표했다. 2008년 5월, 이명박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협상 내용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시하기 위하여 학생과 시민들이 모여 대규모 촛불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다.

한·미 FTA는 2011년 11월 22일에 한·미 FTA 비준안이 대한민국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앞서 국회는 2011년 7월 21일, FTA 이행과 관련해 농어업등의 경쟁력을 높이고 피해를 입거나 입을 우려가 있는 농어업인 등에 대한 효과적인 지원대책을 마련함으로써 농어업인 등의 경영 및 생활의 안정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따른 농어업인 등의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했다.

2011년 11월 24일 농림수산식품부는 협정 발효 후 15년간 농어업 분야에서 발생하는 누적 피해액만 12조 6683억 원에 달한다고 발표하면서, 정부는 피해가 예상되는 농어업 분야를 돕기 위해 당초 2007년부터 2017년까지 22조 1천억 원의 FTA 피해대책 예산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후 쌀 직불금을 비롯해 농민들에게는 천문학적 규모의 예산이 집행됐다.

박근혜 정부의 한·중 FTA 체결 관련 치명적 실수

2015년 국회가 한·중 FTA 비준처리가 늦어지자, 박근혜 정부는 2015년 내 한·중 FTA 비준처리가 늦어지면 우리 경제가 1조5천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손실을 볼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까지 TV 광고에 출연해“만일 정쟁으로 금년 내 한·중 FTA가 발효되지 못한다면 하루 40억원의 수출 기회가 사라질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와의 수출 경쟁에서도 뒤처지게 될 것”이라며 국회의 조속한 비준처리를 압박했다.

결국, 국회는 2015년 11월 30일 한·중 FTA를 비준 처리했다.

한·중 FTA의 국회 비준처리와 관련해, 박근혜 정부는 물론 국회가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데 무엇이 잘못됐는지 살펴보자.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따른 무역조정 지원에 관한 법률’ 제4조 제4항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장관과 고용노동부장관은 종합대책을 수립하기 위하여, 필요하면 자유무역협정의 이행으로 인하여 입었거나 입을 것이 확실한 피해와 무역조정의 실태에 대한 조사를 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박근혜 정부는 2015년 6월 발표한 ‘대한민국 정부와 중화인민공화국 정부 간의 자유무역협정 영향평가 결과’에 따르면, 농수산 시장 개방 충격 최소화를 위해 발효 이후 10년간 4783억원을 지원하는 보완 대책을 수립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2015년 5월 중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을 포함한 4개 국책연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한·중 FTA 영향평가’라는 용역보고서를 기초로 작성되었다.

2015년 6월 정부가 작성한 보고서 3쪽에, ‘한·중 FTA 체결 후 10년 동안 제조 및 서비스 부문에서는 53,964명의 고용창출이 예상되지만, 농수산 분야에서는 같은 기간 동안 160명의 고용이 감소할 것’이란 표현이 등장한다. 하지만, 영세한 중소상공인 산업 분야별 피해 예상 손실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없었다.

이후 중소상공인에 대한 피해 영향평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자, 정부는 산업연구원에 추가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하지만, 산업연구원의 용역보고서는 국회의 비준처리가 끝난 이후인 2016년 1월에 발표되었다. 

배 떠난 후에 피해 영향조사 보고서가 발표된 것이다. 산업연구원이 제출한 보고서에는 ‘소상공인에 대한 체계적인 DB의 구축과 운영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적시돼 있다.

중소상공인에 대한 피해 영향조사에 필요한 통계나 기초자료조차 없어 피해 영향조사를 할 수 없었다는 것인데, 국가가 이렇게까지 무능할 수 있는 것인지 한심하기 짝이 없다.

대한민국 헌법에는 조정보상원칙이 강행규정으로 명시돼 있고, FTA 농어업법에는 강행규정으로 명문화돼 있다. 하지만, 중소상공인 피해와 관련된 FTA 조정법에는 임의규정으로 규정돼 있다는 것도 형평성 측면에서 어쩐지 차별을 받고 있다는 느낌이다.

소상공인 홀대, FTA때마다 다반사

우리나라 종사자의 5% 미만인 농어민 피해는 정밀하게 조사하면서, 25% 이상의 중소상공인 피해영향 조사를 외면하는 것은 명백하게 국민을 차별하는 것이다.

산업연구원 보고서에는, ‘한·중 FTA가 2015년 12월 말부터 시행됨에 따라 2016년 소상공인 지원사업이 한·중 FTA와 관련된 사항을 반영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체결국과 APEC 회원국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체결국과 APEC 회원국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가 국회에 제출한 2016년 예산안에 따르면 정부가 한·중 FTA체결과 관련해 편성된 소상공인 중국 수출 지원 관련 예산은 교육예산을 포함해 231백만원에 불과했다.

산업별로 예상되는 피해에 대한 정확한 조사조차 진행되지 않았으니, 적절한 보완 대책이 나올 리 만무했을 것이다.

농민에게는 수십조의 예산을 퍼부으면서, 중소상공인에 대한 피해보상은 ‘언 발에 오줌 누기’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대담하기 짝이 없다.

FTA 체결 후 10년간 사라질 일자리 숫자를 단 단위까지 정확하게 예측한 것과는 달리, 영세 중소상공인의 산업별 피해 영향평가는 깜깜이 상태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한숨만 나올 뿐이다.

노동집약적 소상공인 '고사위기'

관세장벽이 없는 상황속에서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 베트남, 필리핀 또는 캄보디아 등의 국가와 무한 경쟁을 벌이라는 것은 노동집약형 중소상공인은 다 죽으라는 것과 다를 것 없다.

한중 FTA체결 이후 우리나라의 악세사리산업이나, 봉제산업, 완구산업, 그리고, 뿌리 산업 종사자들은 거의 괴사상태에 이르렀고, 100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동대문 시장은 거의 초토화되는 처참한 결과를 초래했다.

한중 FTA로 생계의 기로에 선 소상공인이 '한중 FTA는 사형선고와 다름없다'며 길거리로 나섰다. 2015년 3월.
한중 FTA로 생계의 기로에 선 소상공인이 '한중 FTA는 사형선고와 다름없다'며 길거리로 나섰다. 2015년 3월.

정부가 한·중 FTA 국회비준과 관련해 홍보에 열을 올리던 즈음, 정부와 주얼리산업 종사자들이 참여하는 간담회가 개최됐다. 이 자리에서 주얼리업계 종사자 대표는 일자리를 잃게 될 위험에 처한 종사자 수가 3십만명이라고 주장했지만, 담당 공무원은 10분의 1에 불과한 3만 명이라고 강변했다.

당시에는 어떻게 특정 산업 종사자수가 10배까지 차이나 날 수 있는지 의아했다. 그런데, 최근에야 그 원인이 밝혀졌다.

통계청이 통계법에 따라 2011년부터 5년 단위로 전수조사방식으로 경제총조사를 실시해야 하지만, 올해까지 3회에 걸친 경제총조사에서 소상공인 분야를 표본조사 방식으로 조사를 진행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러니 업종별 사업체 수가 몇 개인지도 모르는데, 중소상공인 산업별 피해영향조사를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일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외청인 통계청의 과거의 불법행위를 덮어주기 위해 지난해 말 통계조사규칙을 슬며시 개정했다. 그리고, 국회법을 어기고 행정입법 변경사항을 국회에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CPTPP 참여 이전 문재인 정부가 해야 할 일

우리 정부는 대한민국이 자타가 공인하는 ‘FTA 강국’이라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우리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높아 무역으로 먹고살아야 할 처지에서, FTA 체결을 통해 경제영토를 확장하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최소한 법치국가로서 헌법과 법률은 준수해야 할 것이다. 한중 FTA 체결 이전 무역조정법에 규정된 피해영향 조사를 실시하지 않은 이후, RCEP이나 필리핀 등과의 FTA를 체결하면서 영세 중소상공인에 대한 피해영향조사나 피해보상 등의 단어조차 등장하지 않는다. 이젠 중소상공인에 대한 피해영향조사나 피해보상을 실시하지 않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중소상공인의 권익을 대변할 중기청이 산업통상자원부 소속 외청으로서 강한 소리를 낼 수 없었다는 핑계라도 댈 수 있었겠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돼 대등한 위치에서 떳떳하게 주장을 펼칠 수도 있는데도 불구하고 침묵을 지키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그리고, 중소상공인의 권익을 대변할 법정 단체인 중소기업중앙회나 소상공인연합회가 FTA 체결과 관련해 조용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혹시 정부 예산이 깎이거나 주무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의 갑질을 우려해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이라면, 700만이 넘는 중소상공인은 누구를 의지하며 살아가야 할 것인지 앞이 막막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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