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전국망 마비 사태에 '망 다원화' 필요 부상
유선 예비망 중요성에도 제대로된 요금제 없어
"이통사 망 다원화 관련 요금제 마련 뒷받침돼야"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 사옥 모습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 사옥 모습

KT의 인터넷 전국망이 지난달에 마비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기업들의 ‘망 다원화’가 필수적이란 주장이 제기된다.

망 다원화란 하나의 이동통신사에 문제가 생겨도 다른 통신사 망으로 전환해 고객 서비스와 업무를 지속할 수 있도록 대비하는 것을 뜻한다. 2018년 11월에 발생한 KT 아현화재를 계기로 이를 지원할 대책이 여럿 추진됐으나 현재는 대부분 흐지부지됐다.

8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와 국회 등에 따르면 KT 장애를 계기로 다수 기업들이 망 다원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통사가 망 다원화와 관련된 요금제를 제대로 마련하지 않았고 업체들도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망 다원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실행을 망설이는 곳도 많다.

실제로 KT 아현화재를 계기로 2019년 1월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현 청와대 정무수석)은 공공·금융기관 사업자에 대한 망 다원화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전자정부법 및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이들 개정안은 20대 국회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2018년 12월 통신재난 방지 및 통신망 안정성 강화 대책으로 유선망 예비망·백업망 전용요금제 출시를 독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 실제로 해당 요금제를 내놓은 사례는 2020년 1월 LG유플러스 한 곳뿐이었다. LG유플러스는 국내 전용회선 이용약관에 예비회선 할인율을 30% 적용하는 내용을 반영했다.

KT와 SK브로드밴드는 과기정통부의 대책 발표 이후 3년이 거의 다 된 지금에도 해당 요금제를 내놓지 않고 있다.

업계에선 이미 3년 전 KT 아현화재 당시 정부와 국회가 내놓은 대책만 이행했어도 이번 장애의 피해도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과 함께, 지금이라도 정부와 국회와 통신업체들이 망 다원화 전용 요금제 출시와 할인제도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KT의 인터넷 전국망이 지난달 25일 11시 20분께부터 40여분까지 마비되면서 KT망을 사용하는 중소상공인들은 신용카드 결제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피해를 입었다.

반면 스타벅스, SPC 등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KT 아현지사 화재 이후 백업시스템을 구축해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았다. 주요 유선망에 장애가 발생하면 자동으로 백업 통신사로 전환되고 이마저도 단절되면 LTE 무선통신으로 전환되는 방식을 택했기 때문이다.

SPC그룹 파리바게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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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대형 정보통신기술 업체도 고객 서비스용과 업무용 통신망을 다원화하며 통신망 장애에 대응하고 있다. 국내 IT기업들이 모여있는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기업들은 망 다원화를 일찍부터 도입하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고객 서비스용 데이터통신망을 3개 통신사로부터 공급받아 '삼중화' 조치를 한 상태다. 통신사별로도 2개 망을 사용하며 통신망 장애에 따른 피해 가능성을 최소화했다. 업무용 통신망으로는 단일 통신사의 2개 망을 사용하고 있다.

네이버도 망 삼중화로 고객 서비스를 하고 있으며 업무용 망도 3개 통신사를 이용하고 있다. 네이버는 자체 데이터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카카오와 넷마블 등은 백업 망을 보유하고 있다면서도 영업 기밀과 해커 공격에 대한 우려 등을 이유로 다른 구체적인 사항은 공개하지 않았다.

일부 게임업체는 망 다원화 외에 클라우드 서버 등을 통해 서비스 차질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다만 국내 IT 업계는 자체적으로 망 다원화를 하고 있지만 규모가 작은 업체나 중소상공인을 위한 망 관리 지원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이에 이통사가 망 다원화와 관련된 요금제를 마련하고 정부도 이를 뒷받침할 제도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또 통신망 주요 장비 관련 작업 시 사전에 작업 정보가 정부에 신고되는 체계가 제대로 이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통사들이 각자의 통신망 운영 상황 정보를 정부와 제대로 공유한다면 문제가 줄어들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KT는 이번 인터넷망 오류 초기에 외부 유입된 디도스(DDOS) 공격을 원인으로 지목했다가 2시간여 만에 네트워크 경로설정 오류에 따른 장애라고 입장을 정정했다.

이외에 통신망 오류가 발생할 때 공공와이파이 및 통신사 상용와이파이망을 사용하는 방안도 제시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망 다원화 지원책은 결국 비용 문제 때문에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다”며 “대형 기업들이 망 다원화를 벌이고 있으나 중소상공인, 중소기업들을 위한 망 다원화 정책을 지원해야만 앞으로 유사한 피해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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