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음모와 비난이 토론에서 어떻게 검증될지가 관전 포인트
말로는 정책대결이라지만 실상 서로를 물어뜯는 네거티브 공방전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은 미 대선의 판도는 두 후보가 현재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지지율에서 시시각각 치열한 혈과 육의 접전을 벌이고 있다.
현재 미 대선이 갈수록 흥미로워지는 구도가 되고 있는 이유에는 바로 또 하나의 변수, 푸틴이 있다.
트럼프는 푸틴에 대한 우호적인 발언과 정책 유사성으로 인해 푸틴의 꼭두각시(Putin's puppet)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또한 ‘트럼프의 사업자금에 러시아 마피아 불법자금이 유입되었을 것이다’라고 트럼프와 러시아 마피아와의 연루설이 제기되는가 하면, ‘클린턴이 독극물에 중독됐을 가능성이 있다’ ‘푸틴과 트럼프가 만나면 못할 일이 없다’며 클린턴 독극물 중독의 배후설이 나돌기도 했다.
무엇보다 힐러리 클린턴의 이메일 논란은 러시아 해커의 소행일 것이며 러시아 정부가 직접 개입되었을 것이라는 설이 예사롭지 않다. 실제로 美 정보기관 FBI는 클린턴 캠프 네트워크에 침입한 이메일 해킹사건 배후에 러시아가 있고 예상보다 더 많은 자료에 접근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메일을 공개한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스크의 창업자 줄리언 어산지도 이에 관해 ‘더 많은 정보를 공개할 수도 있다’면서 클린턴 캠프를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미국의 애틀랜틱 매거진은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트럼프가 대선후보로 지명되자 “트럼프가 유럽연합을 약화시키고 세계 유일 초강대국 미국의 시대를 끝내 옛 소련제국을 재건하려는 KGB출신의 ‘독재자’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사실상 ‘대리인(agent)’으로 선택됐다”고 평가했다. 노벨상 수상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트럼프에 대해 “시베리아의 후보(siberian candidate)”라 평했다.
한편 푸틴과 트럼프는 서로에 대해 예사롭지 않은 호감 표현을 해왔다. 트럼프는 푸틴을 “훌륭한 지도자”라거나 “푸틴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보다 일을 더 잘하고 있다. 그는 오바마 보다 더 나은 지도자”라고 말했다. 푸틴은 지난해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트럼프를 “재능 있는 인물”이라고 칭찬했다. 반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병합에 대해 “1930년대 나치 독일의 히틀러가 했던 짓”이라고 비난했던 클린턴에 대해서는 ‘악의 화신’이라고 표현한 러시아의 한 일간지는 트럼프에 대해서는 ‘신선한 공기’로 표현했다.
트럼프와 푸틴의 우호적 관계에 각종 음모설이 혼재되면서 미 대선의 북풍이 되고 있다. 대통령후보 방송토론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두 후보를 둘러싼 각종 음모와 비난이 토론에서 어떻게 검증될지가 흥미롭게 지켜봐야 할 관전 포인트가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