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 "이념논쟁 물타기···온 국민 지탄받게 될 것"

▲ 탄핵위기속 교육부가 국정 역사교과서 공개를 강행할 방침이다 (사진=뉴시스)

검찰이 박근혜 대통령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에 박차를 가하면서 정치권이 '탄핵 정국'에 돌입한 가운데 교육부는 국정 역사교과서를 예정대로 28일 공개를 강행할 방침이다.

교육부 역사교육정상화추진단은“오는 28일 예정대로 중학교 역사,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의 현장검토본을 웹전시한다”고 21일 밝혔다. 28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주재로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 발표 브리핑을 갖는다. 1년 동안 비밀로 한 집필기준과 집필진 47명 명단도 공개한다.

28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주재로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 발표 브리핑을 갖는다. 1년 동안 비밀로 한 집필기준과 집필진 47명 명단도 공개한다.

야권과 역사학계, 교육학계에서는 탄핵정국으로 이미 '국정화 정당성'을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부가 교과서 공개를 강행하는 배경으로 역사 문제를 통해 '박근혜 게이트'를 이념논쟁 국면으로 바꿔보려는 의도인 동시에 '보수층 결집 기회'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교육부가 '대한민국 수립' 해로 기술하면서 범 보수층의 지지를 이끌어내고 결속을 다지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교육부와 집필진은 대한민국 수립을 1919년 수립된 임시정부와 1948년 수립된 대한민국 정부 가치를 모두 인정한 '중립적 표현'으로 보고 있다. 반면 국정교과서 반대하는 쪽에서는 1948년을 대한민국 수립으로 볼 경우, 40여 년의 항일·독립운동의 역사를 부인하고 임시정부의 법통을 부인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정태헌 고려대 한국사학과 교수는 "국민적 비판 등 역풍에도 불구하고 공개를 강행하는 이유는 국정 교과서 공개로 보수층을 결집시키고 이를 계기로 국면을 전환시켜 보겠다는 술수"라고 지적했다.

야권과 역사학계, 교육학계에서는 국정 교과서 공개가 일주일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사실상 공개를 제지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교과서 공개 후 교과서 내용이 우편향 됐음을 조목조목 비판하고 집필진에 대한 자질 논란을 제기하면서 시행 철회를 이끌어 낼 계획이다.

야당 한 관계자는 "현 단계에서 교과서 공개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면서도 "다만 내년 3월 교과서 배포 전에 이른바 금지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고 교과서 내용과 집필진 자질 등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방식으로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진보교육감들도 오는 25일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를 열고 국정교과서 공개 문제를 의논키로 했다.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은 이날 확대간부회의에서 "특단의 대책을 내놓는 등 중대 결심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역사학계 교수들도 집단행동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한 역사학과 교수는 "(국정 역사교과서 반대 행동에 나선) 580명이라는 숫자는 거의 전국 4년제 역사관련 학과 교수 전부를 의미한다"면서 "이렇게 한 목소리로 반대하는데도 불구하고 강행한다면 교육부가 온 국민의 지탄을 받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470개 교육·시민단체가 연대한 한국사국정화저지네트워크는 28일 교육부가 국정교과서를 공개할 경우 당일부터 불복종 운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역사교육연대회의도 28일부터 국정역사교과서 분석작업에 들어간다.

국정 역사교과서가 공개되기까지 엿새가 남았지만, 가장 빨리 가장 효과적으로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있다. 국정화 고시는 장관 명의로 발표됐기 때문에 장관이 고시취소를 발표하는 것이다. 혹은 현장검토본은 예정대로 발표하더라도 도입 시기를 다른 교과서와 마찬가지로 2018년도로 미루고 충분한 검증기간을 갖는 것이다.

한편 교사용 지도서를 내년 2월에 배포하기로 하는 등 교육현장에서는 역사 교과서에 대한 교사들의 사전학습 시간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올해부터 한국사를 수능 필수과목으로 지정하는 등 역사교육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졌지만, 정부의 정책혼선으로 결국 학생들만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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