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비즈니스 발굴 시급…기존 은행 플랫폼화 부담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영그는 글로벌 진출의 꿈

작년 한 해 핀테크 금융의 화려한 등장이 일단락 나고, 올해 기존 금융회사와의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됐다.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이들 핀테크 금융이 마이데이터 원년을 맞아 각자의 방식으로 레거시 금융에 도전장을 내고 있다. 주요 회사별 방향과 전략을 살펴본다.<편집자 주>

연초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신규 사업과 해외진출 등의 계획을 밝히는 윤호영 대표(간담회 동영상 캡쳐)
연초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신규 사업과 해외진출 등의 계획을 밝히는 윤호영 대표(간담회 동영상 캡쳐)

올해 신년사에서 금융지주 회장들은 너나할 것 없이 “타도 핀테크!”를 외쳤다. 각자의 영역을 고수해온 이들에게 핀테크의 등장은 게임의 법칙을 새로 익히고 체력과 무기를 새로이 해야 할 당위성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핀테크가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줄지 피부로 느끼게 한 회사를 떠올리면 ‘카카오뱅크’가 첫손에 꼽힌다.

카카오뱅크는 작년 하반기 주식시장에 화려하게 등장해 롤러코스터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2017년 7월 영업을 시작해 만 4년만인 작년 8월 6일 상장한 카카오뱅크 주가는 상장 직후인 8월 20일 시총 43조를 넘기며 같은 날 시총 21조에 그친 KB금융 주가의 두 배를 상회했다.

1등 금융지주 KB 윤종규 회장이 새해 벽두에 “시장의 냉정한 평가에 대해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금융플랫폼기업으로서 KB를 증명해 나가자”고 선언하게 된 계기다.

하지만 샴페인을 너무 빨리 터뜨린 것일까? 카카오는 골목상권을 침해하는 문어발 기업으로 낙인찍혀 김범수 의장이 고개를 숙이는가 싶더니, 신규 상장 계열사인 카카오페이발 먹튀 논란으로 그룹 주가가 모두 급락해 온 국민의 친구 ‘카카오’를 다시 바라보는 계기를 만들었다.

새해 들어 금융지주 실적이 1분기 기준 역대 최고를 기록할 것이 예상되는 가운데, 긴축에 의한 금리상승의 호재 속에서도 주요 금융지주 주가가 속절없이 무너지는 동안 카카오뱅크 주가는 1월 27일 4만 원이 무너진 이후 다시 힘을 내 3월 8일 종가 4만8000원을 기록하며 바닥에서 20% 상승했다. 이 날 카카오뱅크는 시총 14위로 올라서며 KB금융을 15위로 다시 밀어냈다.

◆플랫폼 성장주 카카오뱅크, 2021 퀄리티 스타트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영업수익(매출) 1조649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2569억 원)과 당기순이익(2041억 원)은 각각 109.6%, 79.7% 늘어난 액수다.

여신 잔액은 25조8641억 원으로 연간 5조5481억 원 늘었다. 수신 잔액은 2020년 말 대비 6조4869억 원 늘어 30조261억 원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플랫폼 수익이 2020년 대비 86.8% 늘어 932억 원, 수수료 수익은 13% 늘어난 1686억 원을 기록했다.

성장세는 놀랍지만 규모로만 보면 아직 기존 은행과 비교할 수준은 아니다.

다만 작년 한 해 동안 카카오뱅크를 통해 고객들이 개설한 주식계좌수가 220만좌, 서비스 출시 이후 누적으로는 520만좌(2021년 말 기준)를 기록했다는 점이 눈에 들어온다. 제2금융권 연계대출 누적 실행 금액은 지난해 2조원 이상 늘어난 4조1320억원을 기록했고, 제휴 신용카드 발급 실적은 누적 37만장으로 늘었다.

지난해 말 기준 고객 수는 1799만 명으로, 2020년 말 1544만 명에서 1년 새 255만 명이나 증가했다. 플랫폼 기업이 가장 중시하는 월간활성이용자(MAU)는 2020년 말 1311만 명에서 1523만 명으로 늘었다.

특히 신규 고객 중 40대 이상이 60%를 차지했다는 점, 청소년 대상 서비스 미니(mini)가 누적가입자 수 115만 명을 돌파하며 미래 고객인 10대들을 대거 유입시켰다는 것이 카카오뱅크 주가가 KB와 호각세를 보이는 근거가 된다.

◆ 주택담보대출 시장 도전장 낸 카뱅, 성장 이어질까?

정부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 강화로 성장의 벽에 막힌 카카오뱅크는 지난 달 15일 모바일로 구현 가능한 주택담보대출 상품 출시를 발표했다.

간담회에서 윤호영 대표는 “2017년 7월의 초심(初心)으로 돌아가고자 한다”며 “상장을 기점으로 성인이 된 만큼 시즌2는 중저신용대출 확대에 나설 것”을 선언했다. 특히 “비대면 모바일 대출 경쟁력을 통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공개된 카뱅의 야심작 주택담보대출의 핵심은 챗봇을 통한 CS 혁신이다.

기존의 대출이 한도 조회, 서류 제출, 대출 심사, 대출 실행 등의 프로세스라 이를 모바일로 구현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이번에 내놓은 서비스도 소유권 이전 등기 등 일부 서비스는 모바일로 구현이 어려워 카뱅이 소개하는 협력 법무사를 통해 대리서비스가 이뤄지도록 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엄청 복잡한 프로세스를 대면으로 물어가면서 해도 긴장되는 일인데 챗봇에만 의존해 진행하며 최종 대출에 안정적으로 이를 수 있을지가 의문”이라며, “대출 대상 부동산도 KB시세 기준 9억 원 이하 수도권 아파트라 일단 서울은 제외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대출 대상은 향후 추이에 따라 확장될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카카오뱅크 송호근 팀장은 “대출 대상은 금년 내 상하반기에 나눠 두차례 이상 확대의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카뱅은 중도상환수수료를 고객의 관점에서 과감히 없앴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출 금리는 최저 2.989%(변동금리, 14일 기준)로 타행보다는 평균적으로 낮고, 그 정책을 유지해 나갈 것”이라며 금리 부문의 경쟁력을 강조했다.

◆무거운 숙제 중저신용자대출

카뱅은 새로운 시장에 도전하면서도 인터넷전문은행들의 공통 숙제인 중저신용자대출 비중 확대의 미션을 가지고 있다. 설립 허가의 부대 조건으로 간과할 수 없는 일이지만 중저신용자들에게 대출을 해줄 수 있는 논리적 근거를 스스로 만들고, 그 부실에 대한 책임을 지며 수익을 낸다는 것이 간단한 일만은 아니다.

카카오뱅크는 구체적으로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하고 계열사 및 외부기업과 협력을 통해 신용평가모형을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르면 하반기 중 신용평가모형을 활용한 신용대출 및 유관기관 연계 보증부 상품출시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

대출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중저신용자 이외에 현재 다른 금융회사를 이용하고 있는 중저신용 고객을 위한 '대환 신용평가 모형'도 개발한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2021년 한 해 동안 중저신용자 고객을 대상으로 1조7166억 원 규모의 신용대출을 공급했다. 2020년 4679억 원 대비 3.7배가량 증가한 것이다. 아직은 미완이지만 목표를 향해 점차 다가가고 있다.

◆카카오뱅크, 가상자산 실명계좌 시장 노크

새로운 성장동력을 끊임없이 요구하는 시장에 부응하기 위해 카뱅이 노리는 사업은 ‘가상자산 실명계좌’다. 먼저 문을 열었지만 대주주적격 이슈로 자금 수혈에 문제가 생기며 대출 중단 사태를 맞아 경쟁의 밖에 있었던 케이뱅크가 가상자산 실명확인 서비스로 고객 몰이에 성공하며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자 카뱅도 가능성을 타진하는 분위기다.

한국은행이 CBDC 발행 가능여부를 시스템적으로 테스트하고, SK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증권사 내에 담당 애널리스트가 등장하는 등 업계 분위기는 점점 무르익고 있다. 언제든 미국에서 정식 승인이 떨어지면 한국시장에 가상자산 시장이 영향력을 키우는 것은 시간 문제다.

특히 잠재 고객인 MZ세대들이 주식과 더불어 가상자산을 투자 포트폴리오로 여긴다는 측면에서 이들을 잡기 위해 놓칠 수 없는 시장이기도 하다. 시장에서의 움직임이 이미 포착되는 것과 달리 카뱅은 공식적인 서비스 계획 등에 대해선 ‘논의 수준’이라는 말로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재차 강조되는 해외진출

인터넷전문은행 사이의 경쟁을 넘어 그룹 차원으로 눈을 돌리면 카카오는 네이버와 비교해 ‘내수용’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 네이버가 라인 등을 통해 일본, 동남아 등지에 확실한 네트워크를 지닌 것과 비교가 되기 때문이다.

작년 하반기 불어닥친 카카오 그룹의 위기는 국내에서 카카오가 입지를 잃었을 때 비즈니스적으로 어떤 충격이 올 수 있는지 다시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트라우마’가 됐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카카오뱅크는 국내에서 축적된 플랫폼 기반 뱅킹 비즈니스의 저변을 해외로 확장시키겠다는 생각을 공공연하게 밝혀왔다.

윤호영 대표는 연초 기자간담회에 앞서 작년 7월 “과거 아시아권 몇 개 기업이 조인트벤처 형식으로 모바일 뱅크를 설립하자고 제안했으나 당시 자본 한계와 국내 비즈니스 집중 등의 이유로 어려웠다”며, “기업 공개(IPO)로 자본이 확충돼 기회가 다시 찾아오면 적극 검토할 생각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올해 초 기자간담회에서도 “각 나라의 금융 산업 환경이 달라, 어느 나라에 어떤 식으로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긴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우리의 IT문화를 적용하기 쉬우면서도 인구규모 등 시장성이 있으며, 카카오 플랫폼의 영향력이 미치는 태국, 인도네시아 등이 되기 쉽다”고 밝혔다. 상장 당시 카뱅은 확보된 자금의 일부를 글로벌 진출에 사용할 것임을 밝히기도 했다.

◆카카오뱅크 앞날에 꽃길만 있을까?

카카오뱅크가 작년 한 해 큰 성장을 이룬 것과 달리 시장의 눈높이는 이를 넘어서고 있다.

새해 들어 주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카뱅의 목표가를 대폭 낮춘 상태다. KB증권이 7만5000 에서 6만 원으로, 신한금융투자는 10만1000 원에서 8만5000 원으로, 다시 6만3000 원으로 하향을 이어갔다.

대신증권은 종전 7만3000 원이던 목표가를 5만2000 원까지 낮추며 "올해 연간 여신 성장률을 23.9%에서 14.8%로 하향 조정하고, 이에 따른 이익 전망치도 낮춘다”고 분석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결국 DSR 규제 강화에 따라 수익 감소가 확인되는 상황”이라며,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끊임없이 붙이며 기존 은행들과의 플랫폼화 경쟁까지 이겨내야 하는 힘든 싸움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뱅크 건물 내부전경(제공=카카오뱅크)
카카오뱅크 건물 내부전경(제공=카카오뱅크)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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