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육각, 초록마을 900억원에 인수
임세령·임상민, 승계재원 이미 확보
임창욱 지분승계시 추가 재원 가능성

임세령 대상 부회장(왼쪽)과 동생 임상민 전무. 대상 제공
임세령 대상 부회장(왼쪽)과 동생 임상민 전무. 대상 제공

대상그룹의 친환경 유기농 식품 유통 브랜드 ‘초록마을’이 정육각으로 매각됐다. 이번 매각으로 대상그룹 오너 일가인 임세령·임상민 자매가 매각대금의 상당수를 획득하게 됐다.

축산물 유통 스타트업 정육각은 대상홀딩스와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초록마을 지분 99.57%를 900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고 지난 18일 밝혔다. 양수도 시점은 다음달 20일이다.

초록마을의 주요 주주로는 대상홀딩스(49.1%), 임세령 대상 부회장(30.17%), 임상민 대상 전무(20.31%)다.

이번 매각으로 대상홀딩스는 444억원, 임세령 부회장은 273억원, 임상민 전무는 183억원을 획득하게 됐다.

대상그룹 오너 일가 두 자매가 획득한 자금은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의 지분 승계시 상속세 등 재원으로 쓰일 수 있다. 다만 임세령 부회장과 임상민 전무는 이미 대상홀딩스의 1·2대 주주(36.71%·20.41%)인만큼 당장 자금을 소모할 필요는 없다.

당초 초록마을 인수가는 500억원으로 평가됐다. 과거에는 2000억~3000억원대의 몸값으로 평가됐으나 마켓컬리, 쿠팡 등 경쟁업체의 등장으로 몸값은 하락했다. 그러나 매각을 주관한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이 활약하면서 배달대행 플랫폼 업체 바로고, 이커머스 플랫폼 컬리가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몸값도 1000억원대로 뛰었다.

한때 IB(투자은행)업계에서는 초록마을 매각가가 1000억원을 하회할 경우에 매각을 철회할 것이란 관측도 내놨다. 정육각이 제안한 금액은 목표가보다는 떨어지지만 경영을 지속하기에는 부담이 돼 매각은 순조롭게 이뤄졌다.

초록마을
초록마을

초록마을은 국내 친환경 유기농 유통회사 중 20년 넘게 운영되면서 시장에도 널리 알려졌다. 1999년에 한겨레가 만들었고 2009년에 대상그룹이 인수했다.

소비자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 구매를 꺼려하기 시작하면서 신선식품의 온라인 배송 수요가 대폭 높아지면서 초록마을에 대한 IB업계의 관심이 높아졌다.

그러나 유통 트렌드가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초록마을은 직격타를 맞으며 매년 3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전국 400여개 매장을 보유해 오프라인 유통에 강점을 갖고 있었으나 시장변화에는 유연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정육각은 초록마을 인수를 통해 ‘초신선’ 컨셉에 맞는 유기농 식품 판매로 제품군을 늘릴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온라인 중심의 정육각이 초록마을 인수로 오프라인 거점을 마련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프리미엄 상품 수요가 높은 고소득 지역뿐만 아니라 매장 인근 지역에서 퀵커머스 사업을 영위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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