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달리는 '토끼 추격 나선 '거북이'의 혁신
영업 개시 5개월 만에 실 사용고객 200만 돌파

치과의사 출신으로 핀테크 혁신을 주도하는 토스 이승건 대표(제공=비바리퍼블리카)
치과의사 출신으로 핀테크 혁신을 주도하는 토스 이승건 대표(제공=비바리퍼블리카)

작년 한 해 핀테크 금융의 화려한 등장이 일단락 나고, 올해 기존 금융회사와의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됐다.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이들 핀테크 금융이 마이데이터 원년을 맞아 각자의 방식으로 레거시 금융에 도전장을 내고 있다. 주요 회사별 방향과 전략을 살펴본다.<편집자 주>

토스뱅크가 출범 5개월 만에 실 사용고객 200만 명을 돌파하며 약진하고 있다.

출범 초기 아파트가격 상승을 막기 위한 정부의 대출 규제 분위기 속에 인가를 위해 신청한 대출한도 자체가 너무 작아 영업 개시 열흘 만에 한도 5000억 원이 소진되며 다소 경착륙으로 시작한 것을 감안하면 빠른 정상궤도 안착이다.

자신들보다 4년 이상 앞서 달린 토끼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를 따라잡는 거북이 토스뱅크의 전략에 관심이 모인다.

◆ 송금 서비스 혁신에서 태어난 형제들

‘토스’라는 이름은 엄밀히 말하면 서비스명이다. 회사명은 ‘비바리퍼블리카’다. 서울대 치대 출신의 치과선생님이 금융판에 뛰어든다는 선언을 할 때만 해도 ‘겁없는 신인’ 정도로 받아들였던게 사실이다.

하지만 각자 필요한 금융서비스를 위해 개별 앱에 접속해야했던 불편함과 그에 따른 비용인 송금수수료 문제를 해결하자 토스앱은 사람들의 모바일폰 첫 화면에 자리를 잡게 됐다. 시쳇말로

“한번도 안 써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써본 사람은 없다”는 말은 토스앱을 설명하기 위해 만든 말인지도 모른다.

현재 토스 앱 고객수는 약 2000만 명, 월간 활성 이용자수(MAU)는 1400만을 넘어 1500만을 향해가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활동 인구 대부분을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고 이들 셋 중 둘이 활성고객이라는 뜻이다.

KB금융에서 디지털플랫폼총괄(CDPO)을 맡고 있는 조영서 전무가 연초 그룹 IR행사에서 우리나라 인구수를 감안할 때 플랫폼이 되기 위한 기준으로 제시한 숫자가 1000만 명이다. 토스는 이 기준을 사뿐히 뛰어넘었다.

◆토스 증권으로 선빵을 날리다

토스는 이러한 강력한 송금 기능으로 모인 사람들을 다시 개별 앱으로 쪼개기를 원치 않았다. 은행, 증권, 보험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송금으로 모인 이들이 하나의 앱 안에서 넘나들며 모든 금융서비스를 즐길 판을 깔기로 마음먹고 이른바 ‘수퍼앱’ 전략을 통해 다양한 기능을 하나로 묶었다.

그 선발대 역할은 증권이 맡았다.

카카오가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를 선보인 후 기존 증권사를 인수해 기능을 확장하며 카카오페이증권을 통한 WM서비스 정교화에 나서는 전략을 쓰는 반면, 토스는 역으로 토스증권을 먼저 오픈한 후 토스뱅크의 문을 열었다.

2021년 2월 문을 연 토스증권은 2008년 증권사들이 마지막으로 라이선스를 받은 이후 13년만에 출범한다는 이유만으로도 관심의 대상이 됐다.

MZ세대에게 어필한 만한 UI와 UX를 무기로 심플한 핵심 기능에 집중한 MTS서비스를 3월 15일 시작해 정확히 한달 뒤인 4월 15일 고객 계좌수가 100만을 돌파한다. 여기에 당시 MTS 신규 가입 고객에게 주식 한주를 무료로 준다는 마케팅이 빅히트를 치며 고객이 이틀만에 추가로 100만 명 늘어나는 엽기적인(?) 기록을 쓴다. 한국 금융사에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한 핀테크기업 CSO는 “혁신의 폭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는 제1금융권이 아닌 증권업에서 먼저 혁신을 보여주어 고객몰이에 성공하며 토스의 잠재력을 폭발시켜 다른 서비스까지 기대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매우 성공적인 마케팅 사례”라고 말했다.

토스뱅크 홍민택 대표(제공=비바리퍼블리카)
토스뱅크 홍민택 대표(제공=비바리퍼블리카)

◆바람이 불어주지 않은 토스뱅크

승승장구하며 출발한 토스증권과 달리 토스뱅크의 시작은 산뜻하지 않았다.

인가가 가장 까다로운 은행업은 시작 시기를 마음대로 정하기 어려워 은행문을 열기에 완벽하지 않은 타이밍에 토스뱅크 서비스는 시작됐다.

2021년 10월 5일 문을 연 토스뱅크는 이미 토스증권으로 한껏 달아오른 토스뱅크에 대한 기대감으로 많은 이들이 대출 서비스 행렬에 줄을 서는 상황을 만들었다. 더욱이 비정상적으로 급등하는 부동산 가격을 막기 위해 정부가 기존 시중은행들에게 필사적인 창구지도를 하자 풍선효과로 신규로 문을 여는 토스뱅크로 고객들을 몰려들게 했다. 대출 가능 잔액이 5000억 원 뿐이었던 토스뱅크가 바닥을 드러내는데 걸린 시간은 열흘이면 족했다.

토스뱅크 계좌 개설을 위해 사전 신청에 나섰던 약 170만 고객들은 이른바 번호표를 부여받고 순차서비스 오픈을 기다려오다 대출 중단 선언에 실망하고 돌아섰다. 토스뱅크는 금융당국으로부터 추가 한도를 받기 위해 노력했으나 타행과의 형평성을 내세우는 당국의 논리 앞에 멈춰섰다. 인터넷은행의 중요한 존립 근거인 중저신용자 대출도 전년 말 목표 34.9%에 턱없이 부족한 25%에 그쳐 여러모로 아쉬움을 남겼다.

◆바람이 불지 않을 때 바람개비를 돌리는 법

뜻밖에 한달 반의 개점휴업을 맞이한 토스뱅크는 새해 대출 서비스 개시만을 기다리며 칼을 갈았다.

‘내 한도 조회’서비스 클릭 한번이면 개인별 한도와 적용 금리를 제공하도록 했다. 당시 3%대 초반의 대출 최저 금리와 한도 2억7000만 원을 제시하고, 급전이 필요할 때 쓰는 ‘토스뱅크 비상금 대출’, 사용한 만큼만 이자를 내는 ‘토스뱅크 마이너스 통장’으로 불을 붙였다.

기존 은행들에서 금융이력이 없어 대출에 실패한 우량 고객들을 끌어모으며 자체신용평가 모델을 통해 ‘실질소득’을 기반으로 대출여력을 판단, 우량 중저신용 고객들을 불어모았다. 특히 중도상환수수료를 없애 대출을 망설이는 고객이 없도록 한 점도 토스뱅크로 향하는 고객의 발걸음을 가볍게 했다.

바람이 불지 않을 때 바람개비를 돌리는 법은 앞으로 달려나가는 법임을 토스는 실천으로 보여줬다.

◆출범 5개월, 고객 235만명 돌파…6초에 1명꼴

이러한 토스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지난 21일 기준 토스뱅크 가입 고객은 235만2202명이다. 정확히 167일 만의 기록이다. 24시간서비스가 일어나는 인터넷은행이지만 잠자는 시간도 없다는 가정하에 1분에 10명씩 이용자가 늘어났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하루 평균 1만4000명이 새로 유입됐다는 회사측 설명이다.

이 중 실 사용고객이라 볼 수 있는 숫자는 토스뱅크통장을 개설한 205만5255명이다. 플랫폼 사업자에게 있어 중요한 척도인 MAU를 유지하기 위한 상비군 역할을 하는 고객들이다.

특히 복잡한 조건을 달지 않고 출범과 함께 수시입출금 통장임에도 세전 연 2%의 금리를 제시한 토스뱅크통장은 고객들에게 여웃돈 저장을 위한 강력한 유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회사측은 분석하고 있다.

토스뱅크 이용고객 추이(제공=비바리퍼블리카)
토스뱅크 이용고객 추이(제공=비바리퍼블리카)

◆ 도대체 토스는 어디서 돈이 날까?

고객에게 주는 혜택이 만만치 않은 만큼 토스뱅크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다른 은행이라고 주기 싫어 혜택을 주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를 감당할 재원을 어디서 마련하는지, 그리고 앞으로 늘어날 부담을 어떻게 해결할지 궁금증이 커진다.

이제 5개월 된 토스뱅크는 벌써 두 번의 유상증자를 통해 6000억 원이라는 자금을 긴급 수혈했다.

토스뱅크는 작년 10월 15일 대출 중단 사태를 맞자 주주들을 불러모아 열흘만에 3000억 원 증자에 나서 돈맥경화에 숨통을 텄다. 당시 주주들 모두 증자에 적극 찬성하는 분위기였다는 회사 설명이다.

그로부터 4개월 만인 지난 2월 23일 토스뱅크는 다시 3000억 원 유상증자를 감행한다. 이를 통해 납입자본금을 8500억 원까지 늘려 체력을 키웠다. 특히 증자 과정에서 웰컴저축은행 계열사 웰컴캐피탈을 주주로 맞아 단순히 투자 뿐 아니라 중저신용자 신용평가 노하우를 전수받기에 이른다.

하지만 이 정도 만으로는 폭발적인 고객 수요를 충족시키는데 턱없이 부족하다. 근본적인 조달 대책이 없이는 2% 이자를 위해 1억원씩 싸들고 오는 고객들을 상대할 수 없다.

◆날마다 와서 복리의 마법을 누려라

토스뱅크는 지난 16일 이상한(?) 서비스를 선보였다. 일명 ‘지금 이자 받기’ 서비스로 통상 매월 한차례 정해진 날에 받던 이자를 고객이 원하는 날 받을 수 있게 만들었다. 쉽게 말해 날마다 앱에 접속해 ‘지금 이자 받기’ 버튼을 클릭하면 이자가 나온다.

핵심은 이렇게 받은 이자가 원금에 더해져 다시 이자가 불어나는 ‘복리 지급’이 가능한 구조다. 토스는 친절하게 “와서 버튼을 누르지 않는다면 그냥 다른 은행처럼 매월 셋째주 토요일에 일할계산해서 기존처럼 이자를 주겠다”고 고객을 도발(Teasing)하기까지 한다.

한 시중은행 개인마케팅팀장은 “부유하는 시중 자금을 엄청나게 끌어올 수 있다는 자신감과 더불어 대출이 가능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도박에 가까운 베팅을 한 것”이라며, “만약 고객이 복리의 강력함을 체감하고 자금이 몰려들게 할 수만 있다면 강력한 유인책임에는 분명하다”고 말했다.

◆ 개인사업자 대출까지 뛰어든 토스뱅크

토스뱅크는 가계대출 뿐 아니라 사업자 대출에도 시동을 걸고 있다. 지난 2월 14일 인터넷전문은행 3사 최초로 서비스를 시작해, 자체 신용평가모형(CSS)을 통해 보증과 담보 없이도 비대면으로 가능한 대출을 내놔 시장 판도를 흔들고 있다. 금리는 변동금리 기준 연 3% 초중반으로 1억 원까지 대출을 해준다. 중도상환수수료도 없다. 이른바 보증. 담보, 중도상환수수료 없는 3무(無) 대출이다.

상환 방식도 만기일시와 원리금균등 중 고를 수 있어 각자의 형편에 맞는 선택이 가능하다. 대출 기간은 1년부터 5년 사이지만 만기시 연장도 가능하다. 6개월 이상 매출이 있고 연간 1000만 원 이상의 소득금액증명만 할 수 있으면 대출 대상이 된다.

토스뱅크의 ‘도발’이 또 한번의 혁신으로 기록될 지 혁신을 장려하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시작과 함께 숨죽이며 지켜보게 하고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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