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공약한 연금개혁을 임기 내 착수하려면, 노후소득보장의 큰 틀에서 청사진 제시와 이에 근거한 사회적 합의와 대타협 수행 해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5일 오전 10시 ‘차기 정부의 연금개혁 전제와 방향 토론회’를 개최했다.
현재 노후 빈곤과 연금 고갈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상생의 연금개혁 추친’을 공약했으나 세부방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또한, 일각에서는 우리나라 다층연금(기초/국민/퇴직 등)제도의 각 역할이나 성격을 규정하지 않고 특정 연금중심의 소모적인 논의를 반복하고 있는 실정이다.
연금개혁은 ‘노후소득 보장’과 ‘재정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완수할 수 있다. 특히 윤석열 정부가 공약한 연금개혁을 임기 내 실패 없이 착수하려면 우선 노후소득보장의 큰 틀에서 청사진을 제시하고 이에 근거한 사회적 합의와 대타협을 수행해야 한다.
이에 경실련은 노동계, 학계, 경영계, 청년, 언론 담당자들과 함께 노후소득 보장과 재정 안정을 위한 연금개혁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토론회는 정창률 사회복지위원장(경실련, 단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이 ‘성공적인 연금개혁 실현을 위한 전제와 방향’을 주제로 발제에 나섰고, 이어진 토론에는 박상인 경실련 전 정책위원(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가 좌장을 맡고, 유정엽 정책2본부장(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정해식 공적연금연구센터장(한국보건사회연구원), 문유진 대표(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손석호 사회정책팀장(한국경영자총협회), 이왕구 논설위원(한국일보)이 패널로 참석했다.
정창률 사회복지위원장은 발제에서 “한국의 연금개혁은 재정 안정화와 소득보장을 모두 다뤄야 하는 난이도 높은 개혁으로 이를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이나 급여 조정과 같은 단순한 논리로 접근해서는 해결할 수 없다”고 밝히며 “한국의 연금문제는, 노후빈곤이 어느 정도 해소된 상황에서 미래의 재정안정화에 초점을 뒀던 서구 국가들의 연금개혁과 달리, 연금재정 안정 문제와 노인소득 부족 문제가 동시에 심각하다는데 개혁의 어려움이 있다”며 발언을 이어갔다.
보건복지부 (2021) 및 Eurostat (2020)에 의하면, 서구 국가들의 경우 노인빈곤율(11.7 ~ 20.4)이 높지 않기 때문에, 공적연금에 대한 축소를 전제로 한 연금개혁이 받아들여질 수 있었던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는 여전히 노인빈곤이 압도적으로 높은 상황(41.4%)으로 국민연금 재정 문제가 주요하게 다뤄진다고 해서 일방적인 보험료율 인상과 같은 정책만을 도입하고, 복잡다단한 문제 해결을 외면하는 경우 연금제도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는 더욱 약해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 정 위원장의 진단이다.
이에 더해 상대적으로 관대한 연금을 받는 공무원 등 특수직역연금 가입자와의 형평성 문제도 공적연금에 대한 불신을 야기하는 주요한 요인이 됐고 특히, 기득권층인 공무원 및 군인들에게 국가가 사용자로서의 보험료 납부 이외에 기금고갈로 인한 지급부족에 대해서 정부보전금을 지급하는 것에 대한 상식적 저항이 존재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정창율 위원장은 “결과적으로, 한국의 연금개혁은 재정적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둔 서구 국가들의 연금개혁과 달리, 재정적 문제는 물론 보장성 (급여 적정성) 문제 및 형평성 차원의 문제까지 얽혀 있는 난이도 높은 과제라는 점”이라면서 “한국의 노후소득보장의 문제는 복잡하지만, 크게 보면 재정안정에 초점을 두는 입장과 소득보장에 초점을 두는 입장으로 나뉘어져 있다”며 설명했다.
정 위원장은 연금제도의 상황과 이슈로 ▲재정적 지속가능성 ▲적정성(보장성) ▲ 형평성의 기준을 감안해야 하고, 연금개혁 논의를 위한 원칙과 방향성은 재정의 지속가능성과 노후소득보장 개선을 모두 고려한 양방향 개혁 ▲노후소득보장의 큰 틀에서 공/사적연금체계 포괄 논의 ▲특수직역연금의 재정안정성 제고 및 국민 부담 최소화 ▲사회적 합의와 대타협을 위한 거버넌스 구성 ▲차기 정부에서 개혁안 합의 및 실행(시행시점 명기)연금개혁 논의 등 원칙이나 방향성을 거시적으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 위원장은 “우리나라에서 핵심적인 노후소득보장 수단은 국민연금이기 때문에 국민연금이 주요한 연금개혁에서의 논의대상이어야 하지만, 선결과제 해결이 필요하다”면서 “국민연금 보험료와 소득대체율의 줄다리기로 연금개혁 논의가 단순화돼서는 안 되며, 여러 고려된 상황에서 적정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에 대한 논의로 이어져야 한다”고 내다봤다.
정 위원장은 전문가들마다 기초연금의 향후 기능에 대해서 생각의 차이가 있지만 △현재 구조 유지 △수당으로 확대 △부조로 대상 축소 △일정시점 이후 국민연금과 통합(일반 조세 국민연금 투입) 등으로 한국의 기초연금이 중장기적으로 나갈 방향이며, 한국의 퇴직연금은 중장기적으로 △현재처럼 사업장이나 근로자의 자율성 존중하는 방식 유지 △국민연금을 보완하는 제도로서 기능하는 정책 수단 도입 (강제가입, 연금 의무화) △노후소득보장수단이 안되니 국민연금으로 통합 △ 기타 퇴직연금 보험료의 일부를 국민연금으로 이전해 국민연금의 재정적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방향 등을 제시했다.
정 위원장은 또한, 기초연금과 퇴직연금의 성격 규정에 따라서 국민연금의 목적과 적정 급여 수준은 달라져, 그 전에, 기초연금, 국민연금, 퇴직연금을 통틀어서 목표로 하는 명목 소득대체율 수준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며, 40년 가입을 기준으로 해서 40-60% 수준이 제시될 것인데, 일반적으로는 50-60% 수준을 추구하는 것이 현실적이며, 30년 정도를 가입한다면 40-45% 수준 정도로 대응된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중장기적으로 어떤 제도로 노후소득보장수단을 구성할 것인지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고, 이를 기초로 해 적정 급여 수준을 산정해야 한다며, 따라서, 다층 노후소득보장제도를 구축하는데 있어 기초연금과 퇴직연금의 중장기적 역할을 설정하고, 그에 부합해 국민연금이 현재보다 확대할 것인지 축소할 것인지, 또는 소득비례적 성격을 강화할 것인지, 아니면 재분배적 요소를 강화할 것인지 등을 고려해 제도를 재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개혁을 통해 국민연금 재정의 목표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고, 현재 국민연금의 기금고갈에 대한 우려나 재정 문제는 ‘적게 내고 많이 받는’ 제도 설계로 인한 것으로서, 향후 개혁을 통해서 충분히 개선 가능한 수준이며, 극단적으로는 완전적립방식으로 가는 방법과 완전 부과방식으로 가는 방법이 있으나, 모두 비현실적이며 따라서, 충분한 적립이 목표가 돼야 하며, 이는 예를 들어, 50년 이후 적립 1배 혹은 70년 이후 적립 1배 정도 수준으로 구체화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정 위원장이 국민연금의 재정적 지속가능성과 적정성을 결정하기 이전에, 기초연금과 퇴직연금의 기능과 역할을 명확히 하고, 그에 기초해서 국민연금의 성격(소득비례 혹은 재분배 중심)이나 급여 수준 등을 결정해야 하며 이러한 전제와 방향성하에 세부 개선방안을 제시한 것은 ▲공/사적 연금 소득대체율 목표 : 40-45%(30년 가입 기준) ▲기초연금 : 국민연금과 일원화 ▲ 퇴직연금 : 국민연금을 보완해 모든 근로자에 약 20%의 소득 보장 ▲국민연금 : 재분배 기능 강화로 평균 소득대체율 30% 실현(30년 가입 시) 등이다.
또한 부담능력을 고려한 국민연금 재정확충 방안 중 1안으로 보험료율 현행 9% 수준을 12% 수준으로 인상(이는 국민연금 재정불안정을 다소 개선은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기 때문에, 국민연금 급여는 중산층 이상은 현재보다 다소 줄이는 방안으로 재조정될 필요가 있음. 결과적으로 퇴직연금의 30년 가입 시 소득대체율을 18-20% 제공하도록 조정해 공/사적 노후소득보장체계의 소득대체율은 약 40-45% 수준 유지)와 2안 으로는 보험료율 15% 수준으로 인상(보험료율을 15%로 인상하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은 현행 수준으로 유지. 결론적으로 소득대체율 30%인 국민연금과 18-20%인 퇴직연금을 통해서 총 48-50% 수준의 소득대체율을 보장) 등이다.
정창률 사회복지위원장은 “국가의 재정이 여유가 있고 인구 고령화가 심각하지 않다면 보편적인 기초연금이나 높은 소득대체율을 제공하는 공적연금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면서 “그러나, 여러 제약조건을 고려할 때 (최저연금을 보장하는) 국민연금으로의 공적연금 일원화를 통해서 ‘1인 1연금’을 사실상 실현해 국가는 빈곤경감이라는 연금제도의 최우선적인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는 것”을 제안했다.
이어 “많은 국가들의 연금개혁이 한 번의 개혁으로 끝나지 않은 경우가 많으며 영국의 경우 2000년대 연금위위원회 논의 이후, 2007년부터 거의 10여 년간 여러 차례의 연금개혁이 이뤄졌던 경험이 있다”면서 “이탈리아 역시도 1990년대 대대적인 연금개혁을 2번 실시한 이후 15년 동안 거의 6-7차례의 연금개혁을 통해서 문제점을 수정하고 방향을 재조정하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작용과 반작용이 있어서 영국, 이탈리아 모두 (보장성을 약화시키는) 재정개혁을 세게 한 이후에는 보장성 강화 개혁이 뒤따랐다는 것”이며 “연금개혁이 아무리 장기적인 과제라고는 해도, 강한 재정안정화 개혁으로 인해 발생하는 보장성의 약화에 대응하는 개혁들이 뒤따랐다.”고 되짚었다.
특히 “이 발표에서의 문제제기는 연금개혁의 디테일이 아니라 틀에 대한 것이었다.”며 “앞으로도 모수조정 (보험료율 인상이냐 소득대체율 조정이냐)에 매몰되지 않고, 기초연금의 장기적 형태는 무엇인지, 퇴직연금은 연금개혁 논의에서 무시해도 되는 제도인지 등 에 대한 정리 없이는 연금개혁은 실행된다고 해도 성공하기 어렵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현시점에서의 연금개혁 논의는 모수 조정이 아니라 구조적 개혁이어야 하며, 모수 조정이라는 쉬운 방법은 또다시 연금 문제에 대한 혼란과 갈등만 재현시킬 개연성이 높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며 “거듭 이야기 하지만 우리나라의 연금개혁은 난이도가 높은 과제이며, 따라서 문제점에 대한 공유나 합의부터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중립적이고 강력한 의사결정 구조가 동반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영국의 연금위원회 경험 등은 정권이 바뀌거나 정부의 입장에 반하는 개혁안도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연금개혁이 진행됐다는 점을 주목해야 할 것”이라며 “연금개혁을 보다 긴 호흡으로 두고, 2-3년 정도 충분한 검토와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려는 장기적 관점이 요구된다.”고 내대봤다.
마지막으로, 정창률 사회복지위원장은 “이 발표에서는 개혁의 디테일에 대해서는 거의 논의하지 않았으나, 방향성이 정해진 이후 다양한 구체적 제도 개선사항들이 다뤄져야 할 것”이라며 “예를 들어, 국민연금 수급개시연령에 따른 의무가입연령의 미조정 문제, 장애연금의 제가입기간 조정 문제, (국민연금 최저연금 도입시) 급여 수준 등은 매우 중요한 디테일에 해당되는 부분이나, 큰 틀의 합의가 없는 디테일에 대한 논의는 오히려 연금개혁의 방해물이며, 클 틀의 합의 이후 순차적으로 개별 과제들까지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지정토론에서 유정엽 본부장은 “적정보험료 부담을 전제로 소득대체율의 인상(45~50%)과 국민연금 부과소득 상한 인상, 임금총액 기준 사용자 보험료 기준개선에 찬성”하며 “무엇보다 국민연금의 적정 소득대체율 확보를 중심에 놓아야 함”을 강조했다.
정해식 센터장은 “가입자를 늘리는 것, 지급시기를 늦추는 것, 보험료 부과상하한 조정 등 다양한 정책대안을 고려한 재정 지속가능성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며 기초연금 지급기준을 소득 기준으로 개선하면 보장성의 관점을 바꿀 수 있다”고 제안했다.
문유진 대표는 “청년을 연금개혁 논쟁에 이용하려는 시도를 멈추고 동등한 주체로서 논의 테이블에 앉을 수 있도록 정보와 자원을 충분히 제공해야 함”을 강조했다.
또한, “현행 노후소득보장제도 중 가장 안정적이고 바람직한 제도는 국민연금이므로 사각지대를 해소하여 포괄성을 확대해야 하며, 이름만 ‘사회적 대화’, 허울뿐인 ‘위원회’는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영계를 대표해 참석한 손석호 팀장은 “소득대체율 인상은 현 근로자의 노후소득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나 재정부담은 후세대에 전가하는 것”으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고, “소득대체율 축소·유지, 보험료율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왕구 논설위원은 “연금개혁에 대한 언론의 보도양상은 보장성보다는 재정안정성에 치우쳐 있고 세대 간 갈등을 부추기는 선정적 기사도 많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보험료 인상에만 매몰된 형태를 띄고 있어 균형적 시각으로 다룰 필요가 있고 언론의 역할은 연금개혁이 가져올 파장을 입체적으로 이해하고 국민들에게 쉽게 전달해줄 전문성이 보다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