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이뤄졌던 ‘사회적 거리두기’를 전면 해제했다. 코로나19를 이제 엔데믹(풍토병화)으로 관리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코로나19의 또다른 변이 바이러스가 등장하거나 ‘제2의 코로나’ 등 새로운 전염병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어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백신과 치료제 개발 상황과 역량이 주목된다.
19일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에 따르면 현재 우리 국민의 2차 백신 접종률은 86.7%에 달한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도 최근 10만명 아래로 내려가면서 확진자 수도 뚜렷한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 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자가 대다수를 기록하고 확진자도 감소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 타이밍을 놓친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업계는 코로나19가 풍토병으로 지정되면서 매년 백신 예방접종과 치료제가 쓰일 가능성이 커 관련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현재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인 국내 업체는 SK바이오사이언스, 유바이오로직스, 에스티팜, 아이진, 셀리드, 진원생명과학, HK이노엔, 큐라티스, 국제백신연구소 등 9개 업체다. 다만 3상 단계에 진입한 SK바이오사이언스와 유바이오로직스 외에는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더디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지난 18일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GBP510'의 품질자료 사전검토에 착수했다.
GBP510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6개 국가에서 면역원성 비교 임상 3상 시험이 이뤄지고 있는 유전자 재조합 방식의 백신으로 국내에서 개발된 첫 코로나19 백신이 될 공산이 크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원료의약품과 완제의약품의 제조 및 품질 자료를 제출했다.
식약처가 국내 개발 코로나19 백신 사전검토에 착수한 것은 처음이다. GBP510은 지난해 8월 국산 백신 최초로 개발 막바지 단계인 임상 3상 시험에 돌입했다. 품목허가의 직전 단계로 볼 수 있다.
GBP510은 노바백스 백신과 같은 합성 항원 방식으로 개발돼 비슷한 면이 많다. 기존에 쓰이던 B형간염 백신, 인플루엔자 백신과 같은 유전자 재조합 방식으로 만들어져 안전성이 높다는 평가다. 화이자, 모더나 백신에 쓰인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방식에 비해 부작용이 비교적 덜하다.
GBP510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6개 국가에서 면역원성 비교 임상 3상 시험을 진행 중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임상 3상 대상자 투여를 마치고 결과를 정리하고 있으며 이르면 이달 중 결과를 공개할 방침이다. 회사는 상반기 안에 품목허가를 받는 게 목표다.
정부도 SK바이오사이언스의 코로나19 백신 1000만회분을 선구매하기로 계약했다.
유바이오로직스는 코로나19 백신 '유코백-19(EuCorVac-19)'의 올해 안 출시가 목표다.
유바이오로직스는 지난 1월 국내 식약처에서 비교임상 3상 시험 계획을 승인받은 후 국내 승인된 대조백신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와 협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최근 해외 비교임상 3상 시험을 위한 대조백신을 확보해 백신 후보물질 비교 임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유바이오로직스는 건강한 성인 4000명을 대상으로 우리나라와 필리핀·방글라데시·아프리카 등에서 비교임상 3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유코백-19는 재조합 백신(합성항원백신)으로 유전자재조합 기술을 이용해 만든 항원 단백질을 면역증강제와 함께 주입해 면역반응을 유도한다.
유바이오로직스는 자체 확보 항원 및 면역증강기술(EuIMT)과 출자회사인 미국 POP Biotech사의 항원디스플레이기술(SNAP)을 융합한 백신 플랫폼 기술을 바탕으로 유코백-19를 개발하고 있다.
다만 SK바이오사이언스와 유바이오로직스를 제외하고는 코로나19 백신은 초기 임상에 머물러 있다.
진원생명과학은 2020년 12월 식약처에서 DNA 백신 후보물질 'GLS-5310'의 임상 1·2a상을 허가받았다. 회사는 이 물질을 부스터샷 접종용으로 개발하기 위한 임상 3상 진행을 식약처와 논의하고 있다. 이미 지난 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는 해당 임상 연구를 승인받았다.
아데노바이러스 벡터(전달체) 백신을 개발하고 있는 셀리드는 '투트랙' 전략을 염두에 두고 있다. 기존 바이러스에 대한 기본 접종용 백신은 기허가 백신과 효능을 비교하는 '대조임상' 방식으로 개발하면서 현재 우세종인 오미크론 변이에 대해서는 부스터샷으로 대비할 방침이다.
코로나19 치료제도 주목된다.
국산 코로나19 치료제인 셀트리온의 ‘렉키로나주’가 변이바이러스 ‘오미크론’에 대한 효과가 낮은 것으로 판단되면서 의료기관 공급이 멈췄다. 렉키로나주에 이은 국산 치료제로 신풍제약과 일동제약의 먹는(경구형) 치료제 등이 각광받으며 국내서 임상 3상에 돌입했다.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에 따르면 임상시험 전담 생활치료센터에서 신풍제약과 일동제약이 개발 중인 먹는 코로나19 치료제의 임상 3상 참여자 등록이 시작됐다.
임상시험용 의약품은 일동제약이 일본 시오노기제약과 공동으로 개발 중인 후보물질 'S-217622'와 신풍제약의 말라리아 치료제 '피라맥스정'이다.
제약업계에서는 ‘국산 1호’ 코로나19 치료제인 셀트리온의 ‘렉키로나주’가 큰 기대에도 불구하고 오미크론 확산으로 효용성이 급락한 상황에서 신풍제약과 일동제약의 구강형 치료제에 거는 기대가 크다.
일동제약의 'S-217622'는 오미크론 변이에 효과를 보인다는 실험 결과가 나오면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신풍제약은 영국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으로부터 피라맥스정의 코로나19 치료 효과를 확인하는 임상 3상 시험 계획을 승인받았다. 피라맥스정은 피로나리딘인산염과 알테수네이트 복합제로 항말라리아 치료제로 쓰이고 있다. 신풍제약은 이를 먹는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한 임상을 진행해왔다.
신풍제약은 영국 외에 폴란드, 콜롬비아, 아르헨티나, 칠레 등에서도 임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종근당은 코로나19 치료제 '나파벨탄'(성분 나파모스타트)을 개발 중이다. 나파벨탄은 지난해 4월 식약처로부터 코로나19로 인한 중증의 고위험군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3상 계획을 승인받았다.
현대바이오사이언스는 경구용 항바이러스제 'CP-COV03'의 임상 2상 계획을 최근 신청했다. CP-COV03은 구충제 성분인 니클로사마이드가 주성분이다. 회사에 따르면 최근 질병관리청 산하 국립보건연구원이 수행한 효능 및 독성시험 결과 혈중약물농도 1/3 수준에서 오미크론 증식을 100% 억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셀트리온은 렉키로나에 이어 흡입형 치료제 ‘CT-P63’를 활용한 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셀트리온은 CT-P63의 유럽 임상 3상 시험 계획을 루마니아 국립의약품의료기기청에 신청했다. 방역당국은 코로나19와 델타 변이의 경우에는 렉키로나주를 투여하면 중증 진행이 감소한다는 것을 확인했으나 오미크론에 대해서는 효과가 낮다고 보면서 렉키로나의 의료기관 공급이 중단된 상황이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백신과 치료제는 필요하다”라며 “코로나19 엔데믹이 이뤄지면서 매년 독감처럼 예방접종, 치료가 이뤄지게 될 수 있다.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 수출에도 용이해 국내 업체의 개발역량이 더욱 주목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