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금사 라이선스 반납 25개월…수익 굳건
거래대금 무관 IB강자…17분기 연속 이익 1000억 ↑
1분기 예상치 못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확대된 인플레이션 위기, 공급망 붕괴 등으로 경제지표의 변동성이 확대되며 금융회사들도 고전을 면치 못한 분위기다. 이 가운데 빼어난 리스크관리 능력으로 미소 짓는 기업들이 있다. 이들을 추적해 본다.(편집자 주)
증권사들이 지난 1분기 보유중인 채권 평가익 감소와 거래대금 급감에 따른 수수료 수익 축소로 고난의 행군을 이어간 것으로 보인다. 주요 금융지주 손실에서도 비은행 부문 선봉에 섰던 증권사들의 실적 난조 폭에 따라 희비가 갈리는 상황이 연출됐다.
하지만 메리츠증권은 지난 2일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예상 밖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해 시장을 놀라게 했다.
연결기준 1분기 당기순이익 282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4% 성정하며 분기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이는 2018년 1분기부터 시작된 분기 1000억 원 이상 당기순이익 행진을 17분기 연속 이뤄낸 기록이다. 당초 시장에서 예상(컨센서스)하는 분기 순이익은 1740억 원 수준이었다.
호실적의 원인에 대해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난 3일 보고서에서 “부실채권에 대한 담보물건(호주 부동산) 매각에 따른 지연손해금 회사, 해외 에너지 관련 헤지거래 수익, 비상장수익 평가익 등 일회성 이익 약 1800억 원이 반영됐다”며, “부실채권과 투자자산의 성공적인 회수에 따라 업황 부진에도 불구하고 서프라이즈를 달성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며 목표주가를 5500 원에서 6500 원으로 상향한다”고 밝혔다.
목표주가를 상향하긴 했으나 실적발표 당일 종가 6830원을 기록한 상황에서 목표주가 6500 원은 향후 전망에 대해 후한 점수를 주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정 연구원은 채무보증 확대 여력 제한적, 대출금 감소세를 이유로 들며 지속가능한 이익 체력 개선으로 보긴 어렵다는 입장을 취했다.
현재 자본 대비 채무보증 비중이 100%에 근접한 96% 수준인 상황에서 지난 4분기 편입된 대형 채무보증 약 5000억 원의 상환이 이뤄질 경우 2분기 부터는 80%대로 하락할 가능성 등으로 수익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하지만 17분기 연속 분기 이익 1000억 원을 유지한 경쟁력을 단순히 일회성 비용 효과나 시장상황의 부침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메리츠증권이라는 이름은 지금으로부터 약 2년여 전인 2020년 4월 6일 변경된 이름이다. 직전까지는 메리츠종합금융주식회사와의 합병을 통해 종합금융업을 이어왔다. 종금업 라이선스가 있으면 타사와 달리 NCR(영업용순자본 비율) 규제에 상대적으로 자유로워 IB투자에 있어 적극성을 보일 수 있다는 장점 덕을 본다는 평가가 있었다.
종금 라이선스 반납으로 IB투자시 이른바 위험자산 차감 폭이 작기 때문에 자본효율성이 커져 탄력적인 시장 대응이 가능한 장점이 사라지면 가뜩이나 타 대형사 대비 작은 지점 수 등으로 WM부문 경쟁력의 한계와 함께 초대형IB 경쟁에서 뒤쳐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라이선스 반납과 동시에 찾아온 코로나19 상황은 오히려 오프라인 접점이 좁고 비대면 상황에서 IB부문 경쟁력을 더 키우며 시장상황과 관계없이 꾸준한 실적을 내는 증권사로 탈바꿈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동 기간 주가 또한 이러한 회사 상황을 반영했다.
메리츠증권이 종금라이선스를 반납한 첫 날인 2020년 4월 6일 종가부터 2022년 5월 6일 종가까지 정확히 25개월 동안, 한국거래소가 산출하는 대표 증권사 14곳으로 구성된 KRX증권 지수는 463.25에서 703.30으로 51.8% 상승한 반면 메리츠증권 주가는144.1% 상승을 기록해 업종 상승률의 약 3배를 기록했다.
1분기 말 기준 이익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비율인 ROE는 21.0%로, 10% 전후를 보이는 타 대형사와도 큰 격차를 보인다.
높은 주가 유지 비결로는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도 한 몫 하고 있다.
지난 해 취득한 3400억 원의 자사주 취득에 이어 지난 3월에도 1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추자 매입한 후 전년 3월 매입한 자사주 1000억 원을 지난 3월 소각 공시하는 등 주가 부양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한 증권사 IR팀장은 “메리츠증권은 영업 위주의 정책으로 고성과자에게 높은 인센티브를 제시하는 경쟁 강도가 높은 증권사”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촘촘한 리스크관리로 변동성 확대 장에서 최대 실적을 낸 것은 평가할 만 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고의 공격이 최고의 수비라는 말이 있듯이, 수익구조를 다변화해 위기시 연어처럼 돌아올 수익 포트폴리오를 갖춘 증권사들이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6일 어린이날 연휴 후 다시 열린 한국 시장은 미 연준의 빅스텝 여파로 주요 증권사 주가가 모두 급락한 가운데 메리츠증권 주가만 유일하게 강보합으로 마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