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상 유출된 '국정과제 이행계획서' 문건. /사진=연합뉴스
온라인상 유출된 '국정과제 이행계획서' 문건. /사진=연합뉴스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 중 하나인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 완화가 내년 이후 진행될 것이라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문건이 온라인상 공개되면서 재건축 사업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지고 있다.

해당 문건은 A4용지 1170쪽 분량의 인수위가 작성한 '국정과제 이행계획서'다. 윤석열 정부가 이달 초 공개한 110개 국정과제 내용과 세부 이행계획이 담겨 있는 것으로, 지난 12일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게시물로 올라오면서 퍼지고 있는 상태다.

문건에 따르면 인수위는 부동산 정책 이행 과제에서 '주택 재건축 판정을 위한 안전진단 기준 개정'의 이행시기를 내년 상반기로 설정했다.

안전진단 기준 개정은 법 개정 없이 국토교통부 시행규칙 개정만으로 가능해 이르면 올 상반기 내에 추진될 것으로 기대됐으나, 최근 재건축 대상 아파트값이 크게 오르는 등 시장이 불안 조짐을 나타내기 때문에 속도 조절에 나선 모습이다.

앞서 국토교통부 원희룡 장관후보자도 인사청문회 답변서를 통해 "안전진단 기준을 합리적으로 개선해 도심 공급을 촉진할 필요성은 있으나 안전진단 대상이 되는 아파트가 많아 시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경제 여건, 시장 상황, 규제 간 연관성 등을 종합 고려해 추진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안전진단은 재건축이 가능한지의 여부를 판단하는 작업이나, 그 기준은 그동안 재건축 추진의 걸림돌로 여겨져왔다. 문재인 정부에서 안전진단 기준을 강화하면서 대부분의 재건축 추진 아파트가 사업에 속도를 내지 못했다.

현재 재건축 안전진단 평가는 ▲구조안전성(50%) ▲건축마감 및 설비노후도(25%) ▲주거환경(15%) ▲비용분석(10%) 등 4가지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공약에서 구조안전성 비중을 현행 50%에서 30%로 낮추는 대신 주거환경 비중은 30%로, 건축 마감·설비 노후도도 30%로 각각 높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렇게 되면 노후 아파트의 안전진단 통과가 전보다 수월해질 것으로 예상돼 시장 기대가 높았다.

기존에는 건물의 기울기나 내구력, 기초침하 등을 평가하는 구조안전성 배점 비중이 높다 보니 재건축 연한인 30년이 지난 아파트가 겉보기에는 허름하고 녹물이 나오는 등 주거환경이 열악해도, 구조물 자체가 튼튼하다면 안전진단을 통과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 완화가 내년으로 미뤄진다는 내용에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서는 불만의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 부동산 커뮤니티인 '부동산 스터디' 회원들은 "벌써 날아간 공약이 몇 개냐", "미룬다고 될 일이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해당 문건에 대해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인수위가 마련한 최종본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개정 등은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 해야하는 과제이기 때문에 특정한 추진 시기를 못 박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인수위 측도 "확정된 내용이 아니"라며 "유출경로를 파악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공개된 '국정과제 이행계획서'에는 재건축초과이익 환수법이나 노후신도시 재생특별법(1기 신도시 법) 등 입법이 필요한 과제들은 올해 하반기 국회에 각각 개정·제정 법안을 제출한다는 계획 등도 담겼다.

관심도가 높은 1기 신도시 정비사업에 대해서는 ‘특별법’을 제정해 양질의 10만 가구 이상 추가 공급의 기반을 마련하되 대규모 이주에 따른 전세난에 대응하기 위해 구역·단지별로 순차적으로 정비하고, 이주 전용 단지를 마련할 예정이다. 주택 공급 속도 제고를 위해 올해 하반기에 분양가 상한제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관리제도도 손질한다.

문건에 따르면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 상한제 등의 내용이 포함된 '임대차 3법' 개정도 내년 이후로 미뤄질 예정이다. 이에 대해 인수위는 "입법 여건상 단기간 내 개정이 어렵고, 개편 발표 후 개정 전까지 단기적으로 시장 불안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적었다. 시장 동향을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시장혼선 최소화 및 임차인 주거안정 등을 고려한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