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강화됐던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난 5월부터 본격 사라지면서 멀티플렉스(두 개 이상의 스크린을 보유한 영화관)로 소비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3사의 대대적인 실적개선이 기대되는 가운데 반면 OTT(인터넷동영상서비스)의 구독자 이탈 현상은 뚜렷해지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5월 총 관객은 1455만명으로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직전인 2020년 1월 1684만명 이후 28개월 만에 최다를 기록했다. 지난 4월 312만 명과 비교하면 무려 366% 증가한 수치다.
지난 5월 영화관을 찾은 소비자들의 숫자는 코로나19 팬데믹 수준을 거의 회복한 것이다.
팬데믹 이후 월 관객 수가 1000만명을 넘기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월간 관객 수는 팬데믹 초기인 2020년 4월 97만명으로 바닥을 찍은 뒤 매달 수백만 명대에서 오르내렸다.
지난달 관객 수는 2019년 5월 1806만명, 2018년 5월 1589만명, 2017년 5월 1868만명 등과 비교해 팬데믹 이전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
극장가의 빠른 일상 회복은 기대작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이하 '닥터 스트레인지 2')와 '범죄도시 2'가 2주 간격으로 개봉하며 관객을 대거 동원했기 때문이다.
'범죄도시 2'는 휴일인 지난 6일까지 이어지는 연휴 기간(3∼6일) 동안 관객 169만 3000여명을 동원하며 개봉 20일(7일 기준)만에 누적 관객 수 932만 3000여명을 넘어섰다.
게다가 '범죄도시 2'의 흥행 속도는 2019년 5월 말 개봉해 12일째 700만명을 돌파한 '기생충' 이후 가장 빠른 속도다. 팬데믹 이후 최고 흥행작인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700만 명을 넘는 데 한 달 넘게 걸렸다.
'범죄 도시2'의 경쟁작으로 꼽혔던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쥬라기 월드 3')은 주말 사흘(3~5일) 동안 94만 9000여명을 동원하며 개봉 첫 주말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다.
영화업계에서는 ‘범죄도시 2’의 흥행은 예고된 것이라고 본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난 5월부터 본격 해제돼 영화관에서 한 좌석씩 떼어서 앉던 현상이 사라졌고 영화관 내에서 취식도 허용돼 관객들이 영화관을 찾기가 쉬워졌다.
이에 영화업계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5월의 월 티켓 매출 1546억원까지 기대하기는 어렵겠다면서도 점진적인 실적 턴어라운드를 기대하고 있다.
영화업계는 팬데믹 동안 대폭 감축했던 스낵코너의 점원과 안내요원의 추가모집에 나서고 있다. 또 다양한 이벤트와 신제품을 선보이며 소비자를 끌어모으고 있다.
흥행 기대작들이 앞으로 계속 개봉된다는 점도 영화업계의 기대감을 띄우고 있다.
오는 22일에는 톰 크루즈 주연의 ‘탑건’ 속편인 ‘탑건:매버릭’이 개봉한다. 오는 7월에는 마블의 히어로영화 ‘토르:러브앤썬더’, ‘명량’의 후속작 '한산:용의출현' 등이 개봉한다.
이에 대해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달부터 국내 극장은 손익분기점(BEP) 수준을 기록한 이후 3분기부터는 해외 계열극장을 포함한 연결과 개별 기준 모두 흑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렇듯 오프라인 콘텐츠 시장이 살아나는 것과 반대로 팬데믹 시대에 각광받았던 OTT 시장은 뚜렷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4월 대부분의 OTT 서비스 사용자가 감소했다. 넷플릭스는 올 1월 사용자가 1241만명이었으나 4월에는 1153만명으로 감소해 7.1%의 구독자가 이탈했다.
웨이브는 올 1월 492만명이었던 사용자가 4월 433만명으로 12% 줄었다. 티빙은 1월 기준 418만명이었던 사용자가 4월 386만명으로 줄었다. 쿠팡플레이도 1월 대비 17%의 구독자가 감소해 367만이었던 사용자가 302만명이 됐다.
디즈니플러스는 1월 201만명의 사용자가 4월 153만명이 됐다. 구독자의 23.9%가 감소한 것이다. 시즌은 1월 176만명의 사용자를 확보했는데 4월 144만명으로 구독자의 18.2%가 감소했다. 왓챠는 1월 129만명의 사용자가 4월 112만명으로 줄어 구독자의 13.2%가 감소했다.
지난 1월 총 3024만명이 OTT를 이용했다면 4월에는 2683만명으로 전체 OTT 사용자의 11.3%가 줄었다.
특히 넷플릭스는 지난 1분기 11년 만에 첫 유료 가입자 감소를 발표했다. 올해 1분기 넷플릭스 구독자수는 2억 2000만명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주가도 크게 하락했다.
OTT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OTT가입자가 크게 늘었지만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는 등 엔데믹(풍토병화) 전환이 급격히 이뤄지면서 가입자들이 구독 서비스를 해지하고 오프라인 서비스를 찾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OTT업계는 구독자 수가 매출과 직접 연결되는 수익구조를 갖춘 만큼 구독자 수 감소에 예민한 모습이다. 이에 대응책을 마련하고자 고심 중이다.
티빙은 미국 미디어 그룹 ‘파라마운트 글로벌’과 손잡고 '파라마운트플러스' 콘텐츠를 오는 16일부터 자사 플랫폼을 통해 선보인다. 유력한 콘텐츠사인 파라마운트의 콘텐츠를 독점 공개한다는 목표다.
또 티빙은 KT의 OTT 서비스 ‘시즌’과도 플랫폼 통합을 검토 중이다.
SK텔레콤의 OTT 플랫폼 ‘웨이브’는 미국 워너미디어의 OTT HBO맥스와 재계약을 통해 콘텐츠 경쟁력 확보에 나선다. 재계약이 성공한다면 콘텐츠가 더욱 늘어날 수 있다.
왓챠는 음악과 웹툰 구독을 추가한 '왓챠 2.0'으로의 도약을 선언한 상황이다. 여기에 올해에 약 20편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공개하기로 했다.
‘OTT 공룡’ 넷플릭스는 전 세계 1억 가구 이상으로 추정되는 공유 계정에 대해 과금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는 그간 같은 가구에서 동거하지 않는 사람과 계정을 공유하는 행위에 추가 요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실험해 왔다면서 이를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CNBC는 OTT 현황에 대해 “OTT 업체들이 수익성 확보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이미 이해하고 있지만 넷플릭스의 전략이 더는 필승전략이 아니라는 점이 확인되면서 혼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업체들이 일단은 상황을 지켜볼 가능성이 있지만 결국 투자 지속과 비용 절감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을 마주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며 “OTT 업체 간 합병 가능성도 주목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