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와 식료품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높아지는 물가 속에 내년도 최저임금 설정을 두고 경재계와 노동계간 입장 차이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 노동계가 ‘가구 생계비’를 최저임금 결정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경재계는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인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구분) 적용을 강력히 밀고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9일 제3차 전원회의를 열고 임금과 관련한 논의를 진행했다.
회의 참석자들은 이번 회의에서 내년 최저임금 결정 단위(월급·시급 등)를 어떻게 할지,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차등(구분) 적용할지 등을 논의했다.
논의 결과 결정 단위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시급으로 하고 월 환산액(209시간 근로 기준)을 병기하기로 합의했다. 업종별 차등 적용 여부는 오는 16일 열릴 제4차 전원회의에서 계속해서 논의하기로 했다.
이날 회의에서 노동자위원들은 '가구 생계비'를 최저임금 결정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사용자위원들은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들다며 반발했다.
이동호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최저임금위는 비혼 단신 생계비만을 결정 기준으로 검토할 것이 아니라 가구원이 여러 명인 실태를 반영해 노동자 가구 생계비를 핵심 결정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노동자위원들이 산출한 올해 '가구 유형별' 적정 생계비는 시간당 평균 1만 5100원, '가구 규모별' 적정 생계비는 시간당 평균 1만 4066원이다.
사용자 측은 가구 생계비를 최저임금 결정 기준으로 삼자는 노동자 측의 제안을 반박했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어느 나라도 명시적으로 가구 생계비를 기준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하지 않는다"며 "비혼 단신 근로자는 글로벌 스탠더드이자 지난 30년간 유지된 우리 최저임금위의 심의 기준"이라고 일축했다.
경재계 측은 업종별 최저임금의 구분 적용을 주장하기도 했다.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은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하다.
최근 5년간 시간당 최저임금은 2018년 7530원, 2019년 8350원, 2020년 8590원, 작년 8720원, 올해 9160원이다. 노동계가 주장하는 내년도 적정 최저임금은 시급 기준 1만 1860원으로 올해 시급 9160원보다 2700원 더 많다.
가구 생계비와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 등을 두고 최저임금위가 격론을 벌이는 가운데 생산자 물가는 치솟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생산자물가는 4개월 연속 올랐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말에 발표한 바에 따르면 4월 생산자물가지수는 3월(116.70)보다 1.1% 높은 118.02(2015년 수준 100)로 집계됐다.
올해 1월 이후 4개월째 오름세다.
생산자물가의 상승 이유는 코로나19로 인해 국제 유통망이 흔들리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곡물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소비자물가도 동반 상승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7.56로 1년 전보다 5.4% 상승하며 2008년 9월(5.1%) 이후 13년 8개월 만에 5%대다.
경재계 뿐만 아니라 자영업자들도 현재의 최저임금 수준에 대해 어려움을 호소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최근 조사한 '최저임금 및 근로실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자영업자의 절반 이상은 현행 최저임금이 경영에 부담이 크며 따라서 내년도 최저임금은 동결 혹은 인하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또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외식 수요와 여가·문화 생활도 증가하고 있지만 기대와 달리 자영업자의 절반 이상(53.2%)은 올해 경영 실적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보다 악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최저임금위는 오는 29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에 대한 결론을 도출해야 하나 기한을 넘길 가능성이 크다. 기한이 넘어가게 되면 공익위원의 중재안을 통해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게 된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