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훈 체제 1년 맞았지만 매출 줄고 적자전환
매장 리뉴얼·온라인 강화, 뚜렷한 차이점 없어
오프 매장 줄이며 구조조정 집중.. 재무 불안↑
홈플러스가 역성장에 빠지면서 대형마트 업종 2위 자리를 지키기 어려워졌다. 높은 재무부담에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 수요는 줄면서 본업인 오프라인 유통 부진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지난해 5월에 이제훈 대표를 새롭게 영입했으나 1년여가 흐른 지금 매출은 줄고 적자전환하는 등 불안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제훈 대표는 대형 유통채널 경력은 없으나 식품·뷰티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해 홈플러스의 변화를 이끌 인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이제훈 대표 체제의 홈플러스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홈플러스의 지난 2021회계연도(2021년 3월~2022년 2월) 매출액은 6조 4807억원, 영업손실 133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2020년) 대비 4855억원 줄고 영업이익 규모는 전년 933억원에서 적자전환했다.
이는 경쟁사인 이마트와 비교하면 너무나 큰 격차다. 이마트의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13.2% 증가한 24조 9327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33.1% 늘어난 3156억원이다. 그중에서도 대형마트에서만 지난해에 3조 930억원의 매출을 냈다.
이마트는 신세계그룹 이커머스 플랫폼 SSG닷컴과의 협업 전략이 본격화되면서 온라인 사업에서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 스타벅스의 자회사 편입도 호실적에 큰 영향을 끼쳤다.
반면 MBK파트너스가 인수한 후 홈플러스는 점포 투자보다는 매각에 집중하면서 실적 부진에 빠졌다.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인수금 7조 2000억원 중 약 5조원은 홈플러스의 자산을 담보로 인수금융으로 조달했다. 이에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 인수 후 대부분의 수익을 차입금 상환에 썼다.
특히 세일앤리스백(S&LB, 부지 매각 후 재임대) 방식을 차용해 재원을 마련하면서 수익 악화는 예정된 수순이었다. 홈플러스는 시화점, 울산점, 구미점에 대한 S&LB을 진행했다. 대전둔산점(3802억원) 경기안산점(4300억원) 대구점(1279억원) 대전탄방점(908억원) 등을 팔아 1조원이 넘는 금액을 현금화했다.
최근에는 부산 해운대점도 매각 입찰에 들어갔다. 부산 가야점을 폐점하려 했으나 노조의 반대로 매장을 판 후 다시 입점하는 방식으로 선회했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 속에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 인수 초기 4조 3000억원에 달했던 인수금융 잔액을 2021년 11월 기준 9400억원으로 줄였다.
사실상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의 성장보다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부동산 장사에만 몰두했다. 점포 매각 과정에서 노동자의 고용보장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매각 차익에만 집중하면서 노조와 갈등을 빚어 홈플러스의 이미지도 크게 훼손됐다. 게다가 세일앤리스백 정책도 임차료 증가라는 약점이 발생했다.
이 사이에 홈플러스의 기업 가치도 떨어지면서 본업 경쟁력도 약화됐고 회사 신용도마저 떨어졌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2월 홈플러스에 대한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영업 실적이 부진하고 과중한 재무 부담이 이어지고 있다는 이유다.
홈플러스에 위기가 불어닥친 상황에서 이제훈 대표는 유통 본업 살리기에 주목했다. 이제훈 대표는 올해 초 경영전략보고에서 "올해는 반드시 역성장의 고리를 끊겠다"면서 성장과 투자를 강조했다.
이제훈 대표는 취임 후 오프라인 매장 신선식품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노후 점포들에 대한 대대적인 재단장(리뉴얼)을 단행했다. 신선·즉석식품 등 오프라인 매장의 장점을 강화하면서 식품 특화 매장인 메가푸드마켓을 선보이기도 했다.
약점인 온라인 부문 강화를 위해 배송차량을 대폭 늘리며 투자도 본격화했다. 그러나 온라인 부문은 막대한 투자가 선행돼야 하나 MBK파트너스의 투자금 환수가 멀지 않아 대규모 투자는 쉽지 않다.
게다가 매장 리뉴얼과 온라인 부문 강화는 이마트와 롯데마트도 대대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본력에서 불리한 홈플러스가 뚜렷한 차별성을 갖기는 어렵다.
반면 이마트의 SSG닷컴은 상장까지 추진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고 롯데마트의 롯데온도 롯데그룹 차원에서의 전폭적인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의 수익성 개선보다는 차입금 납부를 위한 점포 매각에 몰두해왔다”면서 “여기서 MBK파트너스의 투자금 회수가 눈앞에 온 상황에서 막대한 투자나 매각 작업이 이뤄지기도 쉽지 않다. 이제훈 대표가 나서서 실적 개선작업을 나서기에도 주변 환경이 여의치 않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