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대마진 늘어나는 은행…밑빠진 독에 물붓기
두텁게 쌓아야 할 대손…정부 간섭에 외국인 투자자 외면

금융지주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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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준의 자이언트스텝 이후 급락하던 주가가 잠시 평화를 찾는가 싶더니 29일 코스피가 2387.10(-1.44%)까지 밀리며 공포감을 자아냈습니다. 지난 23일 1303.50을 기록하며 간담을 서늘케 하다 안정을 찾던 원/달러 환율도 다시 1299.00(+0.62%)까지 치솟았습니다.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과 근로자위원은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내년도 적용 최저임금 수정을을 제시하며 힘겨운 줄다리기 중입니다. 2차 수정안을 통해 근로자 측은 올해 최저임금보다 10.1% 인상된 1만90 원을, 사용자 측은 1.6% 인상된 9310 원을 내놨습니다.

연일 급등하는 인플레 전망을 고려할 때 대다수가 근로자인 일반인의 입장에서 인상폭이 크면 좋겠다는 ‘소박한’ 생각을 해보지만, 사안이 그리 단순하지가 않습니다.

최저임금위원회가 정한 주 소정근로 80시간(유급 주휴 8시간 포함) 기준 최저임금은 불과 5년 전인 2017년 6470 원(월급 135만2230 원)이었습니다. 2018년(7530 원)부터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한 최저임금은 2019년(8350 원), 2020년(8590 원), 2021년(8720 원), 2022년(9160 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났습니다.

“월급 인상이 물가상승률은 따라가야 하는거 아니냐”라는 관점에서 보면 놀라운 일도 아니고, 막상 최저임금이 많이 올랐다고 피부로 체감할 수 있지도 않습니다.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지난 정부의 밑그림을 위해서도 필요한 조치였을 수 있습니다.

다만 기업들, 특히 위기시 견딜 체력이 약한 중견, 중소기업들에게 최저임금 인상은 시시포스가 언덕을 밀고 올라가야 할 바위처럼 다가오는게 현실입니다.

한국은행이 29일 발표한 ‘6월 소비자동향’ 결과를 살펴보면, 기대 인플레이션이 10년 2개월 만에 최고치인 3.9%로 전월(3.3%) 대비 0.6%p나 올랐습니다. 월간 상승폭이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8년 이후 최대라는 분석입니다.

이날 내놓은 향후 전망 수치 중 오른 수치는 물가수준전망, 임금수준전망이고 내린 것은 소비자심리지수와 주택가격전망입니다.

금리와 물가가 계속 오르고 집값은 하향 추세라는건 이제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입니다.

새로 부임한 이복현 금감원장은 연일 은행의 과도한 예대마진 수취를 경고하고 있습니다. 최악의 수준으로 치닫는 가계부채를 생각할 때 감독기관 수장이 시장에 경고를 주는 것이 타당한지 여부와는 별개로 상황의 심각성을 대변합니다.

감독원장의 발언 이후 일부 은행이 여신금리(대출이자) 상단을 소폭 조정하는 액션을 취하는 듯 하지만, 경쟁체제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는 시장에서 인위적인 조정의 폭은 크지 않습니다.

또 집값이 오른다는 보장이 없는데 추가로 무리하게 빚을 낼 사람도 없고, 이미 빚을 내 집을 샀고 매수자가 없는데 헐값에 집을 팔 수 있는 사람도 없는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대기업들의 임금인상률이 과다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물가가 오르는데 임금은 왜 올리면 안되냐는 의견, 우수 인재 확보를 그럼 뭘로 하라는 거냐는 볼멘소리가 나옵니다.

은행 주가(정확히 말하면 금융지주 주가)가 힘을 쓰지 못하고 연일 내리막길 입니다.

연초대비 코스피 하락율과 비교하면 그나마 선방했다는 것이 위안이라면 위안이지만, 금감원장 주장처럼 예대마진으로 폭리를 취하는 곳이 은행이라면 주가가 오르지 않을 이유는 없습니다.

주가란 현재의 수익도 중요하지만 미래가치를 선반영합니다.

삼성전자 주가가 오르지 않는 이유는 지금 돈을 벌지 못해서가 아니라, 경기 침체 우려에 따른 반도체 가격과 수급이 불투명하기 때문입니다.

업친데 덮친 격으로 금융당국은 코로나19로 어려운 소상공인을 돕기 위해 대출 원금과 이자 상환을 최장 20년까지 연장하고 원금감면, 이자할인 등의 추가 조치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코로나19로 어려운 경제를 살리기 위해 돈을 풀고, 풀린 돈 때문에 자산가치가 폭등하고, 너도나도 그에 편승해 주택, 주식, 코인을 마련했는데 남은 것은 빚이요 다가올 일은 인플레와 늘어나는 이자입니다. 그 뒤에 또 있을 지 모를 가정은 상상도 하기 싫습니다.

은행들은 돈을 많이 법니다. 신규 대출이 늘지 않아도 기존 대출의 이자가 느는 것 만으로도 돈이 잘 벌립니다. 다만 경제 부실의 책임을 얼마까지 감당해야 할지, 그래서 대손충당금을 얼마나 쌓고, ESG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사회공헌을 하고, 주주를 만족시키기 위해 얼마나 배당을 해야할 지 점점 알 수 없는 국면으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한 외국계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한국 은행들의 수익성에 대해 점차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며, “돈을 아무리 벌어봤자 저 돈이 어떻게 쓰일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은행주에 베팅하기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은행이 얼마를 벌지 애널리스트들이 추정하는 것이 점차 의미 없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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