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건설업계 수주 물량은 안정적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인해 원자재 값 급등 등 어려움을 겪었다. 올 하반기 건설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4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는 비금속 건설자재 값이 크게 상승, 경제 불확실성으로 인해 공사비는 늘어나고 착공 면적은 줄면서 건설사들의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건산연이 통계청의 건설기성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해 1~4월까지 명목가격 기준은 11.4% 증가했으나 물가를 감안한 불변가격 기준으로는 1.5% 감소했다. 사실상 실적이 줄어든 셈이다.
건설공사비는 지난해부터 1년간 크게 올랐다. 공공 건설공사의 공사비 산정에 기초자료로 활용하고 있는 '건설공사비지수'를 살펴보면 2021년 5월 10.8% 증가한 이후 올해 4월까지 총 12개월 연속 10% 이상의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건설공사비지수가 1년 동안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한 것은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0년 이래 가장 오랜 기간 지속된 것으로, 역대 최장 기간이다.
주요 건설자재값 상승률도 높다. 지난해 급등한 철근 가격 상승세가 올해 소폭 완화되었지만, 시멘트와 레미콘 등 비금속 자재 가격은 상반기 동안 크게 상승했다.
지난해 수급난을 겪었던 철근의 경우 2021년 7월에 전년 동월 대비 60% 이상 증가해 올해 3월까지 50~60% 높은 가격 상승률을 기록하다가, 4월에 30%대로 증가세가 다소 완화됐다.
그러나 시멘트와 레미콘, 아스콘의 경우는 올해 3월부터 본격적으로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시멘트는 3월에 20% 이상, 아스콘도 30% 이상 상승했다.
철근과 같은 금속자재의 경우 수요에 따라서 급격히 가격 변화가 일어나지만, 시멘트와 아스콘의 경우 한번 상승하면 가격하락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을 감안하면 향후 비금속 자재가격 상승으로 인한 부담은 하반기까지 이어져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건산연이 가격 이외에 실재 공사투입량을 확인하기 위해 건축허가면적과 착공면적 증감률을 살핀 결과로는, 1~4월 허가면적은 양호하지만 착공면적은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사비가 상승하자 착공이 감소한 탓이다.
1~4월 건축허가면적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13.1% 증가하고, 주거용과 비주거용 허가면적 각각 16.4%와 11.4% 증가해 양호한 모습을 보였다.
반면 1~4월 건축착공면적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13.3% 감소했는데, 주거용 착공면적은 28.8%나 줄고, 비주거용도 4.6% 감소했다.
박철한 건산연 연구위원은 "하반기에는 자재뿐만 아니라 이자와 인건비 등 비용 문제 종합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글로벌 각국은 초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금리 인상을 단행하고 있는데, 한국은행도 지난 1년 동안 기준금리를 5번 인상, 기준금리가 7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인 1.5%를 기록하고 있어 하반기에도 추가 금리 인상이 예상되므로 하반기에 금융 비용 부담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특히 상반기에는 원자재값 상승으로 인해 다양한 노조파업 사태를 경험했는데, 하반기에는 인건비 상승 문제와 관련해 분쟁이 증가해 공사 진행에 더욱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난 2년 동안 코로나19로 외국인 입국이 어려워져 건설 외국인 노동자 인력난으로 현장이 어려움이 가중됐고, 향후 물가 상승 및 인력난으로 임금인상에 대한 요구가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민간 기업은 비용 관리를 강화해야 하고, 정부는 하반기 자잿값과 금융비용 상승으로 인한 민간 건설사 피해가 최소화 되도록 정책적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상반기 6월 건설기업경기실사지수(CBSI)는 전월 대비 18.7p 하락한 64.7 기록했다. 지난 4월 16.1p 하락한 이후 5월에 수주와 기성의 증가로 인해 다시 13.9p 상승해 회복하는 듯했지만, 6월에 18.7p 하락했다.
이 같은 하락폭은 코로나19 사태로 경기침체 우려가 가장 심각했던 2020년 1월에 20.5p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이며, 지수 자체도 2020년 4월 60.6 이후 2년 2개월 이래 가장 낮은 64.7다.
6월에 유가 및 원자재 가격 부담이 가중된 가운데, 특히 미국의 기준금리가 급등했는데, 전반적으로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감이 커져 지수가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파악된다.
건산연은 7월 지수는 6월보다 8.9p 상승한 73.6로 예측하고 있으나 여전히 70선 초반에 불과해 부진한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