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高물가 대책으로 5G 중간요금제 압박
윤두현 "통신3사, 요금제 데이터량 다양화해야"
시민사회, 보편요금제·구간별 요금제 도입 필요
윤석열 정부가 높은 물가를 잡기 위한 방안으로 가계통신비를 절감하기 위한 ‘5G 중간요금제’ 출시를 압박하고 있다. 이에 통신3사가 5G 중간요금제를 제시했으나 구간별 요금제가 다양하지 않다는 점에서 정치권과 시민사회로부터 비판이 제기된다.
지난 11일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장관은 통신3사 CEO와 취임 후 처음으로 만나 현안을 논의하고 '5G 중간요금제'의 조속한 출시를 당부했다.
이종호 장관은 간담회에서 현안을 논의하면서 "5G 요금제가 소량과 대량 데이터 요금제로 한정돼 있어 이용자의 데이터 이용량을 고려한 이용자 수요에 맞는 중간요금제 출시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에 통신3사 최고경영자(CEO)도 다음달 안에 5G 중간요금제를 출시하겠다고 응답했다.
그중에서도 SK텔레콤은 중간요금제 출시 신고서를 과기정통부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5G 이용자들의 데이터 이용량은 월평균 23~27GB이지만 현행 5G 요금제에는 이에 맞춘 것이 없고 10~12GB(5만 5000원)와 5배 수준인 110~150GB(6만 9000~7만 5000원) 위주로 구성돼 있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이 제안한 중간요금제는 월 5만 9000원을 내면 24GB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안과 월 4만 9000원에 데이터 8GB를 제공하는 요금제가 제시됐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SK텔레콤은 ▲월 3만4000원·8GB(언택트·온라인가입 전용) ▲월 4만9000원·8GB(일반) ▲월 4만2000원·24GB(언택트) ▲월 5만9000원·24GB ▲월 9만9000원·무제한 요금제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신고했다.
통신업계는 5G 중간요금제 출시를 통한 시장 경쟁을 더 지켜봐 달라는 입장이다. SK텔레콤이 선보일 5개 신규 요금제 출시는 경쟁사에도 자극이 돼 더욱 다양한 요금제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통신업계는 데이터를 모두 사용한 후에는 1Mbps급 속도로 중저화질 영상,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무리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저속 무제한 데이터를 제공한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요금제 가입자가 데이터 소진 후 불편을 겪을 수는 있으나 추가 요금에 대한 부담은 없다는 설명이다.
다만 정치권과 소비자단체는 SK텔레콤 등이 제안하는 중간요금제가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낸다.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중간요금제를 먼저 하겠다는 한 회사(SK텔레콤)가 월 사용량 24GB를 중간요금제 대상으로 한다. 그러면 또 어쩔 수 없이 평균 사용량(27GB)을 쓰는 사람들은 그 이상의 고가요금제를 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와 국민의힘은 이런 엉터리 요금체계가 승인돼서 소비자가 부당한 바가지요금을 쓰는 일이 없도록 지켜보고 바로잡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동통신사가 진짜 제대로 소비자를 생각하는 정책을 한다면 또 하나의 구간을 만들거나 월 사용량을 30GB 정도로 하는 것이 맞다“며 데이터 사용량 구간별 요금제가 도입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시민사회도 5G 요금제의 다양화를 촉구하고 있다.
참여연대와 한국소비자연맹, 민생경제연구소, 소비자시민모임은 지난 19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가계 통신비 인하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최근 통신3사가 역대급 실적을 올리고 있는데 본연의 사업 경쟁력 강화가 아니라 설비투자 축소 등 비용 절감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있다”며 “배경에는 고가요금인 5G 이용자가 급증이 있다”고 지적했다.
통신3사는 지난해에 연간 합산 영업이익 4조원을 돌파했다. 또 올해 상반기에는 2분기 연속 합산 영업이익 1억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통신3사가 제대로 된 중저가요금을 검토한다면 고가요금제에 혜택을 몰아주는 데이터 단위가격에 대한 격차를 줄여야한다”며 “저가와 고가에서 최대 30배까지 차이가 나는 데이터 단위가격의 구조적인 모순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실제 가계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서는 통신3사의 저가요금제 경쟁을 촉발시킬 수 있는 보편요금제 도입이 필요하다”며 “이동통신서비스도 다른 상품과 마찬가지로 가격경쟁이 기본이 돼야하나 통신3사가 시장점유율 90%를 차지하면서 요금 경쟁은 실종됐다. 이에 소비자들은 다 쓰지도 못하는 데이터를 위해 필요 이상의 높은 정액요금을 부담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시민사회는 저가요금제 가입자 차별을 시정하는 방향으로 다양한 5G 중저가요금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가계통신비 부담을 낮추는 방안으로 ▲LTE 서비스 가격 인하 ▲선택약정 할인율 30%로 상향 확대 ▲보편요금제 도입 등을 제시했다.
특히 보편요금제를 도입하게 되면 통신3사의 저가요금제 경쟁에 촉매제 역할이 부여돼 다양한 중저가요금제가 출시될 가능성이 높다고 시민사회는 보고 있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5G 중간요금제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거세지는 가운데 이를 결정하게 될 과기정통부에게 관심이 쏠린다.
과기정통부는 SK텔레콤이 제안한 5G 중간요금제에 대해 신고서 제출일로부터 15일 안에 수리 또는 반려를 결정한다. 이에 이달 안에 결론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지난 20일 기자간담회에서 “국민 경제가 어려운 상황이고 국민의 요청이 있었다”며 “절차와 규정에 따라 보름 내에 (5G 중간요금제 허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기정통부가 SK텔레콤의 5G 중간요금제 신고서를 반려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과기정통부가 법적으로 강요할 수단은 없다"고 답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