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구민의 친구로 탄생한 양천구의 옴부즈만

칼바람 속 겨울내내 국민들이 광장으로 향했다. 한 손엔 촛불을, 다른 손엔 태극기를 휘날리면서... 2,500여년전 질그릇 조각(陶片)을 들고 참주(僭主)를 추방하기 위해 아고라 광장으로 향하던 아테네 시민들이 혀를 찰 일이다. 국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때 그 구성원인 국민들이 이렇게 고생하게 된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군사정부 하에서 중단되었던 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20여년이 흘렀다. 시민들의 주권의식과 참여수준은 전례없이 높아졌고 민선지방정부는 행복한 지역공동체를 위해 다양한 정책과 사업들을 꽃피우고 있다.

우리 양천구도 지난해 서울시·자치구협력사업(인센티브) 전 부문을 비롯, 전체 44개 분야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아 12억 2천만원의 시상금을 수상하였고, 주민들의 참여 열기도 높아 제안 활성화 우수기관(전국 상위 8개 기관)으로 선정되었으며, 연간 25,000여건의 민원을 처리하며 고충민원처리평가 우수기관(전국 상위 5개 기관)으로 선정되었다.

유비쿼터스(Ubiquitous) 시대임을 감안하면 민원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주민들과의 소통과 참여가 활발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가나 행정기관이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부족하거나 세밀한 부분은 주민들의 요구를 받아서 보완해 나가는 것이 합리적 운영일 것이다.

문제는 일반적 절차에 의해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경우이다. 제도적 모순이 내재해 있어 행정기관에서 문제를 풀 수 없는 경우, 집단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여 합리적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경우, 공직자의 부적절한 민원 응대로 민원인과 불신이 깊어진 경우 등에서, 단순민원이 반복민원으로, 일반민원이 고질민원으로 발전하게 된다.

촛불과 태극기를 들고 칼바람을 맞는 불편함, 그 이상의 절실함과 서류뭉치를 가슴에 안고, 몇 달씩, 몇 년씩 행정관청과 상급기관, 사법기관 등을 돌아다니는 안타까운 일이 주변에서 이어지고 있다.

옴부즈만(Ombudsman)은 대리인, 후견인을 뜻하는 스웨덴어에서 기원하며, 행정기관의 위법·부당한 처분에 대해 주민들이 이의를 제기할 경우, 이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도이다. 국가기관에 업무처리를 요구하다보면 담당자의 충분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커다란 절벽을 마주하는듯한 절망감이 들 때가 있다. 개인이 넘기 힘든 높고 가파른 절벽이다.

서울시 옴부즈만위원회에서는 건축, 교통, 법률 등 분야별 전문가 24명을 모집하였고, 구로구에서는 매 년 1억 7천만원 이상의 옴부즈만 예산을 편성하여 구민들의 고충민원 해결을 위해 나서고 있으며, 마포구에서는 25년전 행정오류를 옴부즈만이 바로잡아 구민의 재산권을 보호해 주고 있다.

1809년 스웨덴에서 시작된 옴부즈만은 영국(Parliamentary Commissioner for Administation) 프랑스(Médiateur de la République) 오스트리아(Volksanwaltschaft) 등 유럽전역과 북미와 남미, 아시아 등 세계 150여 국가로 확산되었으며, 개별국가 뿐 아니라 UN, IMF, WHO등의 국제기구, 기업과 금융, 언론과 대학(Harvard/Stanford Univ.)등 각 기관은 물론, 장애인 옴부즈만, 군인 인권보호를 위한 국방옴부즈만 등 특수한 분야로 확대 설치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가옴부즈만인 권익위원회를 필두로 서울시 등 전국 25개 지방자치단체에서 감사와 민원을 효과적으로 처리해 가며 시민들의 후견인 역할을 하고 있다.

<양천구청 제공>

우리 양천구에서도 옴부즈만제 운영을 위해 필요한 조례안을 제출하였으나 2014년에 이어 2016년에 또 다시 무산되었다. 제도의 필요성과 근거 법령, 구민들과의 약속, 고충민원으로 인한 구민들의 고통 등을 지속적으로 설명하였으나, 양천구의회 일부에서 제도적 모순과 예산낭비, 효율성 저하 등의 이유로 도입을 반대한 것이다.

모름지기 구의회를 포함한 지방정부는 구민들의 뜻을 가장 높은 가치로 존중해야 할 것이다. 지난달 3000여명의 구민들을 대상으로 옴부즈만에 대한 의견을 설문한 결과 전체 68%의 찬성의견을 확인한 바 있다. 고충민원 해결을 희망하는 시민들의 뜻은 불문가지(不問可知)일 것이다. 문제는 어떠한 수단과 절차를 통해 가장 효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다행히 양천구는 서울시의 지원으로 옴부즈만 제도를 한시적으로나마 운영할 수 있게 되어 공모절차를 통해 감사 및 민원전문가를 3명을 위촉하였다.

이제 민원 제안자들은 홈페이지를 통한 고충민원 신청으로 업무 처리부서와 감독부서 공무원에 의한 동일한 답변이 아닌, 보다 객관적인 시각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든든한 동반자를 만나게 될 것이다.

양천구청의 모든 것은 궁극적으로 양천구민을 위해 존재한다. 양천구의 모든 업무는 민원인을 위한 것이다.

감사(Audit)의 어원이 듣는 것(Audio)이듯 옴부즈만은 경청(傾聽)하는 사람, 몸을 기울여 구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사람이다. 양천 옴부즈만은 구민의 다정한 친구가 될 것이다.

 

          김기식 서울시 양천구청 감사담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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