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과 9일 이틀간 서울시에 집중호우가 내리며 침수 피해로 반지하 주택에 거주하던 시민들이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서울시는 "앞으로 반지하 주택을 전면 금지하겠다"며 관련 대책을 준비한다.
11일 정부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이번 주 안으로 각 자치구에 건물의 지하·반지하 주거용 건축을 불허하는 지침을 전달할 예정이다. 아울러 반지하 주택 건축을 전면 금지하는 내용의 건축법 개정을 추진하고, 10~20년 유예기간을 두고 순차적으로 반지하주택을 폐쇄하는 '일몰제'를 추진할 방침이다.
또 지하·반지하 주택에 현재 거주 중인 세입자가 나간 뒤에 비주거용으로 바꾸면 인센티브를 주는 등의 방법을 통해 건물주로부터 용도 전환을 유도하고, 세입자가 나가고 빈 공간으로 유지되는 지하·반지하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의 '빈집 매입사업'을 통해 사들여 리모델링해 주민 공동창고나 커뮤니티시설 등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서울시 반지하 주택의 침수피해는 앞서 지난 2010년 여름에도 있었다. 당시 일일 200~250mm의 폭우가 쏟아지며 수 만 가구의 반지하 주택 거주자가 피해를 입자 서울시는 반지하 주택 신규 건축허가를 제한하는 방안을 정부에 제안했고, 정부가 이를 수용해 현재 건축법 11조에는 '상습 침수지역 또는 침수 우려지역 건축물 지하에 주거용 공간이나 거실을 설치하는 것을 건축위원회 심의로 불허할 수 있다'는 근거 규정이 마련됐다.
다만 해당 법 제정 이후에도 서울시 내에 약 4만 가구의 반지하주택이 신규 공급된 것으로 확인됐다. 자치구 소관인 소형 건축물 인허가를 서울시가 모두 관리하기 어렵다는 허점 탓이다. 이에 서울시는 이번에는 건축법을 개정해 반지하 주택을 아예 '불법'으로 규정하려는 방침인 것이다.
이번 서울시의 결정에 대해 서민들의 주거 환경을 개선시킬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반지하라는 형태가 주거공간으로서는 장점보다 단점이 훨씬 많다"며 "주거금지책은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지하 주택 가구 이주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반지하 주택은 2020년 기준 32만7320가구에 달한다. 이 가운데 61%에 해당하는 20만849가구가 서울시에 집중돼 있다. 한국도시연구소에 따르면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반지하 주택 가구 비중이 높은 자치구는 중랑구(11.3%)와 광진구(10.6%), 강북구(9.5%), 관악구(8.4%) 등 순이다. 특히 관악구의 경우 숫자로만 본다면 반지하 주택 가구수가 2만113가구로, 서울시 안에서 가장 많은 반지하 주택이 몰려있다.
서울시는 상습 침수 또는 침수 우려구역을 대상으로 모아주택, 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통한 빠른 주거 환경 개선을 추진하고, 해당 지역 지하·반지하 주택에서 거주하고 있는 기존 세입자는 주거상향을 통해 공공임대주택 입주 지원 또는 주거바우처 등을 제공한다는 계획도 함께 밝혔으나 당장에 실현 가능성은 낮을 전망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SH공사가 보유한 공공주택 10만1998가구 중 아파트는 대부분 입주가 완료됐고, 다세대 및 빌라 매입 임대주택 공실(약 400가구)과 재난 긴급지원용 공가(약 397가구)로는 즉시 입주가 가능한 주택이 800가구 정도에 불과하다.
또 SH공사는 부채 감축을 위해 연평균 2400억원 이상 투입한 매입 임대주택 예산을 점차 삭감하고 있어 단기간에 다수의 반지하 주택을 사들이기 어려운 실정이며, 서울시 내 20만 가구가 넘는 반지하 주택 거주자들의 이주 수요도 즉각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다.
윤석열 정부 역시 이전 정부보다 연간 3만가구가 감소한 연간 10만가구 수준으로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참여연대는 반지하 주택 거주자와 관련해 "이들 계층은 민간 시장에서 정상적인 양호한 주택을 구하기 어려워 공공임대주택이 공급되지 않는다면 비정상적인 거처를 탈출하기 어렵다"며 "주거상향지원사업 대폭 확대와 여러 형태의 주거취약계층들에 대한 대책을 종합적으로 내놔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서울시는 우선적으로 이번 달 안에 반지하 주택 약 1만7000가구를 대상으로 현황을 파악해 대책을 마련하고, 서울 시내 전체 반지하 주택 20만가구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 데이터베이스 구축 및 위험단계(1~3단계)를 구분해 관리한다는 계획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하·반지하 주택은 안전, 주거환경 등 모든 측면에서 주거취약 계층을 위협하는 후진적 주거유형으로, 이제는 사라져야 한다"며 "임시방편에 그치는 단기적 대안이 아니라 시민 안전을 보호하고 주거 안정을 제공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