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진행' 화물차주, 하이트진로 서울본사서 고공농성 이어가
하이트진로 노조 "사측, 집단해고·손배소송·노조파괴 멈춰야"
하이트진로 "노조 불법행위 멈춰야… 공권력도 적극 나서야"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하이트진로지부(하이트진로 노조)가 원청인 하이트진로를 향해 운송료 인상 등을 요구한 파업이 4달 가까이 진행 중이다. 파업 리스크가 해소될 기미가 없는 가운데 주류업계는 오랜만에 맞은 성수기에 주류대란이 나타날까 우려하고 있다.
18일 하이트진로 노조는 하이트진로 서울 청담동 본사 앞에서 ‘고공농성 투쟁 승리 공공운수노조 결의대회’를 열었다. 하이트진로 노조는 하이트진로와 수양물류를 상대로 운임 30% 인상, 고용 승계. 공병 운임 인상 등을 요구해왔다. 이들은 하이트진로 공장에서 주류 출고를 막는 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하이트진로 노조는 이번 결의대회에서 하이트진로를 향해 집단해고·손해배상소송·노조파괴를 멈출 것을 요구했다.
현정희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하이트진로가 법을 지킨다고 이야기해놓고 손해보상과 가처분 등으로 화물노동자를 잡으려 한다”면서 “하이트진로 화물차주 노동자들은 100일이 넘도록 노동자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투쟁 중이다. 하이트진로는 15년 전 임금을 그대로 받으라는 것도 모자라 파업을 진행 중인 노동자들에게 노조를 탈퇴하면 손해배상을 취소해주겠다며 노조파괴에 나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하이트진로는 화물차주를 상대로 15년째 변화없는 임금을 지불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만 배를 불리는 가운데 화물노동자의 삶은 더욱 가난해지고 있다”면서 “하이트진로는 지분의 100%를 보유한 운수회사 수양물류를 통해 화물차주를 고용하고 있으면서 대화에 나서지 않고 노조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있다, 이제라도 하이트진로는 성실히 대화에 임해야하며 노동부도 하이트진로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대표(회계사)는 “하이트진로의 총이익율은 40%를 넘어서고 있다. 여기서 화물차주들에게 지불하는 물류비를 10% 인상한다고 한들 회사에 타격이 없다”면서 “하이트진로가 향후 5년 이상 유지하기 위해서는 화물노동자에게도 이익을 돌려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재 하이트진로 노조는 하이트진로 본사를 4일째 점거 중이며 입장차가 큰 상황에서 대치가 길어지고 있다. 하이트진로 노조는 파업 97일째인 지난 16일부터 하이트진로 본사 1층, 로비, 옥상을 점거하는 농성을 개시했다. 경찰도 4개 기동대를 투입해 혹시 모를 충돌에 대비하고 있다.
또 하이트진로 노조는 이날 오전에도 용산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박상길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하이트진로 화물노동자들의 절박한 생존권 투쟁을 위해 시작된 이번 고공농성 사태 해결을 위해 윤석열 대통령과 집권 여당은 책임 있는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결의대회는 예정대로 마무리됐지만 현장에서 유튜브 ‘가로세로연구소’의 김세의 전 기자가 영상을 촬영하다가 공공운수노조의 항의를 받아 쫓겨나는 등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하이트진로는 화물연대 조합원 11명을 대상으로 약 28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기했다. 또 건물을 점거하고 있는 조합원들에게 퇴거 요청을 하면서 고소장을 접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외에 하이트진로 이천·청주·강원 공장에서 파업으로 인해 수양물류 소속 조합원 132명이 계약 해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돼 하이트진로 측은 “수양물류가 업무 이행 의사가 없고 불법행위에 가담한 12명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한 것으로 130여명을 해고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또 “화물연대의 각 공장에서의 불법 시위에 이어 본사 무단 점거같은 불법 행위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모든 상황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수양물류쪽에서 지속적으로 대화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런 불법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공권력이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주류업계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에 줄어든 주류 소비량이 늘어나기를 기대하고 있었으나 하이트진로 노조 등의 파업으로 주류대란이 나타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주류업계는 리오프닝(경기 재개)으로 인한 축제·행사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러나 축제·행사 마케팅이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점차 취소되는 분위기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여기에 노조 파업으로 인해 한때 하이트진로 이천·청주공장의 출고율은 평시의 38% 수준까지 떨어졌다가 대체 직원 투입, 도매상들의 직접 운송 참여로 다소 회복됐던 사례도 있었다. 노조 파업이 더욱 장기화되면 다시 제품 출고율이 떨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