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대출금리 인하 노력 만으로도 합격점
이용자 친화적이지 않은 불편한 시스템은 개선해야

연초 후보자 시절 대선 공약을 발표하는 윤석열 대통령(제공=연합뉴스)

22일 공개된 전국 은행 예대금리 차(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간 차이) 공시를 두고 업계와 이용자 모두에게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은행 입장에선 획일적으로 비교할 수 없는 행간의 의미들이 가려진 채 단순히 예대금리차 만으로 ‘좋은 은행’과 ‘나쁜 은행’이 가려지는 점이 불만입니다. 이용자들은 이것만 봐선 내가 원하는 정보를 일목 요연하게 보기도 어렵고, “그래서 뭐 어쩌라는 거냐”는 볼멘소리가 나옵니다.

하지만 막상 공개 이후 나온 불만의 목소리와는 별개로 은행들의 대출금리 인하 움직임이 발빠르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예대차가 상대적으로 크다는 신한은행은 ‘오명’을 벗기 위해 즉시 대출금리를 인하했습니다.

24일부터 신용대출 상품 금리를 0.3~0.5%p 낮췄습니다.

주담대 고정금리(금융채 5년물 지표금리)와 변동금리(코필스 지표금리)도 각각 0.2%p, 0.1%p 인하했고, 전세자금대출도 0.2%p 일괄 낮췄습니다.

KB국민은행도 25일부터 주담대(혼합형, 고정금리) 상품 금리를 0.2%p 낮출 예정입니다. 4월부터 이어온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 금리 인하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NH농협은행은 26일부터 새희망홀씨대출, 청년전원세대출 등의 상품에 각각 0.5%p, 0.3%p 우대금리를 적용해 대출자 부담을 낮춘다는 입장입니다.

중저금리 대출자 비중 목표를 맞추느라 이번 공시에서 손해(?)를 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도 '코드K 자유적금' 등 수신상품 3종의 금리를 최대 0.8%p 높여 여수신 스프레드를 좁혔습니다.

25일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하는 날입니다. 통상 은행들은 그 인상 방향과 폭을 감안해 그에 맞게 금리를 조정해 왔습니다.

미국 연준의 매파적인 기조와 경기침체 우려를 모두 감안할 때 전문가 90% 이상이 25bp인상을 점치고 있기는 하나, 금통위 개최도 전에 은행들이 발빠르게 움직이는데 이번 은행연합회 예대금리차 공시가 영향을 줬다는데 이견은 없습니다.

이번 공시를 두고 전문가들은 많은 문제점을 제기합니다.

첫째, 시장경제 체제에서 예대마진을 많이 가져갔다는 것이 정말 잘못이냐는 문제입니다.

은행별로 서비스가 다르고, 예대차가 큼에도 불구하고 이를 상쇄할 만한 서비스를 제공했거나, 각 개인별 상황에 맞는 선택의 결과로 나온 숫자에 인위적인 변화를 가하는게 자본주의 논리에 맞냐는 질문입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주주 관점에서는 더 높은 수익을 내면서도 일정 수준의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면 그만큼 서비스 경쟁력이 있다는 의미이므로 박수칠 일”이라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습니다.

둘째, 각 은행의 고객 분포와 구성이 다른데 이를 일괄적인 잣대로 재단할 수 있냐는 물음입니다.

이른바 4대 시중은행과 특수은행들의 설립 목적과 지향점이 다르고, 중앙에 거점을 둔 은행과 지방 거점 은행의 고객 성향이 다르며, 그런 차이를 다 감안해 고객이 합리적 선택을 한 것을 두고 왈가왈부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입니다. “이럴 바에는 아예 은행을 하나만 두라”는 질타도 새어 나옵니다.

셋째, 이런 순간 늘 나오는 은행의 공적 기능에 대한 갑론을박입니다.

은행은 사기업임과 동시에 국가 경제 시스템의 중요한 한 축을 맡고 있는 만큼 경제 상황에 따른 왜곡이 나타날 때 정부의 시장 개입을 도울 책무가 있다는 당위론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은행이 왜 산불이 나거나 수해가 났을 때 큰 규모의 지원에 나서야 하는지 설명할 길이 묘연해집니다.

아무튼 이번 예대금리차 공시는 많은 화제를 낳고 있습니다.

지지율이 급락한 현직 대통령의 공략 사항이었던 만큼 사회적 혼란만 야기시킬지, 아니면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지가 관심사였습니다.

여러 불만에도 불구하고 뚜껑을 연 결과를 평가한다면 B학점은 되는 것 같습니다.

아직 이용자 관점에서 시스템의 개선 여지가 많다는 점, 7월 한달 간의 성적만 가지고 획일적인 낙인을 찍어선 안된다는 점 등은 숙제로 남았습니다. 다만 ‘나쁜 은행’으로 낙인찍히지 않기 위해 은행들이 허리띠를 좀더 졸라매는 것 만으로도 서민들의 고통이 조금이나마 경감된다면 그 또한 무시하기 어려운 긍정 효과라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완벽한 제도는 없습니다. 불비사항을 보완하고 그 해석에 신중을 더해 합리적인 금융생활을 영위하려는 각 주체들의 노력을 기대하며 다음달 공시를 기다려보겠습니다.

NH농협은행은 오는 26일부터 NH새희망홀씨대출, NH청년전월세대출에 최대 0.5%p, 0.3%p의 우대금리를 적용하기로 했다.

그 기준이 무엇이 됐든 서민 부담을 지우는데 가장 뒤쳐진 것 같은 모습은 보이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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