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시티 상상도. /사진=네옴시티 프로젝트 홈페이지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시티 상상도. /사진=네옴시티 프로젝트 홈페이지

정부가 국내 건설사의 대규모 해외 인프라 사업 진출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나선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시티'(NEOM City)사업이 주목받고 있다.

2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해외 건설 수주액은 2005년에 100억 달러를 넘기고서 2010년 716억 달러로 최고액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후 감소세를 보이며 최근 5년(2018~2022) 동안은 300억 달러 내외에 머물고 있다.

이에 정부는 임기 내 해외 건설 수주액 연간 500억 달러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이를 위해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함과 동시에 민간 건설사, 공기업, 정부가 협력하는 '팀코리아' 합동 진출 등을 계획하고 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가 지난 7월 공개한 총 규모 5000억 달러(650조원) '네옴시티' 사업을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지난달 30일 '2022 글로벌 인프라 협력 콘퍼런스'(GICC)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30일 '2022 글로벌 인프라 협력 콘퍼런스'(GICC)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30일과 31일 이틀간 국토교통부 주최로 열린 '2022 글로벌 인프라 협력 콘퍼런스'(GICC)에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방한 중인 마나르 알모니프 네옴시티 최고투자책임자(CIO)를 만나 한국기업의 네옴시티 사업 진출을 측면 지원했다.

아울러 국토부는 지난달 31일 관계 부처와 합동으로 '해외 인프라 수주 활성화 전략'을 마련해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7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표했다. 여기서 대규모 발주가 기대되는 중동 지역은 사우디아라비아 순방 등 고위급 외교와 함께 대규모 금융지원을 통해 국내 기업의 협상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분위기에 국내 건설사들이 네옴시티 사업에 큰 관심을 갖고 수주전에 참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시티' 사업은 사우디아라비아 서부지역에 서울의 44배 넓이(2만6500㎢)의 저탄소 친환경 스마트 도시를 짓는 프로젝트다.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추진하는 사회변혁 프로젝트 '비전 2030'의 일환으로, 2030년까지 인구 200만명, 2045년 900만명 유치가 목표다. 초대형 거울로 둘러싸인 일자형 직선·수직형 도시 '더 라인'(The Line)을 중심으로 산업단지 '옥사곤'과 초대형 관광단지 '트로제나' 등으로 구성된다. 

더 라인 조감도.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의 '더 라인' 구조도. /사진=네옴시티 프로젝트 홈페이지

앞서 지난 6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그리스계 건설회사 아키로돈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네옴시티 '더 라인'의 터널공사 사업을 수주했다. 더 라인 가운데 가장 아래 건설되는 고속여객열차와 화물열차 등을 위한 28㎞ 이상의 터널을 뚫을 예정이다.

이어 추가 수주를 위해 사업을 물색하는 모습이다. 현대건설의 경우 더 라인 터널공사 수주 이후 네옴시티 산업단지 옥사곤의 항만공사 입찰에 참여하는 등 열띤 행보를 보이고 있다.

또 삼성물산·현대건설 컨소시엄에 문화기업인 SM엔터테인먼트가 가세해 '팀코리아'가 마련될 예정이다. 이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계획으로, 건설뿐 아니라 문화, 정보기술(IT) 등이 결합된 프로젝트팀을 꾸려 사우디아라비아에 문화산업을 융합한 새로운 사업모델을 제시해 네옴시티 수주에 성공하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정부는 내년 1월 팀코리아 관계자들과 함께 사우디아라비아에 공식 방문할 예정이다.

대우건설도 네옴시티 사업에 정조준하고 있다. 백정완 대우건설 사장은 GICC에서 "회사 차원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프로젝트에 관심이 많다"고 말하며 적극적인 사업 참여의지를 내비쳤다.

특히 대우건설은 하늘을 이동 통로로 활용하는 미래의 도시 교통 체계인 '도심항공교통'(UAM) 사업을 전략적으로 추진하는 중으로, 이를 네옴시티에 접목하는 스마트 도시 건설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도화엔지니어링도 네옴시티 프로젝트에 턴키로 함께 참여할 시공사를 접촉하는 중으로, 발주될 것으로 예정된 관광 리조트단지, 해상 매립 산업단지 쪽으로 수주 방향성을 잡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네옴시티가 아직 구체적인 사업계획이 나오지 않았기에 신중하게 수주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간 중동지역 사업의 경우 장기간 지연되거나 사업비를 제때 받지 못하는 등 위험요인이 있어왔서다. 한화건설의 경우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 사업에서 2년 넘게 공사대금을 수금받지 못하면서 공사를 중단한 상태다.

한편 정부는 국내 기업의 해외 수주 확대를 위해 금융 지원에도 나선다.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의 법정 자본금 한도를 5000억원에서 2조원으로 상향해 민간 사업자의 투자지분 인수를 지원하고, 인프라 대출채권을 국내 금융기관뿐 아니라 해외 금융기관에도 매각할 수 있도록 대부업법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또 해외건설협회와 KIND 등 여러 기관에 흩어져 있는 해외발주정보를 통합해 제공하고, 주요 발주국의 법률·정책에 대한 한국어 번역 서비스와 함께 법률·세무·금융 컨설팅 등의 지원도 확대할 예정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우리나라는 중동 붐을 일으킨 해외건설 강국으로서 충분한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며 "해외 건설시장의 활성화가 기대되는 만큼 정부와 공공, 민간의 수주역량을 한층 강화하고 한 팀이 돼 연 500억 달러 수주와 4대 해외건설 강국 진입을 목표로 함께 뛰겠다"고 강조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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