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교체, 증자로 2단계 추진 ‘캐롯’…온&오프 결합 ‘하나손보’
‘카카오페이손보’ 출격준비…카카오톡 플랫폼 위에 생활보험 공략
보험사들이 수익성 개선을 위해 출범시킨 디지털손해보험사들이 본격적인 경쟁을 위한 담금질에 들어가는 분위기다. 최초의 디지털손보사로 주행거리에 따른 보험료 책정으로 히트한 한화손해보험 자회사 ‘캐롯손해보험’, 금융지주의 우산 아래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시너지를 추구하는 하나손해보험, 카카오톡 플랫폼을 등에 업고 생활밀착형 보험으로 빠르면 내달 출범을 앞둔 ‘카카오페이’ 등이 출사표를 내고 있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규모가 큰 생명보험업이 고전하는 사이 비대면 효율화가 가능한 디지털손보사들이 약진의 채비에 나서고 있다.
◆ 1호 손보사 캐롯손해보험…그룹 디지털전략의 기대주
먼저 시동을 건 쪽은 캐롯손해보험이다.
캐롯손해보험은 한화생명의 손자회사(한화손해보험 자회사)로 한화손보의 디지털전환과는 별도로 회사를 만들었다. 특히 SK텔레콤, 티맵모빌리티, 현대자동차 등이 참여해 한화손해보험에서 내려온 보험인력과 IT기반의 인프라를 구축, 주행거리에 따른 자동차보험료 책정으로 인기를 끈 ‘퍼마일자동차보험’을 내놓아 주목을 받았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 중 차남인 김동원 부사장은 금융계열 핵심회사인 한화생명에서 디지털팀장(2015), 디지털혁신실 상무(2017), 최고디지털전략책임자(CDSO, 2020) 등을 맡으며 그룹의 디지털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주도해왔다.
다만 출범 2년 반이 지난 현재 아직까지 흑자전환에는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 빅데이터, AI영상인식기술 등 첨단 IT인프라를 갖추기 위한 인력투자 대비 시장 형성에는 이르지 못한 단계다.
캐롯은 1일 자로 신임 CEO에 한화생명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을 거쳐 전략투자본부장을 지낸 문효일 대표를 선임했다.
캐롯손보 관계자는 “문 대표는 금융계열사 내 IT와 투자를 모두 이해하고 있는 전문가로 손꼽힌다”며, “전임 정영호 사장이 회사 준비위원장 시절부터 3년간 이끌며 조직을 반석에 올려놓고 한화생명으로 영전하고 그 바톤을 문 대표가 이어받아 혁신을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캐롯손보는 그 준비단계로 올해 3000억 원 수준의 증자 계획을 이행 중이다.
결손금을 메우고 자본 수혈을 통해 스케일업을 이뤄 수년내 상장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다.
유상증자 전까지 60.44%의 지분을 보유중이던 한화손보는 지난 달 1750억 원 규모의 증자에 502억 원 규모로 참여해 지분율이 54.63%로 내려왔다. 대신 스틱, 알토스, 어팔마 등의 투자자들이 증자에 참여해 기존 주주인 SKT 등의 지분도 소폭 내려왔다.
회사 관계자는 “당초 올해 2000억 수준의 증자를 검토했지만, 회사의 빠른 성장에 주주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 증자 규모를 3000억 원으로 상향조정했다”며, “기존 주주들도 단순 투자를 넘어 구체적인 전략을 공유하는 만큼 일정 부분의 지분 관계는 유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비은행 부문 포트폴리오 일익 담당…하나금융 지원 받는 하나손보
하나금융그룹 우산 아래에 있는 하나손해보험도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2015년 더케이손해보험을 인수한 하나금융은 2020년 6월 사명을 하나손해보험으로 바꾸며 그룹 비은행 계열사의 한 축으로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
다만 자동차보험 의존도가 높은 가운데 손해율 경쟁에서 대형사에 밀리는 취약점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하나손보 관계자는 “더케이손해보험이라는 자동차보험사로 시작한 배경이 있지만 그룹에 편입된 이후 레저, 자전거 등 생활형 원데이보험 사업을 확대하는 등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며, “타 디지털손보사와는 달리 웹과 앱에 기반한 비대면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대면영업을 동시에 진행해 O2O(Online to Offline)전략을 통한 시너지를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손보 역시 지난 7월 모회사 하나금융지주로부터 1500억 원을 수혈 받아 장기보장성보험으로 상품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캐롯손해보험이 72년생의 젊은 CEO를 기용했다면, 하나손해보험은 63년생으로 서울은행 출신의 백전노장에게 중책을 맡겼다는 차이가 있다.
◆ 카카오톡 플랫폼 업고 생활밀착형 보험 내놓을 카카오페이손보
이런 업계 구도에 조만간 새로운 파도가 밀려온다.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의 출범이다.
회사 측은 공식 출범 시기를 특정하고 있지 않지만 업계에선 빠르면 내달 중 공식 출범에 들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작년 9월 자회사로 카카오페이보험준비법인을 설립하고 지난 4월 디지털손해보험사 본허가를 획득한 바 있다.
기존 디지털손보사가 손해보험사에서 파생된 회사들이라면 카카오페이손보는 보험업을 영위해본 적이 없는 플랫폼금융사가 새롭게 판을 짠다는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기존 카카오계열 금융사들이 그랬듯 기존의 틀과는 다른 트렌드를 이끌기 위한 혁신을 준비하고 있다”며, “고객들의 니즈가 있었으나 업계 구조상 만들기 어려웠던 미니보험이나 생활밀착형 보험을 카카오톡이라는 플랫폼을 활용해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페이손보를 이끄는 최세훈 대표는 다음다이렉트 자동차보험을 거쳐 카카오 CFO로 일해온 경력을 가지고 있다. 67년생으로 와튼에서 MBA를 마친 후 ING베어링스에서 일한 경험도 있어 글로벌 감각도 갖춘 인재로 평가된다.
한편 카카오페이손보의 보험업 진출에 대해 그 폐해를 우려하는 업계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카카오페이가 직접 보험업을 영위하면서 동시에 플랫폼사업자로서 각 보험사 상품을 비교, 추천하는 일을 하게될 것으로 보이는데 마치 증권사들이 초기 계열 자산운용사 상품을 밀어주기 했던 폐해가 일어나지 않으라는 법이 없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카카오페이손보는 플랫폼 알고리즘에 대해 코스콤으로부터 이해상충 알고리즘 인증을 취득했기 때문에 신생 사업자 출현을 경계하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었다.
◆ 그룹 포트폴리오 완성 시도하는 신한금융
이 밖에도 신한금융지주가 지난 6월 자회사로 편입해 BNPP카디프손해보험에서 사명을 바꾸고 KT와 협업을 선언한 신한EZ손해보험의 행보에 대해서도 업계의 관심이 지속되고 있다. 디지털전환을 강하게 추진하는 신한금융이 디지털손보를 통해 혁신을 시도할 거라는 전망이 많다.
특히 CEO로 삼성화재 투자관리파트 부장 출신으로 45세에 불과한 강병관 대표를 선임한 파격에서 그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신한금융지주 관계자는 “신한EZ손보는 아직 출범 초기단계에 있고, 회사의 방향성과 조직정비를 진행하는 만큼 구체적인 전략을 공개할 단계는 아니다”면서, “그룹 비은행 핵심자회사로 성장시키기 위해 좀더 몸집을 키울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신한금융지주에서 한 중견 손해보험사 인수를 추진한다는 이야기가 나온 바 있으나 해당 사에서 공식 부인하면서 해프닝이 일단락 난 상태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금융지주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계열 포트폴리오를 완성하는 가운데 나온 추측”이라며, “생보사드의 구조적인 어려움을 대신해 손보사들이 전면에 나서면서 시대적 요청인 디지털 전환과 궁합이 잘 맞는 손보사에 대한 기대가 커져 디지털손보사 경쟁은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