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이 원하는 IT서비스를 제공할 만반의 준비
앞선 IT기술을 통한 해외 금융 수출 첨병 역할 ‘보람’
여의도공원을 중심으로 KB국민은행 본사가 위치한 동여의도 맞은편 서여의도엔 이상한(?) 지점이 하나 있다. 국내 914개(올 4월 사업보고서 기준)의 국민은행 지점들에 적용할 신규 IT시스템을 사전에 테스트해보고 본사 테크혁신본부와 교감하는 파일럿(Pilot) 지점 ‘인사이트(InsighT) 지점’이다. 지난 2019년 10월 설립때부터 만 3년간의 비행을 이끈 조종사(Pilot) 방기석 지점장을 스트레이트뉴스가 만나봤다.<편집자 주>
▲지점 3주년을 축하드린다. 지점 소개를 간단히 해주신다면?
디지털전환(DT)이 화두가 되던 2019년 10월 국민은행은 파괴적 혁신(Disruption)의 일환으로 테크본부 내 개발자들로만 구성된 실험적 지점 ‘인사이트(InsighT) 지점을 열게 됩니다. 설립준비위원장 시절까지 더하면 제가 이곳에 뿌리내린건 3년도 넘었네요.
인사이트 지점은 모바일 등 디지털 기기가 가져온 혁명에 대응하고 인터넷전문은행 출현 등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연구실(Lab)에서만 박혀있지 말자는 취지로 출발했습니다. 개발자들이 현장에서 부딪히며 연구실의 아이디어를 현실에 접목하고 문제점을 도출해 본사에 피드백을 주는 역할을 통해 국민은행 전 지점에 새로운 IT시스템이 전파되기까지 직접 고객을 응대하며 연구하는 지점입니다.
지점 이름엔 통찰력(Insight)이라는 단어의 앞뒤 글자를 대문자로 처리해 “IT의 통찰력을 찾는다”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개발자들이 운영하는 은행 IT지점은 전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사례일 겁니다.
▲3년동안 어떤 일이 있었고, 어떤 통찰력(Insight)을 얻으셨는지?
처음부터 완벽한 목표설정을 하고 첫 삽을 뜨진 않았습니다. 지점 발기인으로 차출된 개발자들은 자신들이 왜 갑자기 고객 응대 업무를 익혀야 하는지 의아해하기도 했고, 일부에선 고급 인력들이 그런 실험에 참여하여 얻을 수 있는 성과에 의구심을 갖기도 했습니다. 저 자신도 어떤 성과를 낼 지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런 반응들을 이해못할 일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현재,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정확히 의도하진 않았지만 도전의 과정에서 얻어낸 결과가 적지 않습니다.
본사에서 개발한 프로그램을 현장에서 써보면서 버그를 잡아내고 이를 지점 개발자들이 곧바로 수정하는 것도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적지 않은 성과입니다. 1등 은행은 말로만 되는게 아니라 그에 걸맞은 서비스 수준을 유지해야 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저는 직원들이 버그를 잡아내는 일을 ‘소소행’이라고 부릅니다. ‘작지만 소중한 행동’이라는 뜻입니다.
아무리 우수한 프로그램도 작은 결함은 있게 마련이지만, 현장에 나와있는 개발자들이 이를 현업에 적용해 전국 지점에 적용하기 전에 문제를 해결한다는 건 고객만족도와 연결됩니다.
신입사원 연수 프로그램을 이곳에서 진행하는 것도 성과입니다. 공대생으로만 살아온 사람들이 지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경험하는 기회를 갖는 것은 중요합니다. 코로나19 상황을 맞아 연수원에서 집체 교육이 어렵게 되자 인사이트지점에서 인력을 나눠 교육을 진행하는 역할도 맡고 있습니다.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본사에 돌아가 개발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이곳에서의 경험이 소중했다는 피드백을 받을 때 보람을 느낍니다.
무엇보다 VR(가상현실) 브랜치를 메타버스 환경에서 업계 최초로 구축한 점이 기억에 남습니다. 처음 기획할 때만 해도 그림조차 그려지지 않는 프로젝트였지만 코로나19라는 비대면 상황은 프로젝트의 현실화 가능성을 높여줬습니다. 1단계 가상공간에서의 실험을 마치고 이제 막 2단계 테스트베드 구축을 마쳤다.
▲VR브랜치가 2단계 테스트베드를 구축했다는 것의 의미는?
기존까지의 VR브랜치가 시뮬레이션까지만 가능한 상황이었다면 이제는 금융시스템과 연동할 수 있는 단계로 넘어갔다는 뜻입니다. 브랜치에서 API(운용체제와 응용프로그램 사이의 통신 언어)를 이용해 MZ세대 전용앱 ‘리브넥스트’에서 송금거래가 가능토록 했고, 스타존(StarZone)에서는 스타프렌즈 캐릭터로 게임콘텐츠와 청소년대상 금융퀴즈 등을 즐길 수 있습니다.
송금 거래를 위해 계좌 원장까지 정보가 오가고 컨버전스가 됐다는 의미로 비밀번호 확인, 한도체크 등이 가능해져 실제 서비스를 오픈할 수 있기까지 약 60% 이상까지 올라왔습니다. 아직은 ATM이나 인터넷뱅킹처럼 가상현실(VR) 기기가 바로 금융 영역에서 통용될 수는 없지만 애플이 VR사업을 통해 모바일 연동을 시도하게 되면 분위기는 빠르게 바뀔 것으로 보여집니다.
앞으로 VR기기를 휴대폰 등을 연동해 인증을 받고, 아바타 등을 활용해 원격 고객과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 KB금융그룹 내 각 계열사 서비스와 국민은행 뱅킹서비스 연계, 거래지원 등을 개발해 나갈 예정입니다.
타 은행들이 ‘인앱(In-App)’ 전략을 통해 플랫폼에 여러 서비스를 입점시키는 전략을 택하고 있는 것과 달리 국민은행은 비즈니스 보다는 기술적 접근을 하고 있어, 새로운 환경이 펼쳐졌을 때 바로 시장 깊숙이 침투할 수 있는 준비를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미래에 대해 어떻게 보나?
인터넷전문은행은 그 나름으로 은행업권에 많은 화두를 던지고 변화를 촉발하는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제가 회사 입장을 대변하지 않기 때문에 한정된 말씀을 드릴 수 밖에 없지만, 기술을 다루는 입장에서 말씀드리면 고객관점의 새로운 인터페이스 등 업계에 자극을 많이 줬습니다. 기존의 규제에 문제제기를 통해 많은 규제가 사라지기도 했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업계에 제시하기도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다만 모바일 뱅킹은 기술적으로 이미 성숙기에 들어갔기 때문에 더 이상 새로운 걸 만들기가 쉽지 않습니다. 자본력과 인력에서 우위에 있는 기존 은행들이 인터넷전문은행들의 방식을 차용해 오히려 더 많은 고객과 빅데이터를 활용하기에 이들을 넘어서는 건 시간문제였다고 봅니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추가적인 성장의 아이디어에 대해 고민이 많을 겁니다.
▲지난 3년간의 경험을 통해 앞으로 꿈꾸는 바가 있다면?
기술의 발전이 우리가 일하는 환경을 어떻게 바꿀지 알 수 없지만, 지난 3년간만 해도 구상단계에 있던 일들이 많이 현실화 됐습니다.
클라우드를 통한 업무환경 개선, 사람이 핵심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부수적인 업무들의 많은 부분을 AI가 해결하고 있는 지금의 모습은 3년 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들입니다.
종이문서를 없앨 때만 해도 직원들은 왜 테블릿을 써야 하냐며 불편을 호소했지만, 이제는 테블릿 없는 지점 업무는 상상도 하기 어렵습니다. 자동화된 창구 녹취 시스템은 불완전 판매 등 리스크 발생 가능성을 낮춰줬고, 심지어 기업여신 시스템에까지 AI의 손길이 닿지 않는 업무를 찾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전에는 관공서에 찾아다니며 일일이 줄서서 서류를 받아와야 했던 업무들이 클릭 몇 번으로 자동으로 정보가 취합되는 업무 환경 속에서 살게 됐습니다. DM을 사용하던 시절에서 이제는 AI가 알아서 고객을 분류하고 자동으로 전자문서를 고객에게 발송하는 등의 작업 환경은 단순히 편리함과 효율성의 문제를 넘어 비용을 절약해주는 실질적인 기능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지난 3년은 현장에서 제가 직접 보고 개선할 수 있는 시각을 키우는 시간이었습니다.
기존 금융과 결이 다른 업무를 해봤고, 제가 맡은 분야에 대한 고민은 원없이 해본 것 같습니다.
저는 구체적인 향후 계획을 그려보진 않았습니다. 다만 20여년의 은행 경험과 최근 3년의 경험을 융합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즐거울 것 같다는 생각을 막연히 가지고 있습니다.
기술은 돼 있지만 사람이 수용하는 것은 별도의 문제입니다. 다만 어떤 환경이 올 지 모르기 때문에 고객이 원하는 솔루션을 항상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습니다.
VR지점이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일인지, 그것은 제가 판단할 문제가 아닙니다.
다만 전 세계에 하나밖에 없는 지점장, 최초의 메타버스 지점장이라는 자부심으로, VR지점을 세상이 필요로 할 때 준비된 솔루션을 가장 먼저, 가장 완성된 모습으로 고객에게 제시할 준비를 하는 것이 제 역할입니다.
저희 지점엔 KB국민은행이 진출해 있는 해외국가에서 많이들 견학을 오십니다.
지난 주에도 인도네시아 부코민은행에서 방문단이 오셨고, 캄보디아 프라삭 은행 등에서도 견학을 오십니다. 우리보다 인구도 많고 성장의 가능성은 높은 나라들, 하지만 우리의 앞선 IT기술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발견할 수 있는 국가들입니다.
그분들에게 생체정보인 정맥을 활용해 통장이나 카드 실물 없이 현금을 인출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면 “브라보!”를 외치곤 합니다.
국내 대표 은행에서 디지털 전환(DT)의 최일선에 있다는 자부심을 넘어, KB국민은행이 아시아국가에서 뱅킹시스템의 새로운 이정표를 그리는데 첨병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오늘도 저희 지점 식구들은 연구하며 고객을 기다립니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