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뜨거운 감자’ 떠올랐지만 입법화 더뎌
입법 시 국내 플랫폼·콘텐츠 제작자도 타격
넷플릭스, 유튜브로 대표되는 글로벌 콘텐츠 사업자(CP)가 국내 인터넷망을 사용할 때 망 사용료를 부담시키는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망사용료 논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해당 법안으로 인해 국내 업체들의 간접적 피해도 언급됐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대상으로 진행한 국감을 진행하면서 망 사용료 논란을 다뤘다.
국회는 정부가 더욱 나설 것을 촉구하는 상황이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망에 접속하는 모든 주체는 사용료를 내야 하는데 누군가가 내지 않으면 그 비용은 전가되기 마련"이라며 "그것이 결국엔 개인 가입자에게 전가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이어 "최근 글로벌 CP들이 절대적으로 우월적 지위를 점하고 있어 정부 개입이 필요하다"라며 "정부는 이 문제를 정치권에만 맡겨 놓을 것이 아니라 입장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이동통신사는 설비 투자비가 부담된다며 망 사용료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3사의 설비 투자비가 2019년 8조 8000억원에서 2020년 7조 5000억원으로 또 지난해 4조 4000억원으로 반 토막이 난 이유를 정부는 알고 있나"라고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회에서 망 사용료에 대해 입법을 하려면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확인하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여당에서는 망 사용료 논란에 대해 신중한 모습이다.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 문제는 일종의 애국 마케팅 성격으로 해외 빅테크 기업이 왜 국내에서 돈을 벌면서 망 사용료를 내지 않느냐고 해서 시작된 이야기"라면서도 "망 사용료가 입법화되면 네이버 등의 국내 플랫폼 사업자가 해외에서 사업할 때 똑같이 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콘텐츠 제작자들이 직격탄을 맞는 문제 등이 있다"고 우려했다.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야당이 처음에는 망 사용료를 받아내겠다고 하다가 요즘 구글, 넷플릭스와 같은 CP, 콘텐츠 제작자(크리에이터) 등이 합동으로 공격하자 약간 물러선 것 같다"면서 정부 입장을 물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달 20일 국회에서 열린 'K-콘텐츠 산업과 바람직한 망 이용 정책방향 토론회'에서 "국내 콘텐츠제공사업자(CP)가 해외 진출 시 망사용료 입법으로 인한 역차별을 받을 수 있다"며 부정적 입장을 내놨다.
한국게임산업협회도 망 사용료 법안에 대해 "통신망 비용 인상으로 인하여 소비자 이익이 저해될 수 있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자칫 국내 CP 내지 중소 CP에 대한 역차별 내지 부담 가중으로 이어질 수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대규모 CP에게 망 사용 대가를 요구할 수 있는 근거를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2020년 12월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이 처음 대표 발의한 이후 여야 모두가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법안 적용을 받는 대형 CP 중 메타(구 페이스북)·카카오·네이버는 망 사용료를 이미 내고 있지만 넷플릭스, 유튜브는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자(ISP)와 국내 소송을 벌이는 등 반발하고 있다.
게다가 미국 정부에서 망 사용료 의무화 법안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위배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하는 등 논란이 국제적 문제로 확산할 기미를 보이는 상황이다.
해외 CP업체들도 망사용료에 반발하는 모양새다.
아마존닷컴이 보유한 세계 최대 게임 방송 플랫폼 '트위치'는 서비스 비용 증가를 이유로 한국에서 최대 해상도를 1080p에서 720p로 축소하기로 했다.
트위치는 화질 제한 이유와 관련해 "한국의 현지 규정과 요건을 지속해서 준수하는 한편, 모든 네트워크 요금과 기타 관련 비용을 성실하게 지불해왔다"며 "그러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용이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안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트위치는 공지에서 구체적인 서비스 제공 비용 상승 이유를 밝히지는 않았다. 그러나 최근 망 사용료 문제를 놓고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연관이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2015년 한국 시장에 본격 진출한 트위치는 그간 국내 ISP(인터넷 서비스 제공사)를 통해 망 사용료를 납부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망 사용료 논란에 대해 해외에서도 최근 망 사용료를 둘러싼 공방이 끊이지 않고 있다. 망 중립성이란 인터넷으로 전송되는 데이터 트래픽을 그 내용·유형·기기 등과 관계없이 동등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미국은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5년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오픈 인터넷 규칙'을 통해 망 중립성 원칙을 재정립했다. 트럼프 정부에서 통신산업 투자 촉진을 명목으로 폐지됐지만 바이든 정부 들어 행정명령으로 지난해 복원됐다.
유럽연합(EU)도 2015년 11월 제정, 2016년 4월 발효된 '오픈 인터넷' 법규에서 통신업체가 누구에게나 동등한 인터넷 접근을 제공하고 속도나 품질에서 차별하지 못하도록 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