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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체제 전환의 지체와 반복되는 경제위기
성장체제 전환의 지체와 반복되는 경제위기
  • 유종일 (straightnews.co.kr@gmail.com)
  • 승인 2017.06.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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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적 문제 해결 않고 단기적 부양책 일삼았던 것이 더 큰 화를 자초

박정희식 추격형 성장체제는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급속한 산업화와 고도성장을 일구어내는 데는 성공했으나, 박정희 모형은 상당한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했다.

과도한 성장일변도 정책이 경상수지 적자의 누적이나 만성적인 인플레이션 등 거시경제적 불균형을 야기하였다. 내수를 경시하고 수출에 주력한 결과 대외의존도가 높아져 해외충격에 취약한 경제가 되었으며, 정부주도로 산업화를 추진한 결과 관치금융과 재벌체제가 형성되었다.

1970년대 말 박정희 정권이 정치적 위기로 치달을 무렵 거시경제적 불균형 문제도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특히 1979년 말 미국의 금리인상과 제2차 오일쇼크로 이후 세계경제는 심각한 불황에 접어들었고, 해외 충격에 취약한 한국경제는 사상초유의 마이너스 성장과 외채위기에 직면하게 되었다.

다행히 전두환 정권에서 ‘경제대통령’의 역할을 한 김재익 수석의 주도로 안정화 정책과 점진적 자유화 정책 등 박정희 모형의 부작용을 치유하기 위한 개혁이 추진되었고, 성공적으로 연착륙을 한 한국경제는 다시 고도성장을 재개하여 1980년대 말에는 ‘3저호황’이라는 행운을 누리게 되었다.

이때쯤 한국경제는 성숙단계에 들어섰고, 자연스럽게 성장 동력이 약화되는 노화현상이 나타났다. 1990년대 초부터 한국경제는 창조적 혁신을 활성화하여 노화를 방지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의 단계로 이행해야만 했으나, 추격형에서 혁신형으로 가는 성장체제의 전환이 너무 더디게 이루어짐으로써 노화가 가속화되고 말았다.

성장체제 전환이 지체된 결과 성장 동력이 쇠퇴하고 성장률이 급속하게 하락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정부는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단기적인 부양책을 일삼았고, 이는 더 큰 화를 자초하기 일쑤였다.

잘 알려진 대로 박정희 모형은 수출을 강조했다. 내수시장이 작으니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해서 해외시장에 진출해야 한다는 논리와 자본재 수입을 위한 외화획득이 필요하다는 논리가 작용한 것도 있지만, 자본우대·노동하대 정책과 부실한 복지의 결과 내수 확대가 공급능력 확대를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에 해외수요를 중시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3저호황’ 이후 인구과잉이 해소되고 실질임금이 큰 폭으로 오르면 내수 확대가 이루어졌다. 따라서 이때가 혁신주도 기술발전과 아울러 내수 주도 성장으로 전환하기 위한 적기였다. 그러나 기업들은 한편으로는 저임금 노동력을 찾아 동남아로 공장을 이전하기 바빴고, 다른 한편으로는 자동화 투자를 통해 ‘골치 아픈’ 고용을 축소하고 하였다.

마침 김영삼 정부는 세계화를 내세우면서 자본자유화 정책을 실시했고, 이에 따라 해외의 값싼 자금을 끌어 쓸 수 있게 된 기업들은 대대적인 투자에 열을 올렸다. 그 결과는 과잉중복투자에 의한 기업과 은행의 부실화였고, 이는 결국 1997년 IMF 외환위기를 낳았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경제는 급속한 성장률 하락과 분배 악화를 겪게 되었다. 혁신에 의한 성장 동력 회복이 미미한 가운데 빠른 성장률 하락은 불가피했다. 90년대 전반에는 과잉투자로 이 문제가 잠시 가려졌던 것뿐이었다.

성장률의 하락은 분배를 더욱 악화시켰다. 고도성장이 가져오는 낙수효과가 사라지자 중산층이 붕괴하고 빈곤층이 늘어났다. 이로써 내수는 갈수록 취약해졌고, 한국경제는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가 일어날 때까지 제2의 수출주도 성장을 추구했다.

구조개혁은 미룬 채 내수를 부양하려는 정책은 번번이 더 큰 부작용을 낳았다. 신용카드 규제완화에 의한 소비 진작 정책은 2003년 카드채 위기를 낳았으며, 부동산 규제완화에 의한 경기부양 정책은 노무현 정부 시절 이래 가계부채의 폭등을 불러왔다.

지난 20년 동안 한국의 실제성장률은 지속적으로 잠재성장률보다 낮았고, 이는 다시 잠재성장률을 떨어트리는 요인이 되었다. 이는 수요부족이 만성화되었기 때문이다. 대기업 이윤은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천문학적 사내유보금을 쌓아놓고, 실질임금과 가계소득은 더디게 증가하거나 제자리걸음을 하여 소비수요가 취약하기 때문이다.

가계소득도 분배가 점점 더 불평등해져서, 소비를 해야 하는 중산층과 서민에게 가는 소득은 줄어들고 돈이 이미 넘치는 고소득층에게 가는 소득이 더욱 늘어난 것도 문제를 악화시켰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는 그나마 제2의 수출주도 성장으로 어느 정도 성장을 유지했지만, 이로써 대외의존도는 극단적으로 심화되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 성장이 부진하고 국제교역이 저조한 상황에서 한국경제의 성장률이 2%대에 그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 이사장 유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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