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밥솥 제조업계 양대산맥으로 꼽히는 쿠첸의 실적 부진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이에 모기업인 부방그룹의 성장세도 악화됐다.
쿠쿠와 함께 국내 밥솥 제조의 양대산맥으로 불리는 쿠첸은 지난 몇 년간 실적 부진에 빠져있다. 쿠첸은 2016년에 2726억원을 기록한 연매출을 기록한 후 2020년에는 1852억원, 2021년 1633억원으로 매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쿠첸의 실적 악화는 혼인율 감소와 1인 가구 증가 등 가구형태의 변화가 컸다. 다른 소형가전 업체들이 제품군을 확대한 것과는 달리 쿠첸은 밥솥과 전기레인지 외에는 영향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쿠첸은 지난 8월 제2의 도약을 선언하면서 연면적 2만 3801㎡(7200평) 규모의 공장을 신축해 이전하고 BI와 슬로건을 새롭게 선보이는 등 변화에 나섰다.
그러나 단가 인상을 요구하는 하도급 업체와 거래를 끊기 위해 해당 업체 기술자료를 경쟁사에 넘긴 혐의로 직원 2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이정섭 부장검사)는 지난 1일 쿠첸 법인과 제조사업부 팀장 A씨 등 직원 2명을 '하도급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쿠첸은 2018년 3월부터 2019년 1월까지 3차례에 걸쳐 하도급업체의 인쇄회로기판 조립체 관련 기술자료를 경쟁 업체에 무단으로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하도급업체가 납품단가 인상을 요구하자 거래처를 바꾸기 위해 이같은 행위를 벌인 것으로 보인다.
실적부진에 이어 검찰수사까지 받게 되면서 쿠첸의 상황은 더욱 악화되는 모양새다. 쿠첸의 부진으로 모기업인 부방그룹도 덩달아 하향세다.
부방그룹은 캐시카우로 평가됐던 쿠첸을 비롯해 부방유통(마트), 비즈앤테크컨설팅(소프트웨어), 에스시케이(사설 관리 업체)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지난 5년여간 부방그룹 연매출에서 쿠첸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50%가 넘었지만 쿠첸의 실적 악화로 그룹의 주력사업도 선박과 수처리 등의 비중이 높아졌다.
부방그룹의 최대 주주인 테크로스홀딩스는 선박·수처리·환경 사업을 담당하는 테크로스를 운영하고 있다. 테크로스는 선박평형수(선박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선박 내부에 저장하는 바닷물) 처리장치 분야에서 전 세계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편 쿠첸의 실적 부진으로 부방그룹의 승계구도에도 영향이 발생됐다. 부방그룹은 2019년까지만 해도 오너 일가가 2015년 8월 지주회사로 출범한 ㈜부방 중심의 주방·생활가전 및 유통 계열과 테크로스를 위시한 선박·수처리 환경 계열을 분할 소유한 이원화 구조였다.
이에 이동건 부방그룹 회장 장남인 이대희 전 부회장과 차남인 이중희 사장 분할 승계가 유력했다. 그러나 이대희 전 부회장이 맡고 있던 쿠첸의 경영이 급격히 악화되자 이중희 사장의 부방그룹 단독 승계 구도가 마련됐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