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적인 장기 인보험 매진…자연재해 이벤트 비껴가
PF 대출 촘촘한 리스크 관리…”리스크는 관리하는 것”

메리츠화재 대표이사 김용범 부회장(제공=메리츠화재)
메리츠화재 대표이사 김용범 부회장(제공=메리츠화재)

이미 내년 상반기까지 금리상승 스케줄이 빼곡히 들어차 금융회사들의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조달시장의 돈맥경화부터 주식거래량 급감, 경제 침체에 따른 각종 수수료 인하 압력까지 전방위 압박이 드세다. 그 가운데서도 적극적인 리스크관리 능력으로 위기를 정면 돌파해 발군의 실적을 내는 기업들을 조망한다.<편집자주>

◆ 3분기 누적 빅3 안착한 메리츠화재

사업연도 102기째를 맞는 국내 최고(最古) 손해보험사 메리츠화재가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 ‘빅3’에 오르며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타사가 상대적으로 적극성을 보이지 않았던 장기 인보험 분야의 경쟁력으로 3분기 자연재해 이벤트에서 자유로움과 동시에 메리츠그룹이 가진 경쟁력인 부동산PF대출이 지원군으로 나선 탓이다. 여기에 비용 효율화가 마지막 방점을 찍었다.

메리츠화재가 지난 11일 장 종료 후 공개한 3분기 실적 공시에 따르면, 분기 당기순이익 2607억 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통상 삼성화재와 더불어 DB손해보험과 현대해상이 빅3를 형성해온 통례를 깨고 분기 2위, 누적 3위에 오르는 순간이었다.

세 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724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5.1% 성장이다. 특히 당기순이익이 7분기 연속 성장이라는 진기록을 세워 업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3분기 누적 경영효율지표(출처=금감원 전자공시)
3분기 누적 경영효율지표(출처=금감원 전자공시)

◆ 전(全) 부문 개선된 주요 경영효율지표

우수한 성과의 비밀은 성장과 비용관리의 합작이다.

매출액에 해당하는 원수 보험료는 최근 5년간 50% 넘게 오르는 반면, 비용 지표로 손해율과 사업비율을 더한 ‘합산비율’은 2019년(112.0%), 2020년(104.6%), 2021년(100.1%) 등 점차 낮아지더니 올해 3분기 누계 97.3%까지 떨어지며 전년 동기 대비 3.1%포인트 감소했다. 한마디로 보험 가입금액은 늘었지만 나가는 돈은 줄었다는 뜻이다.

비용 효율화는 설계사에 대한 의존도가 점점 낮아지는 것에서도 찾을 수 있다.

설계사에 의한 모집 의존도는 30.8%(2020), 28.5%(2021), 27.1%(2022 3Q)까지 떨어진 반면, 동 기간 대리점에 의한 모집은 60.4%(2020), 62.8%(2021), 64.1%(2022)까지 올라왔다. 그만큼 비용이 절감되는 효과가 나타나는 상황이다.

주요 경영효율지표를 보면 전 부문이 개선됐다.

2020년 말 대비 7분기가 경과된 지난 3분기 기준으로 살펴보면, 발생손해액을 경과보험료로 나눈 손해율은 78.3%에서 74.7%로, 순사업비를 보유보험료로 나눈 사업비율은 26.1%에서 22.3%으로 떨어졌다.

동 기간 당기순이익을 총자산으로 나눈 총자산순이익률(ROA)은 1.9%에서 3.8%로 두배가 됐으며, 당기순이익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자기자본이익률은 17.3%에서 64.3%까지 올라왔다.

메리츠화재 대출금 운용내역(출처=금감원 전자공시)

◆ 차별화된 수익 포트폴리오…장기인보험, PF대출

특히 메리츠화재가 3분기 자연재해에 의한 이벤트를 피해간 배경에는 이 회사의 차별화된 포트폴리오가 자리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메리츠화재는 다른 대형 보험사 대비 장기인보험 부문 확대에 꾸준히 노력해 상대적으로 대형 자연재해 이벤트 발생시 피해를 최소화하는게 가능하다”며, “때론 마케팅 드라이브가 너무 심하다는 시선을 받기도 하지만 이번 여름 수해로 인해 타 보험사들이 손해를 인식하는 사이 메리츠화재는 성장을 이어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룹의 강점인 부동산 PF대출 분야의 경쟁력도 큰 힘이다.

관계사인 메리츠증권과 마찬가지로 선순위 대출 중심의 리스크관리로 수익을 극대화하면서도 우량자산에 기반한 대출로 지난 9년간 PF대출로 인한 손실은 전무했다는게 회사측 설명이다.

이 회사의 대출금 운용내역을 살펴보면 지난 7분기 동안 대출금 잔액이 7조284억원에서 8조9151억원으로 약 1조9000억 가까지 늘어나는 동안 이익률은 6.63%에서 8.17%로 오히려 큰 폭으로 늘어났다.

이 회사의 유가증권 운용 내역을 살펴보면, 주식시장 상황이 좋았던 지난 해에는 직전 년 대비 주식운용 규모를 2배로 늘려 18.71%의 수익률을 올리는가 하면, 올해처럼 주식시장이 좋지 않을 때는 운용 규모를 다시 절반으로 낮추면서도 3분기 누적 11.39%로 하락장에서도 높은 수익방어율을 보여줬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메리츠화재는 3분기 현재 전체 채권총액에서 대손충당금 비율이 1.0%에 그칠 만큼 안정적인 리스크관리에 매진하고 있다”며, “단순히 리스크를 피하는 것이 아닌 적극적인 포지션 운용 전략을 통해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에 IFRS17(신 국제보험회계기준)이 도입되면 보험부채를 시가 평가해 마진을 당기 수익으로 인식, 당사가 강점인 장기보험 계약의 미래가치가 손익으로 바로 평가돼 수익성 커브가 더욱 가팔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 전배승 연구원은 “업종 내 최고 수익성 창출역량에 부합하는 높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유지되고 있다”며 “향후 자본정책에 지속적으로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첨언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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