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빠르게 증가...점포 감소 추세 안꺾여
대형사, 신사업 인력 늘어...소형사 인력도 감축
저축은행이 조달 압박으로 '마른 수건 짜기'에 들어가며 점포와 인력이 계속 줄어 시스템적 문제가 없는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반면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1금융권에서 돈을 구하지 못하고 저축은행을 찾는 고객수는 빠르게 늘고 있어 고객 수요에 적합한 '하드웨어'를 갖추지 못해 불완전판매 등이 우려된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자산 규모 상위 10대 저축은행의 올해 3분기 기준 총 거래자수는 469만6508명으로 1년 전보다 11.8%(49만5663명) 증가했다.
저축은행 별로 살펴보면 페퍼저축은행의 거래자수가 33.4%늘며 가장 가파른 증가 곡선을 그렸다. 뒤를 이어 △상상인저축은행(15.6%) △SBI저축은행(14.3%) △OK저축은행(12.8%) △다올저축은행(11.0%) △웰컴저축은행(8.7%) △한국투자저축은행(3.7%) △애큐온저축은행(3.4%) △모아저축은행(1.4%) 순으로 거래자수 증가율이 높았다.
저축은행 이용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전인 2019년 3분기 317만5108명에서 3년 새 152만명이 늘어나며 꾸준히 상승세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수신금리 경쟁이 거래자수 증가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점포 수는 100개에 턱걸이하는 수준까지 줄면서, 커져가는 저축은행의 몸집에 맞는 대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OK저축은행이 지난해 보다 2개 줄어든 22개로 집계됐으며, SBI저축은행과 한국투자저축은행은 각각 20개와 15개의 점포를 지난해와 동일하게 유지하고 있었다.
톱10 저축은행 중 이 3곳을 제외한 나머지 저축은행의 점포수는 모두 10개 미만이었다. 점포 갯수 순위로 보면 △OSB‧모아 저축은행(9개) △웰컴저축은행(8개) △페퍼저축은행(6개) △애큐온저축은행(5개) △다올저축은행(4개) 순이다.
웰컴저축은행이 지난해 보다 한 곳을 줄였고, 에큐온 저축은행은 점포 네 곳을 없앴다. 나머지 저축은행들은 지난해와 동일했다. 같은 기간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점포수가 2891개인 점을 감안하면 저축은행 점포 수는 턱없이 부족한 셈이다.
물론 비대면 금융으로의 전환으로 은행권 전반적으로 점포 수를 축소하고 있긴 하다. 다만 저축은행을 찾는 고객들이 대부분 중‧저신용자 및 자영업자, 고령층 등 다양한 연령대를 고려할 때 우려되는 대목이다.
인력의 경우, 대형 저축은행과 소형 저축은행사의 양극화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상위 10개 저축은행사의 임직원 수는 지난해에 비해 376명이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뱅킹 및 신사업 확대 등과 관련한 인력이 충원을 위해 꾸준히 채용을 진행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소형 저축은행들은 비상경영에 더욱 애를 쓰고 있는 상황이다. 여신과 수신 전반에 걸쳐 업황이 악화한 데 대응하기 위한 궁여지책이다. 없는 인력을 더욱 줄이고, 점포도 최소 수준으로 운영하고 있다.
5일 금융감독원 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 상반기 말 기준으로 임직원 수가 30명 미만인 저축은행 18곳 중 절반(9곳)의 인력이 줄어들었다.
가장 감소 폭이 컸던 건 평택상호저축은행(24명→22명)과 솔브레인저축은행(21명→19명)으로 각각 2명씩 줄었다. 국제저축은행(19명→18명)과 대명상호저축은행(29명→28명), 대백저축은행(20명→19명), 라온저축은행(24명→23명), 아산저축은행(19명→18명), 에스앤티저축은행(18명→17명), 오성저축은행(21→20명) 등도 1명씩 감소했다.
영업점포도 최저치를 유지했다. 이들 업체 중 CK저축은행(3곳)과 대명상호저축은행(2곳), 대원상호저축은행(2곳), 라온저축은행(2곳), 우리저축은행(2곳)을 제외한 13개 업체의 점포 수는 1곳에 불과했다.
이는 급격한 얼어붙은 업황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금리 인상기를 맞아 저축은행들의 수익성은 내리막길을 걷는 와중에, 규모가 작은 업체일수록 더욱 혹독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수신자금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이들 업체에서 취급하는 1년 만기 예금 상품 금리는 대부분 5% 초중반 수준에 형성돼있다. 대형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5% 후반대와 6%대 상품이 즐비한 현 상황에선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 CK저축은행의 경우, 대면 상품 금리가 4.8%로 시장 평균(5.52%)을 한참 밑돌았다.
1금융권에서도 5%대 상품이 나오는 상황에서 브랜드 인지도와 안정성에서 밀리는 소형 저축은행이 마케팅 파워가 떨어지는 상황이다. 고객 유치가 되지 않아 대출이 안되니 수신에서 규모의 경제를 통한 금리 경쟁력을 갖기 어렵고, 악순환이 반복되는 과정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수익성 악화는 더욱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권에서 부실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곳이 바로 소형 저축은행”이라며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스트레이트뉴스 박성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