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5일 사장단 인사를 먼저 발표했다. 이재용 회장의 취임 후 첫 사장단 인사는 '인재'와 '기술'로 '뉴삼성' 기조를 완성도 있게 끌어가기 위해 안정 속에서 쇄신을 꾀한 모습이다. 첫 여성 사장도 발탁됐다.
삼성전자는 사장 승진 7명, 위촉 업무 변경 2명 등 총 9명 규모의 2023년도 정기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고 5일 밝혔다. 부사장 이하 임원 인사와 조직개편은 이번주 안으로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어려운 경기 상황을 감안해 한종희 디바이스경험(DX) 부문 부회장과 경계현 반도체(DS) 부문 사장의 '투톱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한종희-경계현' 투톱 체제는 구축된 지 1년밖에 되지 않아 재계에서도 큰 변화없이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경영의 안정성과 적극적인 대내외 소통 및 상생경영 확대 추진을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반도체 핵심기술 개발을 이끈 '기술 인재'들과 주력 사업의 기술기반 경쟁력 강화 가속화를 위한 사장단 인사를 실시했다. 이 회장의 '뉴삼성' 비전을 구체화하려는 모습이다.
뉴삼성은 이 회장이 삼성전자의 미래 핵심 동력으로 내세운 것으로, 이 중 '기술 인재'는 뉴삼성이 가장 강조하고 있는 부분이다. 앞서 지난 8월 이재용 회장은 경기도 용인 기흥캠퍼스 반도체 R&D(연구개발) 단지 기공식에서 "기술 중시, 선행 투자의 전통을 이어 나가자"며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들자"고 말했다.
또 지난 10월에는 '2022 국제기능올림픽 특별대회 고양' 폐회식에 참석해 "맨주먹이었던 대한민국이 이만큼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젊은 기술 인재 덕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회장의 이러한 기술 중시 경영 철학이 이번 사장단 인사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는 네트워크 사업의 성장에 기여한 김우준 부사장을 삼성전자 DX부문 신임 사장으로 승진시킨 뒤 네트워크사업부장으로 보임하고, 반도체 사업의 개발과 제조 역량 강화에 기여한 남석우 삼성전자 DS부문 글로벌 제조&인프라총괄 제조담당을 사장으로 승진시키는 등 핵심사업의 미래 대비 경쟁력 강화의지를 내비쳤다.
아울러 성과주의 인사를 실현, 이영희 DX부문 글로벌마케팅실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며 비(非)오너가 임원 중 최초로 역량과 성과가 있는 여성 부사장을 사장 자리에 앉히는 변화를 보였다. 삼성전자는 23개의 계열사가 있으나 오너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을 제외하고 사장단에 여성 임원이 없었다.
이밖에도 DX부문 네트워크사업부장이던 전경훈 사장은 최고기술경영자(CTO) 겸 삼성리서치 사장에 선임했으며, 송재혁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 신임 사장은 CTO 겸 반도체연구소장으로 발탁했다.
백수현 DX부문 커뮤니케이션팀장과 박승희 CR(Corporate Relations) 담당, 양걸 중국전략협력실장도 각각 사장 승진자 명단에 올랐다.
한편 이 회장의 젊은 기술 인재 육성에 대한 의지가 삼성전자 부사장단 인사에 담길 것으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앞서 이달 초부터 삼성전자는 수십여 명의 부사장급 임원들에게 퇴임 통보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투톱 체제를 유지하면서 '안정'을 꾀하는 한편 부사장급 이하 임원의 대거 변화를 통해 '뉴삼성'을 더욱 공고히 하는 '혁신'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