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고공행진에 역머니무브…주가 급락, 채권투자 인기
부동산 PF, 채권시장 등 불안…ETF 진화, 디폴트옵션 도입
화려하게 코스피 3000시대를 열었던 2021년과 달리 2022년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각국 정부의 경쟁적 금리인상 속에 주가지수가 1월 초 3000에서 9월 말 2100선으로 쉼없이 내리막을 걸었다. 금리 상승세가 진정 국면에 들어가고 있지만 이제는 내년 이후 펼쳐질 경기침체의 그림자가 주식시장을 짓누르고 있다. 스트레이트뉴스가 올 한해 발생한 금융투자업계 사건을 중심으로 10대 뉴스를 선정했다.(편집자 주)
▲ 고금리 시대 코스피 급락
전년 6월 3316.08까지 올랐던 코스피는 올 1월 3일 첫 거래에서 종가 2988.77로 시작하더니 3분기 종료시점인 9월 30일 종가 2155.49까지 밀리며 9개월 만에 27.9% 급락했다. 이후 반등을 보이며 12월 9일 종가 2389.04까지 회복했으나 여전히 연초 대비 -20% 수준을 보이고 있다.
올 한 해 미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가파르게 올리면서 한국은행도 이에 맞춰 기준금리를 전년 말 1.00%에서 11월말 3.25%까지 빠르게 올린 영향이 컸다.
기술주가 많이 담긴 코스닥의 경우 이보다 하락 폭이 더 심해 1월 3일 1037.83에서 12월 9일 종가 719.49로 연초 대비 -30% 수준을 기록 중이다.
▲ 쪼그라드는 일평균 거래대금과 투자자예탁금
작년 초 주식시장 활황 당시 26조원 대를 기록하다 연말 11조원 대까지 내려온 일평균 거래대금은 올해도 지속 하향세를 이어갔다.
올해 초 10~11조원 대를 보이던 일평균 거래대금은 여름을 지나며 7월부터 연속 4개월 간 7조원대를 기록,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9월 한때 5조원 중반까지 밀렸던 일평균 거래대금은 3분기를 지나며 다시 회복세를 보여 지난 11월의 경우 8조7437억원까지 회복됐다.
투자 예비 자금으로 향후 수급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투자자예탁금의 경우 연초 IPO대어 LG에너지솔루션 상장일인 1월 27일 75조1073억원을 기록한 이후 지난 11월 말 기준 46조6746억원까지 떨어졌다.
▲ 부동산PF 발 위기 고조
강원도가 지난 9월 28일 도내 테마파크인 레고랜드 기반조성사업을 추진한 강원중도개발공사(GJC)의 보증채무 2050억원에 대한 상환을 미루는 듯한 액션을 취하며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시장과 채권시장이 경색하는 일이 일어났다.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중앙정부와의 교감이 부족한 상황에서 GJC의 경영 개선을 위한 기업회생 신청을 발표하며 촉발된 사태다. 자금시장 충격이 커지자 강원도의회는 GJC의 보증 채무를 갚겠다며 추가경정예산 2050억 원을 편성해 12월 9일 예산안을 최종 의결했다.
다만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어차피 금리 상승으로 부동산시장이 냉각된 상황에서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가 부각된 것 뿐이지 근본적인 이유는 아니라는 의견이다. 작년 말까지 부동산 가격 상승에 올라타기 위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기) 투자에 나섰던 부동산 매수자들은 연일 오르는 대출금리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 채권시장 급랭
신용리스크가 발생하며 채권시장이 빠른 속도로 냉각됐다.
돈을 필요로 하는 기업은 많고 투자자는 줄자 채권금리(쿠폰)가 급상승해 우량채로 불리는 한전채, 은행채 등의 금리가 높아지자 일반 기업들의 채권은 인기가 떨어져 발행 자체가 어려운 상황에 몰렸다. 당국은 고심 끝에 한전채 발행 대신 은행들로 하여금 한전에 대출을 해주도록 하면서 은행들의 조달창구인 은행채 발행은 막는 등 기형적 조치가 일어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흥국생명, DB생명 등 보험사들이 통상 매 5년마다 콜옵션 행사로 갚아온 신종자본증권 상환을 벌금을 물어가면서까지 나중에 갚겠다고 선언해 시장의 불안을 가중시켰다. 과도한 차환발행 이자를 물지 않기 위한 선택이었으나 기업의 재정상태에 문제가 있는거 아니냐는 궁금증을 증폭시켜 우량한 금융사마저 힘들다는 우려를 자아냈다.
결국 시장 혼란을 막기 위해 흥국생명은 원래 계획대로 상환에 나서기로 결정했으나 문제는 재원이다. 흥국생명이 소속된 태광그룹의 모기업 태광산업이 흥국생명의 유상증자 4000억원에 참여할 계획을 밝히자 주주행동주의를 표방하는 트러스톤자산운용 등이 이에 반대하고 나선 상황이다.
▲ 투자자산 역머니무브
2020년과 2021년에는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체제 하에서 침체되는 경기를 살리기 위한 무제한 돈풀기로 금리 하락에 따른 자산상승 효과가 있었다. 제로금리가 선언되자 투자자들은 은행에서 돈을 빼 금융투자시장으로 몰려들어 동학개미운동이라는 신조어까지 낳았다. 하지만 2022년 금리상승이라는 반격이 시작되고 주가가 급락하자 투자자들은 고금리 상품을 찾아 빠르게 이동했다.
국내 5대 은행(신한, KB국민, 하나, 우리, NH농협)의 정기예금 잔액은 11월 말 기준 827조 2986억 원으로 전년 말 654조 9359억원 대비 약 172조원 가량 늘었다. 전년 한 해 증가분 40조원의 4배가 넘는 수치다. 1금융권에 금리 5%대 예금 상품이 등장하고, 저축은행 등 2금융권 상품은 7%대까지 상품이 나오자 연쇄적인 대출금리 상승으로 인한 차주 부담 확대를 경계하는 당국이 금리 통제에 나서고 있다.
▲ ETF 투자의 진화 지속
이른바 바스켓 투자를 통한 리스크 분산의 재미를 본 투자자들을 위한 ETF의 진화는 올해도 계속됐다. 작년 한 해 전기차, ESG, 메타버스 등 테마ETF들과 단순 지수 추종이 아닌 초과 수익을 노리는 액티브ETF가 등장하며 개인들이 1년 동안 9조7347억원의 ETF 순매수를 기록했다. 올 해는 개인 순매수 규모로 보면 12월 9일 현재 5조2138억원으로 전년보다 매수세는 약했지만 새로운 형태의 ETF가 지속 등장하며 가능성을 확대시켰다.
대표적으로 채권, 리츠, 고배당주 등을 활용해 수익률의 눈높이는 낮추면서도 꾸준히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월배당 ETF가 인기를 끄는가 하면, 금리가 어느정도 고점에 오르자 다시 내려갈 것을 기대하며 채권ETF가 많이 상장되고 투자됐다. 개별 종목 채권에 투자하기 부담스럽고 주식처럼 매매에 익숙지 않은 투자자들에게 인기였다.
또 주식비중이 40% 정도인 혼합형 단일종목 ETF가 상장되며 해당 종목 주식의 움직임 보다는 변동성이 작지만 상대적으로 안정감이 높은 상품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제도 시행과 함께 ETF를 활용한 퇴직연금 운용에 나서려는 투자자를 노린 상품들이다.
▲ 상장 취소 행렬…자취 감춘 IPO
작년 한 해 코스피 역대 공모금액 톱10 중 5개가 상장될 만큼 뜨거웠던 IPO시장은 올해는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시장이 냉각되자 제 값을 받기 어려워진 기업들이 상장 철회를 이어간 결과다.
공모 금액 총액만 놓고 보면 올해도 나쁘지 않은 성적처럼 보이지만 이는 착시현상이다. 12월 9일 현재 기업 공모금액은 15조9812억원으로 전년 기록한 20조430억원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지난 1월 27일 상장하자마자 삼성전자에 이어 시총 2위로 뛰어오른 LG에너지솔루션의 공모금액이 12조7500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나머지 68개에 달하는 종목을 다 더해도 3조원 남짓 밖에 되지 않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당초 올해 상장을 진행 중이던 SK쉴더스, 원스토어, CJ올리브영, 라이온하트스튜디오, 골프존커머스, 현대오일뱅크, 현대엔지니어링 등 무수한 기업이 상장을 철회했고 연내 시기를 저울질하던 케이뱅크, 컬리, 골프존카운티 등은 내년을 기약하고 있다.
▲ 쪼그라든 증권사 수익
거래대금 급감, IPO 철회 행렬, 채권 발행 감소 등 증권사들의 수수료수익은 급감했다. 여기에 부동산PF발 리스크 증가, ELS 및 DLS 등 파생상품 상환 연기, 채권, 주식 등 보유자산 평가익 감소 등은 증권사들로 하여금 대손충당금 쌓기에 바쁜 시간을 만들고 있다.
작년 한 해 5곳(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키움증권, 메리츠증권)이나 되던 1조클럽은 올해 자취를 감출 계획이다. 정상권인 미래에셋증권과 메리츠증권도 1조 원을 넘지 못할 거라는 예상이 나온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밝힌 올해 영업이익 1,2위 예상기업인 미래에셋증권과 메리츠증권의 증권사 애널리스트 컨센서스는 각각 9790억원과 9470억원이다.
연말을 맞아 일부 증권사를 중심으로 명예퇴직 신청, 주요 임원 일괄 사표 제출 등 흉흉한 소식이 여의도를 우울하게 하고 있다.
▲ 카카오, 네이버 등 성장주 급락
2023년은 자산버블 시대에 상종가를 구가하던 성장주들이 거품이 걷히고 추락을 거듭한 한해였다. 특히 플랫폼이라는 외투를 입고 있던 카카오, 네이버 등의 주식들이 코로나19 거리두기 해제와 맞물리며 수혜에서 벗어나 급락을 이어갔다. 전년 유행하던 메타버스 열풍에 힘입어 고공행진하던 게임주들도 반토막 났다.
특히 카카오계열 상장사들의 수난이 심했다.
코로나19 발발 직후 주요 주식들이 최저점을 찍은 2020년 3월 19일 종가 5만8100원을 찍은 카카오는 2021년 6월 24일 장중 17만3000원까지 불과 15개월 만에 주가가 약 3배까지 올랐다. 다만 플랫폼의 갑질 논란에 계열사 경영진 주식 먹튀 논란 등이 이어지며 카카오그룹 전체가 급락해 카카오는 지난 10월 17일 장중 4만6500원까지 하락했다 12월 9일 현재 정확히 2020년 3월 19일 종가 5만8100원으로 되돌아왔다.
작년 동시 상장해 시장의 화제를 몰고왔던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는 작년 한때 각각 9만4400원, 24만8500원을 기록했으나 12월 9일 현재 종가 2만8100원과 6만6100원으로 4분의 1토막이 나 외부 투자자는 물론 자사주를 산 임직원들마저 고통에 빠뜨렸다.
▲ "금리 오를 만큼 올랐다" 채린이의 탄생
주식과 부동산에서 쓴맛을 본 투자자들은 올 한 해 채권 배우기에 여념이 없었다.
과거 절세를 노리는 자산가들의 전유물이었던 채권이 소액으로도 투자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지고, 주식에 흥미를 잃은 투자자들을 증권사들이 채권으로 유인하면서 개인 채권투자가 급속히 늘고 있다.
2020년 3조3163억원, 2021년 3조6855억원 등 최근 몇 년간 3조원 안팎의 채권 순매수 규모를 보여온 개인투자자들은 올해엔 9일 기준 벌써 20.1조원 넘게 순매수를 보이고 있다.
내년 상반기까지는 금리상승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앞으로 금리가 오를 여지가 많지 않고 최근 금융당국의 개입 속에 금리가 안정세를 찾자 향후 금리하락시 시세차익을 누리겠다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과거 안정한 국공채는 워낙 수익률이 낮아 일반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지만 최근엔 한전채, 은행채 등 안정성은 높으면서도 연 5%를 넘나드는 채권들이 시장에 풀리자 여차하면 만기보유할 각오로 중간에 금리 하락으로 시세차익이 발생하면 매도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는 투자자들이 많다.
▲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등장
인플레이션시대에 관심밖에 멀어져 쪼그라들던 퇴직연금계좌 부활을 위해 2022년 12월 2일 드디오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가 출발했다.
퇴직연금은 안전하게 운용해야 한다는 믿음으로 작년말까지 퇴직연금 적립금의 약 89%가 예금 등 원리금보장상품에 묶여 있어 노후보장이라는 목표와 괴리가 있자 새롭게 도입된 제도다.
퇴직연금 운용 결과를 가입자가 책임지는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퇴직연금제도(IRP)에 한해 일정기간(4주) 동안 별도의 운용지시가 없으면 본인에게 이를 알려주고 그 뒤에도 2주간 조치가 없으면 사전에 약속된 운용 방법으로 알아서 운용전환이 이뤄지는 적극적인 연금 운용이다.
지난 11월 2일 1차 상품 선정이 각 금융회사 상품별로 이뤄져 12월 2일 관련 상품이 출시돼 투자자 선택을 받기 위해 각종 설명회, 세미나, 유튜브 마케팅 등을 통해 각축을 벌이고 있다.
DC와 IRP 가입 근로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38개 퇴직연금사업자가 평균 5.8개씩 총 220개의 상품을 제안한 결과, 고용노동부의 심사에 통과한 상품은 165개다.
다만 이번 제도 도입 과정에서 금융투자업계의 반대를 무릅쓰고 원리금보장형 상품이 다수 포함되면서 수익률 제고라는 당초 취지가 퇴색됐다는 주장이 많은 가운데 올 한해 급락한 주식시장을 경험한 투자자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퇴직연금 운용에 나설지 관심이 모이는 상황이다.
이 밖에도 올해는 부동산 및 리츠, 건설주 등이 고전했고, 국민 600만 명이 투자한 삼성전자와 반도체 대표주 하이닉스 주가가 실망스런 흐름을 보였다.
배당제도가 선진국처럼 사전에 규모를 정하고 주주가 추후 확정되는 구조로의 변화를 꾀하고 있으며, 금융투자관련 과세 제도가 여당과 야당의 줄다리기로 안갯 속에 가려져 있는 등 2022년도 금융투자업계를 둘러싼 이슈가 넘쳤던 한 해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