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수소전기차 '넥쏘'.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현대자동차의 수소전기차 '넥쏘'.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현대자동차가 수소전기차 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도요타, BMW 등 해외 완성차 업체들이 수소전기차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면서다. 이에 현대차는 수소트럭을 국내시장에 조기 선보이고, 수소연료전지 개발에도 본격 나선다는 계획이다.

현재 글로벌 수소차 시장은 규모가 아직 작고 인프라도 부족한 상황이지만 배터리 무게, 충전 등의 한계로 대형화·장거리화가 어려운 전기차를 보완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주목받고 있다.

또 수소차는 배기가스 배출이 없고, 구동 과정에서 물과 정화된 공기만 배출해 친환경적이다. 아직 수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탄소가 발생한다는 문제점이 있으나 재생에너지 전력을 이용한 방식으로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이 상용화되면 이산화탄소 배출 없이 수소차를 운행할 수 있다.

시장조사기관 블룸버그 NEF는 2020년 8000대 수준이던 수소 승용차 신규 판매량이 2040년에는 221만 대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매년 판매대수가 늘면서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어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해외 업체들의 발걸음도 분주해졌다. 먼저 일본의 경우 도요타는 수소차 2세대 '미라이'를 이달 중국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100여 대의 차량을 단기 렌털(대여)·차량 호출 서비스에 투입해 인지도를 높인 뒤 소매 판매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도요타의 신형 미라이는 기존보다 성능을 대폭 끌어올려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거리를 850km로 늘려, 시장 점유율 1위인 현대차 넥쏘(609km)보다도 주행거리가 200km 이상 길다. 아울러 도요타는 미라이에 적용한 수소연료전지를 픽업트럭인 '하이럭스'에도 이식해 내년부터 본격 생산에 나설 예정이다.

또 다른 일본 완성차 업체인 혼다는 수소차 '클래리티'를 판매 중인 가운데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CR-V'를 수소 모델로 개조해 2024년부터 양산할 계획이다. 혼다는 수소차 클래리티를 생산하면서 글로벌 자동차 업체 중 가장 먼저 수소차 개발에 뛰어든 업체였으나 성과를 내지 못하고 결국 지난해 클래리티를 단종한 바 있다. 그러나 다시 수소차 개발 계획을 밝히면서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혼다가 새롭게 개발하는 수소차는 수소를 통해 전기를 생산하거나, 배터리에 직접 전기를 충전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처럼 배터리를 전기로 충전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해 차별화를 꾀한다는 전략이다.

중국 업체들도 수소차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제14차 5개년(2021~2025년)' 계획을 통해 수소 산업 육성을 공식화했으며, 올해 초에도 2030년까지 수소차 100만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에 상하이자동차 하위브랜드 맥서스 등 업체들에 이목이 집중된다. 맥서스의 수소차 유니크 7(EUNIQ 7)은 올해 누적 판매량이 198대로 아직 미미하지만 내수시장과 중국 정부의 수소 산업 의지에 따른 밀어주기를 통해 언제든 급성장이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럽 제조사들도 수소차 시장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BMW는 지난해 공개한 수소 콘셉트카 'iX5'를 지난 5일부터 시험 생산하기 시작했다. iX5는 BMW가 도요타와 함께 개발한 수소연료전지를 적용한 모델로, BMW는 내년초 iX5를 일본 일부 지역에 출시해 테스트를 거친 후 2025년 양산할 전망이다.

그동안 수소차 사업에 소극적이던 폭스바겐도 독일 에너지 기업 크라프트베르크과 수소연료전지를 개발해 관련 특허를 출원하는 등 수소차 시장에 발을 디디고 있다. 폭스바겐은 2026년 수소차 출시를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유럽연합(EU)도 오는 2028년까지 유럽 주요 간선도로 100km마다 수소충전소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표했는데, 중국은 물론 유럽까지 각국 정부가 수소차 산업 육성에 지원책을 쏟고 있는 점이 완성차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시장을 공략하는 배경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자동차의 수소전기트럭 '엑시언트'.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현대자동차의 '엑시언트 수소트럭'.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현대차는 이 같은 글로벌 흐름에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글로벌 수소차 시장에서 현대차는 선두를 달리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10월 현대차는 글로벌 시장에서 수소차 '넥쏘'를 9591대 판매하며 점유율 59.2%로 절반 이상을 확보했고, 2위 도요타 미라이(17.9%)와는 41.3%p 차이를 보였다. 전체 글로벌 수소차 판매대수가 많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압도적인 편이다.

현대차는 대형 수소트럭 등 경쟁력 있는 제품을 중심으로 수소차 시장을 선점하고 차세대 연료전지의 기술 수준을 대폭 끌어올려 다른 업체와의 격차를 더욱 벌리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가 세계 최초로 양산한 '엑시언트 수소트럭'은 현재 스위스, 뉴질랜드, 독일 등 유럽에 적극 공급되고 있다. 특히 2020년 10월 스위스에 운행을 시작한 47대의 경우 올해 10월까지 누적 주행거리 500만km를 달성하며 신뢰성과 친환경성을 입증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향후 유럽 전역으로 공급처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또 이스라엘 기업 판매 대리점 '콜모빌'과 수소 생산업체 '바잔, 수소충전소 운영업체 '소놀' 등 3곳과 엑시언트 수소트럭 공급 계약을 맺으며 중동쪽으로도 판매처를 넓혔으며, 미국 '캘리포니아 항만 친환경 트럭 도입 프로젝트' 및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주관하는 캘리포니아 대기질 개선 프로그램 '2021년 TAG'를 통해 캘리포니아주에도 공급된 엑시언트 수소트럭 35대는 내년 3분기부터 상업 운행될 예정이다.

국내에서도 기존 판매 일정을 앞당겨 엑시언트 수소트럭을 판매할 예정이라고 지난 8일 밝혔다. 현대차의 엑시언트 수소트럭은 완충 시 570km를 주행할 수 있으며, 최고 출력이 기존 디젤 모델을 압넘어서는 476마력에 달한다.

아울러 현대차는 3세대 수소연료전지의 개발 목표도 상향한 상태다. 현재 넥쏘와 엑시언트 수소트럭에 적용된 수소연료전지는 2세대 제품인데, 이를 앞서는 제품을 개발하겠다는 목표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지난 8월 수소산업전시회에서 차기 넥쏘 모델에 대해 "성능과 내구성 측면에서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조만간 좋은 상품으로 시장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제품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개발 목표를 더 높였다. 다른 업체보다 양산을 먼저 시작한 만큼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현대차의 수소차 시장 선두가 당분간은 유지될 것으로 보면서도 각국 정부의 방침에 따라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업체들이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의 수소차 시장 선두 유지에 어려움은 없어 보이지만 일본, 중국 등 해외 완성차 업체들이 각국 정부의 투자로 수소차를 적극 출시하면서 선두를 매섭게 추격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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