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인해 최근 2년간 글로벌 물류 유통망이 흔들렸다. 이에 식품과 식음료 업계는 지난해말부터 가격 줄인상에 나섰다. 최근 글로벌 물류 유통망이 다소 회복되는 분위기이나 다음해에도 극적인 변화가 없다면 제품 가격 인상 기조는 이어질 전망이다.
정부 우려에도 제품 가격 인상 연이어
식품과 식음료 업계는 지난해말부터 경쟁적으로 제품 가격 인상에 나섰다. ‘라면 4사’로 불리는 농심·오뚜기·삼양식품·팔도를 비롯해 국내 식품업계 선두 CJ제일제당, 풀무원, 대상을 비롯해 롯데칠성, 동원F&B, 동서식품, 오리온, 빙그레, LG생활건강, hy(한국야쿠르트) 등이 제품 가격을 올려왔다.
이들 업체는 기존에 매입한 원·부재료가 소진되고 새로 구입하는 상황에서 원/달러 환율이 크게 오르고 인건비, 물류비, 전기·가스 요금 등도 오른 점을 가격 인상 이유로 들었다.
정부는 식품과 식음료의 가파른 가격인상에 제동을 걸기 위해 업체에 가격인상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업체들도 상황이 여의치 않다며 가격 인상을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올해 연간 물가상승률이 5%로 예상되는 가운데 다음해에도 물가상승률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유업계 시장 축소 현실화…가격 인상 속 밀크플레이션까지
원유 1L당 49원 인상이 결정되면서 서울우유협동조합, 매일유업, 남양유업 등 주요 유업체들은 일제히 우유 가격을 올렸다. 유업계는 원유 가격 인상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출산율 저하로 우유 소비량이 줄어들고 해외 우유와의 경쟁은 더욱 격화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우유를 원재료로 하는 커피, 빵, 아이스크림 등의 제품 가격도 덩달아 오르는 밀크플레이션이 나타났다. 밀크플레이션은 올해말부터 서서히 나타나고 있으며 다음해 초부터 본격적인 인상이 나타날 전망이다.
이가운데 유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됐다. 중견 유업체 푸르밀은 지난 10월 사업종료와 정리 해고를 밝혔다가 대리점주와 농가, 직원들의 반발로 사업종료 대신 인력 해고로 돌려 사업을 영위하기로 했다. 푸르밀 뿐만 아니라 LG생활건강이 영유아 식품사업에 철수하고 매일유업도 분유 사업을 축소하는 등 유업계의 위기가 현실화된 모습이다.
가치소비 기조 강화에 비건 사업 확대
식품업체들은 최근 대세로 떠오른 가치소비 트렌드에 맞춰 비건 관련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대체육에 대한 관심이 높다. 대체육이란 동물 유래 단백질을 대신할 수 있는 식물성 단백질 공급원이다.
농심과 풀무원, 오뚜기, 신세계푸드, CJ제일제당 등은 대체육 관련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대체육 시장인 B2B(기업간 거래)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영역으로 확대하는 모습이다.
이는 최근 종교적·윤리적 이유뿐 아니라 건강과 환경 문제, 동물 복지 등을 이유로 비건을 택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급변하는 시장 속 프랜차이즈 업계 대거 매물로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이 나타나면서 배달시장 대신 외식시장이 활성화됐다. 이에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몸값을 높게 올려받을 적기라고 보고 인수·합병(M&A) 시장에 뛰어들었다.
롯데리아를 제외하고 대형햄버거 프랜차이즈 맥도날드·버거킹·맘스터치·KFC가 M&A 매물로 등장했다.
이외에도 커피 프랜차이즈, 패밀리 레스토랑 등 업체들도 M&A 매물로 나오면서 시장재편이 예고된 상황이다.
국내시장 위축 속 해외·프리미엄 승부수
식품·식음료 업계는 저출산과 고령화로 내수시장의 성장세가 꺾이면서 해외시장 진출을 통한 판로 확보에 나서는 한편 프리미엄 제품 출시를 통해 객단가를 올리는 방안을 활용하고 있다.
인구감소는 유통업계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힌다. 그중에서도 저출산과 관련된 제과업계, 우유·분유산업에 악영향이 크게 가해진다. 경제활동인구가 줄면서 소비 자체가 줄어 내수시장 위주의 유통업계에 전반적인 매출 감소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치킨·편의점·베이커리 등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는 해외 매장을 추가 출점했다. BBQ, 오리온, 롯데제과 등이 해외 매장과 공장 건설을 통해 해외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 모습이다.
스타벅스 발암물질 논란
스타벅스는 올해에 고객 증정품 ‘서머 캐리백’에서 유해 화학물질 폼알데하이드가 검출돼 비판을 받았다. 폼알데하이드는 자극적인 냄새와 독성을 가진 물질로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로 분류된다.
스타벅스에 대한 비판 여론이 제기되자 스타벅스는 즉각 사과해 증정품의 자발적 리콜과 함께 보상안을 마련했다. 스타벅스코리아의 모회사인 신세계그룹도 대표 교체를 통해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주류도 프리미엄으로 마신다
코로나19 엔데믹 시대를 맞아 주류 시장이 되살아났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식당 등의 영업시간이 제한돼 유흥시장의 흥행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정권 교체와 동시에 영업제한이 풀리면서 주류 소비가 급증했다.
동시에 프리미엄 주류가 더욱 각광받았다. 가정용 주류 시장을 중심으로 증류 소주가 인기를 끌었다. 프리미엄 증류식 소주 ‘원소주’가 각광받으면서 GS25가 협업한 ‘원소주 스피릿’이 출시됐다. 여기에 타 편의점들도 증류식 소주를 경쟁적으로 출시했다
프리미엄 와인, 프리미엄 맥주도 인기를 끌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나타난 ‘혼술’ 트렌드가 지속적으로 이어지면서 값비싼 프리미엄 주류에 대한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주류업계 노조 리스크 가열
국내 주류 업계가 올 한해동안 노사 리스크로 골치가 아팠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3월부터 시작돼 6개월간 이어진 노사 리스크를 가까스로 해결했다. 노사갈등은 하이트진로의 100% 자회사인 수양물류 소속 화물차주들이 화물연대에 가입한 후 운임 30% 인상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하면서 시작됐다. 노사 리스크는 하이트진로가 운성료를 인상하면서 해결됐다.
오비맥주도 지난 6월 화물연대 본부의 총파업으로 한때 제품 출고가 어려운 상황이 나왔다.
다만 노조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주류업계 성수기인 여름과 연말을 맞아 실적은 크게 향상됐다.
논란의 '소비기한 표시제’ 도입 앞둬
다음해 1월 1일부터 식품에 기존의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을 표기하는 '소비기한 표기제'가 시행된다.
유통기한이 소비자에게 유통·판매가 허용되는 기간이라면 소비기한은 소비자가 보관 조건을 준수했을 경우 식품을 먹어도 안전에 이상이 없다고 판단되는 기간이다.
소비기한 표시제는 기존 포장지 폐기에 따른 자원 낭비 등에 대한 우려로 다음해 1년은 계도기간이 운영된다.
식품폐기량이 감소돼 식품·유통업계는 판매 기한이 늘어난다는 점에서 매출 증대를 기대하고 있으나 소비자 안전 등을 우려하는 시각도 공존하는 상황이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