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상위 삼성전자, 하이닉스 내년 하반기에나 회복
경제 침체에 수요 암울...장투와 손절 사이 고민 커져
지난 20일 종가 기준, 올해 주요 20개국(G20) 대표 주가지수 가운데 코스피 상승률이 19위를 차지한 가운데, 주가지수에 영향을 주는 반도체 업황이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아 우려를 키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내년 하반기나 돼야 반등의 시동을 걸 것으로 보고 있다.
튀르키에(181.26%)와 아르헨티나(101.38%)가 기록적인 상승을 보인 것을 포함, 지수가 연초대비 우상향을 기록한 국가는 6개국에 불과했지만 20%이상 하락을 보인 국가는 한국(코스피 -21.93%)과 러시아(RTS -40.40%)에 불과하다. 러시아가 전쟁중인 상황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꼴찌는 한국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의 가장 큰 이면에는 한국이 강점을 보이고 있는 반도체 기업이 시총 상위에 포진하면서 전반적인 코스피 하락을 주도한 때문으로 보인다.
22일 기준 코스피에서 삼성전자(18.07%), 삼성전자 우선주(2.26%), SK하이닉스(2.95%) 등을 더하면 총 23.28%로 여기에 반도체 제조 공정에 투입되는 연관 종목들까지 더하면 그 영향력은 훨씬 커진다.
한국이 강세를 보이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위축 속에 2분기 이후 스마트폰과 PC수요가 감소한 것이 결정타였다. 더 큰 이익을 가져다주는 시스템반도체나 대만TSMC가 굳건히 지키고 있는 파운드리 사업 등에서는 여전히 격차가 큰 상황이고, 복수의 거래처를 원하는 고객들을 만족할 만한 수율이 아직 나오지 않는 등 주가를 떠받칠만한 기대감이 높지 않을 것이 문제다.
NH투자증권 도현우 연구원은 22일 삼성전자에 대해 “메모리 반도체 수급 둔화로 올 4분기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46% 감소해 컨센서스를 하회하는 5.89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영업이익 감소 추세는 내년 2분기까지 진행될 것으로 공급 축소로 인한 수급 개선은 내년 하반기에나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도 연구원은 올 4분기 반도체 부진의 이유로 IT수요 부진에 따라 데이터센터 투자 감소와 올 상반기 과도한 설비투자가 요인이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의 해결책으로 제시되는 것은 투자 축소와 감산이다.
2023년 생산 기준으로는 DRAM -9%, NAND +5%로 예상되는 가운데, DRAM 연간 출하량의 전년 대비 감소는 역사상 최초라는 설명이다. 공급 축소 효과는 상반기보다 재고가 줄어든 하반기에 집중돼, 2023년 하반기부터는 메모리 반도체 업체 실적 개선이 가능하고 공급 부족이 극대화되는 2024년 실적 반등은 업계 예상대비 큰 폭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하이닉스에 대한 전망은 이보다 좀더 심각하다.
KB증권 김동원 연구원 등은 지난 9월 15일 제시한 목표가 12만원을 21일 11만원으로 낮췄다. 이 회사는 SK하이닉스에 대한 목표가를 지난 2월 17일 17만원에서 지속 낮추고 있다.
목표주가 하향의 이유는 내년도 서버, 스마트폰 메모리 주문 감소 등에 따라 내년 실적 추정치가 큰 폭으로 내려갔기 때문이다.
실적 기대감이 낮아진 이유로 KB증권은 고객사들의 강도높은 재고 조정과 내년 경제 불확실성, 메모리 가격 지속 인하 요구, 공급자간 낸드 점유율 확대 경쟁 등을 꼽았다.
다만 내년 상반기 중 고객사들의 재고조정 일단락이 나면 글로벌 메모리 업체들의 투자 축소 및 감산 효과가 내년 3분기부터 발생된다는 전망이다.
여기에 M&A를 위해 외부 차입을 늘린 것에 대한 재무적 부담도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인텔의 낸드 사업부(솔리다임) 인수, 파운드리 업체 키파운드리 경영권 인수 등에 필요한 자금 마련을 위해 외부 조달을 급격히 늘렸다. 지난 3분기 말 연결기준 순차입금 비율은 21.55%로 전년 말 대비 7.16%p나 급증했다.
이렇게 인수한 기업들은 당장 수익에 기여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무려 약 10조원 대의 자금을 투입한 솔리다임은 당장은 실적 개선이 요원하고, 파운드리 사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라는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4분기에만 1조원 대의 적자를 낼거라는 추정 속에 적자폭에 대한 정확한 수치는 나오고 있지 않다.
문제는 국내 투자자들이 주가가 내려가는 시점에 삼성전자를 위시한 반도체 종목을 저가매수 명목으로 대거 담았다는 점이다.
메리츠증권 이진우 투자전략팀장은 “상반기 외국인 순매도의 주원인은 반도체였다”며, “영업이익 전망치가 본격적으로 하향되기 시작한 것은 7월 이후였으나, 주가 및 외국인 유입 하향은 이를 선행한 상반기에 진행됐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 압구정지점 PB는 “경기 침체를 내다본 외국인들이 반도체 수요 감소를 전망해 매도에 나서는 사이 국가대표 종목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매수가 이어진 상황”이라며, “내년 하반기 이후의 턴어라운드를 감안해 장기투자에 들어갈지 어두운 경제전망을 감안해 그 반대 포지션을 택할지 정해야 할 시기”라고 조언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