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시스템은 없어…”정부의 조정 기능 일부 인정해야”
스스로 떳떳할 수 있는 시스템과 실천이 ‘관치금융의 방패’
새 정부 들어 주요 금융지주 및 은행장들의 얼굴이 바뀌면서 관치금융 논란이 뜨겁습니다. 임기를 다한 CEO들의 연임 도전과 그 좌절의 과정에 정부의 입김이 작용한다는 뜻입니다. 왜 그런 일들이 일어나고, 관치금융은 또 얼마나 나쁜 일일까요?
포털에 ‘관치금융’을 검색해보니, ‘정부가 금융시장의 인사와 자금 배분에 직접 개입하는 금융 형태’라고 정의돼 있습니다. 덧붙여 “법 제도나 시장 원리에 의해 투명하게 금융활동이 이루어지지 않고, 행정기관에 의거해 금융활동이 불투명하게 처리”라는 표현도 나옵니다.
한 마디로 금융회사의 자율성을 정부가 침해하는 일을 말합니다.
지난 해부터 최근까지 금리인상기 수신금리와 여신금리를 정함에 있어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개입하는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조정해도 경제학의 상식과 달리 이자가 움직이는 모습에 예측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물론 이는 부분적으론 글로벌 경제가 동조화돼 발생하는 일이니 대한민국만의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한편 연임에 나서려 했던 신한금융 조용병 회장에 이어 장고를 하던 우리금융 손태승 회장마저 돌을 던지는 상황을 보며 또 다른 형태의 관치금융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직접적으로 압력을 행사했는지, 아니면 옆구리를 찌르는 ‘넛지(Nudge)’를 했는지의 여부는 법적 공방을 다툴 일이 아니라면 일반인들 입장에서 별로 중요치 않은 것 같습니다. 결과는 같으니 말입니다.
다만 어감부터 부정적인 ‘관치금융’이 꼭 나쁜 것인지는 생각해볼 문제가 있습니다.
금융회사는 그 기업활동이 많은 부분 공공성을 띄게 돼 있습니다. 특히 제1금융권인 은행들의 경우 민간의 삶과 많이 결부돼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손’이 알아서 모든 걸 조절해주면 좋으련만 시장의 기능이 때로는 정상작동 하지 않아 국민의 삶이 피폐해지기 때문입니다.
법을 위반한 것도 아닌데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통해 얻은 이익이라면 은행들이 연봉 1억을 주든 성과급 300%를 주든 상관할 바가 아닙니다. 하지만 언론이 이를 지적하는 것은 제도와 시스템이 완벽하게 작동할 수 없어 불측의 피해자가 양산되기 때문입니다. 제도적 허점에 의해 이른바 ‘불로소득’이 생긴 부분은 누군가의 눈물일 수 있고 이를 마음대로 쓰는 것은 분배의 관점에서 ‘사회정의’에 어긋난다는 정서가 기저에 깔려 있습니다.
일 테면 ‘영끌’을 해서 집 한 채를 겨우 장만했더니 집값은 떨어지고 대출 이자만 늘어 고통받는 서민에게 “당신이 한 결정이니 스스로 책임져라”라고 말할 수 있는지는 합법과 불법의 판단 영역이 아닙니다.
이는 정부의 정책 실패 문제와도 연결되는 부분이라 어찌보면 관치금융은 정부 정책의 부작용에 대한 애프터서비스(AS) 차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한국 금융은 IT, 자동차, 철강, 화학 등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타 산업 대비 국제경쟁력에서 한 단계 아래에 있음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혹자는 그 이유를 ‘관치금융’에서 찾기도 합니다.
이미 개별 기업의 경쟁력이 정부 행정력보다 한 수 위에 있는데 상대적으로 간섭을 덜 받는 영역은 세계 정상권에 이르렀지만, 금융은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정부 간섭을 받아 발전이 더디다는 ‘자성론’입니다.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은 말 그대로 ‘회장님’의 지위를 연임을 통해 누려왔습니다. 이번 한번이 아니라 다음번에도 그 다음 번에도 지금의 회장님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는 기대가 생긴다면 그를 이용하려는 세력들에게 유혹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또 정부의 정책과 같이 맞물려 움직이던 수장을 바꾸는 것이 실질적 의미를 떠나 상징적으로도 필요하다고 믿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번 정부들어 금융권 CEO 선임에 조금 달라진 모습이라면, 완전 생뚱맞은 사람이 권력자와의 학연, 지연 등 때문에 자리를 차지하는 진정한 낙하산은 상대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에 대해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꼭 이번 정부가 도덕적으로 더 높은 수준에 있어서라기 보다는 국민들의 의식이 많이 높아졌고, 감시의 눈이 많아져 불투명하고 무리한 인사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오히려 기존의 금융CEO들이 스스로 떳떳할 수 있는 검증 시스템과 사회이사 구성 등을 갖췄다면 설사 사모펀드 사태와 같이 불가항력적인 사태가 벌어졌다 해도 사회적 이해를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한마디로 관치금융은 좋은 것은 아니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고, 이러한 관치금융에 당당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실천하지 못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결론입니다.
결론이 조금 싱겁지만 사실이 그렇습니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