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는 지난 2월 24일 '상속세 유산취득 과세체계 도입을 위한 전문가 전담팀' 제4차 회의를 개최하고 배우자공제 등 각종 공제 제도, 세율 및 과표 구간 조정 등 유산취득세 도입 시 쟁점별 시뮬레이션 결과 등을 논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기획재정부는 재정 안정성 확보를 위해 한편에서는 재정준칙 입법을 추진하면서, 적자 재정에도 불구하고 대기업과 부자 감세 정책을 추진해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현행 우리나라의 상속세제는 상속 재산 규모에 따라 10∼50% 누진세율을 적용하기 때문에 유산취득세로 전환 시 상속세수 규모는 상당 부분 줄어들게 될 것이다. 

유산취득세제 도입은 또 다른 부자 감세라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기획재정부가 유산취득세제 도입을 이렇게 급하게 서두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기획재정부는 상속세 유산취득 과세체계 도입을 위한 전문가 전담팀 제4차 회의를 열었다고 24일 밝혔다.(사진=연합뉴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24일 상속세 유산취득 과세체계 도입을 위한 전문가 전담팀 제4차 회의를 열었다고 밝혔다.(사진=연합뉴스)

유산취득세제로의 전환 계획이 과연 타당한 것인지 살펴보자.

■ 상속 재산에 대한 과세 방식

상속재산에 대한 과세방법은 유산세형(estate tax type)과 유산취득세형(inheritance tax type)으로 구분된다. 전자는 무상 이전자가 이전하는 재산의 크기에 대해 과세하는 방식이고, 후자는 무상 취득자를 기준으로 취득하는 재산의 크기를 측정하여 과세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는 유산세형 과세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피상속인이 남긴 유산총액에 대하여 상속세를 과세하고 있다. OECD 23개국 중 유산세 방식을 채택한 곳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영국·덴마크 등 4곳뿐이고, 일본을 비롯한 대다수의 OECD 회원국은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과세하고 있다. 

■ 상속 증여세 과세 목표

상속 및 증여세법 제1조에 상증세는 ‘공정한 과세’가 법 제정의 목적임을 강조하고 있다. 

청년들의 출발점 평등(Equality of opportunity)이란 시각에서 보면, 부의 분산을 촉진하기 위해 상속이나 증여 재산에 가능한 많은 세금을 물리는 것이 공정할 것이다. 

이런 시각은 노무현 정부에서 도입한 증여세 완전포괄주의가 백미일 것이다. 증여세 열거주의의 맹점을 이용한 증여세의 회피행위를 근원적으로 봉쇄하기 위해, 2003년 12월 30일 전격적으로 도입한 제도다. 

민법상 증여에 해당되지 않는 행위나 거래라고 하더라도 그 명칭이나 형식이 무엇이든 사실상 재산의 무상이전에 해당되는 경우, 경제적 실질에 따라 증여세를 과세하는 제도다.

이에 따라 세금 없는 부의 무상이전이 원칙적으로 봉쇄됨으로써 제도적으로는 과세의 형평성이 크게 제고되었다.

하지만, 법문상의 허점, 과세관청의 능력 부족, 대형 로펌의 막강한 로비력, 그리고, 사법부의 편파적 판결 등으로 실효성이 제대로 확보되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상속세는 사망을 이유로 과세하는 사람을 화나게 하는 제도, 소득세와의 이중과세 또는 저축ㆍ투자에 미치는 악영향 등으로 상속 세제의 폐지를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상속세 완화 주장은 적절치 않다. 

■ 세제상의 비과세 및 공제ㆍ감면 제도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어야 한다’는 명제는 동서고금의 진리다. 하지만, 엄청난 돈을 벌었지만 단 한 푼의 납세 의무가 발생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세제상의 허점 또는 세정상 지원 목적 등으로 소득세를 납부하지 않았더라도 상속ㆍ증여세법에서까지 혜택을 부여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대표적인 케이스는 ▲재벌기업 총수 또는 오너가 공정거래법상의 허점을 이용해 계열사의 법인분할과 상표권 계약 체결을 통해 또는 일감 몰아주기 등의 편법을 통해 막대한 부를 창출하는 경우 ▲부동산 양도와 관련한 양도소득세나 법인 특별부가세 등의 면제 ▲뱀장어 양식 또는 산양삼 재배 등 1차산업 비과세 제도를 이용한 막대한 부의 창출 ▲대주주가 아닌 소액주주의 주식양도차익 등이다.

■ 국세청의 허술한 과세 행정

국세청은 국세기본법, 국세징수법 또는 타 관련 법률에 따른 막강한 과세권한을 보유하고 있지만, 허술한 과세 행정상의 구멍을 통해 세금이 줄줄 새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삼성 일가의 4조원 비자금 사건을 보면 국세행정망이 얼마나 허술한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금융실명제나 FIU 등의 강력한 제도적 장치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

비자금 이슈는 삼성 일가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몇몇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상장기업의 경영권 프리미엄이 미국의 두 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점에서 상장법인 경영권이 있는 주식에 대한 상속세 20% 할증 규정이 과도하다는 주장도 합리성이 결여된다.

유산취득세제 도입 계획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공약에도 인수위원회 110대 과제에도 포함돼 있지 않았다. 

부의 대물림 또는 무상이전에 대한 과세 강화는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하는 ‘상식과 공정’과도 궤를 같이할 뿐 아니라, 조세부과의 기본원칙에도 부합한다. 

기획재정부는 당장 유산취득세로의 전환 논의를 중단하기 바란다. 

▲이호연 스트레이트뉴스 선임기자
▲이호연 스트레이트뉴스 선임기자

 

[스트레이트뉴스 이호연 선임기자]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