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땅에서 내국인 고용 역차별 현상 심각한 상태
한국은행은 지난 5일 발표한 ‘우리나라 취업자 수 추세의 향방’ 보고서를 통해, 2023∼2027년 취업자 수 증가 규모가 연평균 7만∼12만명 수준에 그칠 것으로 추산했다. 주요 연구기관 보고서도 올해 평균 취업자 수 증가분이 지난해보다 70만 명 줄어든 10만 명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참고로 2010년대 취업자 수 증가 폭이 연평균 34만 명이었다.
경제정책의 최우선 목표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집권 기간 중 양질의 일자리 창출 성적표는 역대 정부 최악이라는 성적표를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불확실한 대내외 경제 여건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이 어렵다면, 일자리 환경이라도 개선해 기존의 일자리라도 지켜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윤석열 정부는 무분별하게 외국인 근로자 도입확대 정책을 추진해 우리나라의 일자리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살펴보자.
외국인 근로자에 빼앗긴 제조업 일자리
지난 13일 고용노동부의 ‘고용행정 통계로 본 2월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고용보험 상시가입자는 1471만7천명으로 지난해보다 35만7천명(2.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비전문취업(E9) 비자와 조선족의 방문취업(H2) 비자를 발급받은 외국인의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13만명으로 7만8천명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외국인 근로자가 전체 고용보험 가입자 수 증가의 약 22%를 차지한 셈이다.
제조업의 경우, 전체 고용보험 가입자 수 증가(8만4천명) 중 82%에 이르는 6만9천명이 외국인 근로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추세라면 멀지 않은 장래에 제조업종은 대부분이 외국인 근로자로 채워질 형편이고, 근로 환경이 열악한 업종 대부분의 일자리는 외국인에게 잠식당하게 될 전망이다.
무차별적 외국인 근로자 도입확대 정책
■ 제조업, 물류·운송 등 6대 업종
지난 8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정부는 인력난 호소가 큰 제조업, 물류·운송 등 6대 업종을 선정해 각각 주무부처 책임관을 지정하고, 업종별 맞춤형으로 내국인 유입확대와 외국인력 활용 유연화를 병행해 일자리 매칭을 강화하겠다"라고 밝혔다.
운송은 택시기사의 원활한 수급을 위해 플랫폼 기반 택시의 선운행 후자격 취득을 추진하고, 중형택시에서 대형승합·고급택시로의 전환절차를 인가제에서 신고제로 개선해 고급 서비스 시장의 인력 유입을 도모한다.
물류·택배는 단순 반복적인 상하차 및 분류작업의 자동화 기술개발 등 자동화 설비 구축 지원을 확대하고, 상하차업무에 방문동포 취업을 허용하는 동시에 인력난이 심한 분류업무에 대해서도 방문동포(H-2) 취업 허용을 검토한다.
노인 돌봄은 요양보호사 경력개발 및 직업전문성 강화를 위해 5년 이상 근무자를 대상으로 교육 후 선임 요양보호사로 배치하고, 관리업무를 부여하는 승급제 시범사업을 오는 4월부터 실시한다.
수급자 대비 요양보호사 비율을 상향 조정해 업무강도 완화를 지원하고, 적정 인력확보를 위한 요양보호사 처우개선 및 수급방안을 올해 중 마련한다.
음식점업은 우수 한식당 서버, 그릴마스터 등 세부직종 성공모델 발굴·홍보를 통해 인력 유입을 유도하고, 전국 고용복지센터의 음식점업 등 서비스업종 전담자를 통해 채용지원서비스를 집중 제공한다.
재외동포(F-4)에게도 주방보조원, 음식서비스 종사원 등 단순노무 취업을 허용한 지역특화형 비자 시범사업을 확대하고, 외국인 유학생(D-2)의 시간제 취업 허용시간을 연장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이러한 무분별한 외국인 근로자 도입확대 정책은 대다수 근로빈곤층의 일자리를 외국인에게 제공하겠다는 것으로 일자리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망가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성이 높다.
■ 음식업 외국인 종업원 근무 허용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14일 ‘제1차 농식품 규제개혁전략회의’를 열고 농식품분야 규제개혁 과제 35개를 확정 발표하면서, 태국, 필리핀, 스리랑카, 베트남 등 16국 국적 외국인도 식당 종업원으로 일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단, 언어 소통 문제 등을 고려해 일단은 음식 서빙 등은 제외하고 주방 보조 일자리부터 단계적으로 허용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는 방문취업(H-2) 비자로 국내에 들어온 중국·구소련 지역 동포만 식당에서 일하는 것이 가능하다.
청년이나 근로 빈곤층에게는 비교적 양질의 일자리인 식당의 일자리마저 외국인에게 넘겨주겠다는 정책은 위험하기 짝이 없는 발상이다.
■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 도입
지난달 26일 정부는 외국인 가사서비스 근로자 도입을 위한 시범사업의 구체안을 상반기 중 마련하고 이르면 연내 시행할 계획임을 밝혔다.
권기섭 고용노동부 차관은 "국내의 경우 입주보다 출퇴근 방식의 가사도우미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외국인 도우미의 인권 보호, 처우 보장을 위해서는 직접 고용이 아닌, 인력회사를 통한 파트타임 파견 형식으로 제도를 운용하는 게 낫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 차관은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를 적극 활용하는 국가(도시)는 싱가포르와 홍콩, 일본이 있는데, 일본 모델이 한국 실정에 더 잘 들어맞는다고 보고 연구를 진행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파견 방식 가사도우미 제도를, 싱가포르와 홍콩에서는 입주 도우미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얼마 전 한진그룹 일가에서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강남권에서는 영어를 구사하는 필리핀 가사도우미 고용이 예삿일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홍콩 등에서는 가사도우미에 대한 무차별 폭행, 성폭력, 사망 등의 문제가 수시로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데, 자칫 남의 나라 일이 아닌 우리의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 정책은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 해결보다는 국민 위화감만 키우고, 일부 기득권층의 사다리 걷어차기란 비난을 받을 위험성이 크다.
늘어나는 불법 체류 외국인 근로자
최근 태국 출신의 60대 남성 불법 체류 노동자가 경기도 포천의 돼지농장 근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조립식 패널로 된 숙소 내부엔 곳곳에 곰팡이가 피어 있고 난방시설도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다 사망한 것이다. 이곳 농장주는 트랙터를 이용해 인근 야산에 시신을 내다 버린 혐의로 구속됐다.
2018년 35만5126명이었던 불법 체류자 수는 지난해 10월까지 41만767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5년간 법무부 단속에 걸린 불법 체류ㆍ취업 외국인은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건설업계의 경우 지난 2015년 982건이었던 단속 건수가 지난해 3,433건으로 약 3.5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2021년 산재 사망률은 0.43이다. OECD 회원국 중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참고로, OECD 평균은 0.29이다. OECD 회원국 중 압도적 1위다. 독일의 0.15, 일본의 0.13보다 훨씬 높다.
불법 체류 외국인 근로자 채용 선호 대상인 3D 사업장에서 산재 예방시설 투자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싱가폴이나 대만에서 채택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 부담금 징수제 도입을 도입해 외국인 근로자의 불법적 근무지 이탈을 억제하고, 제도 시행으로 조성된 재원으로 내국인 일자리 환경 개선에 써야 할 것이다.
‘말뫼의 눈물’을 흘렸던 스웨덴은 외국인 근로제도를 몰랐을까?
조선업에서는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조 파업사태로 내국인이 떠나 일자리 부족 현상이 심각한 실정이다.
정부는 지자체까지 합세해 조선업 일자리 대책을 지원하기 위해 보조금 지급을 비롯해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전남 목포에 있는 목포과학대는 2년제 조선학과를 부활시켜 50명 정원의 외국인 전담학과를 신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수의 지방대학도 비슷한 계획을 실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올해는 비전문 외국인 근로자(E-9 비자) 외국 인력을 7만명 도입했는데, 내년에는 역대 최대규모인 11만명을 도입할 예정"이고, 조선업 경쟁력 강화와 인력난 해소와 관련해, "외국인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고용허가서 발급 시 조선업에 최우선 배분되도록 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노동부 장관은 내국인 일자리 창출에 힘을 쏟아야 마땅할 진데, ‘역대 최대규모’의 외국인 근로자 도입을 마치 대단한 치적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현대중공업은 2002년 스웨덴 코쿰스 조선소에서 단돈 1달러에 대형 크레인을 샀다. 당시 스웨덴 국영방송은 크레인이 배에 실려 가는 모습을 보도하면서, ‘말뫼의 눈물’이란 제목을 달았다.
스웨덴이나 일본의 조선 경쟁력은 우리나라의 저렴한 인건비에 밀려 도태됐다. 이들 나라가 외국인 근로자를 대규모로 도입했더라면 조선업 경쟁력을 유지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란 판단하에 눈물을 머금고 조선업을 포기했을 것이다.
일단 외국인에게 빼앗긴 일자리 생태계가 내국인에게 돌아올 가능성은 희박
외국인 근로자 도입확대는 청년층은 물론, 근로 빈곤층 대다수의 일자리를 위협하게 될 것이다. 근로빈곤층 상당 부분의 일자리는 외국인과 일자리 무한 경쟁환경에 처하게 될 터인데, 사실상 내국인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일자리 전쟁이 벌어지게 될 것이다.
대규모 건설 현장은 물론이고, 소규모 인테리어 해체공사나 도로 보수공사 현장에서도 외국인 근로자를 만나는 것은 낯설지 않다. 새벽 인력시장에서 내국인이 집단 따돌림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우리 땅에서 내국인 고용 역차별 현상이 심각한 상태다.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2월에도 불법 외국인 고용을 척결하고 내국인 노동자 생존권을 사수하라는 집회를 벌인 바 있다.
최근 돼지농장에서 사망한 태국인 근로자는 월급을 200만원 지급 받아 180만원을 본국으로 송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인 근로 제도하에서는 생산액(GDP)보다는 소득(GNI)가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나 내수경기 위축을 불러온다. 불법 송금과 연계된 지하경제 확대 또는 고액권의 대규모 사장 현상 등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노조조직율이 14%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고용 역차별을 받게 될 근로빈곤층의 잠재된 불만은 엄청날 것이다.
황소개구리 도입으로 망가진 생태계 복원이 어렵듯, 일단 외국인에게 빼앗긴 일자리 생태계가 내국인에게 돌아올 가능성은 희박하다.
윤석열 정부는 원점에서 외국인 근로자 도입확대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고, 저임금 노동시장 생태계 개선에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스트레이트뉴스 이호연 선임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