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 빅3 노리는 1등 금융그룹의 막내 자회사 첫 작품
종신 늘리고 고객 이탈 막고… ‘사망보험금’ 당겨쓰는 선택 통할까

우리는 날마다 아침에 눈을 떠 잠자리에 들 때까지 상업광고(CM, Commercial)에 무의식적으로 노출됩니다. 광고의 정의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의도적 유료 커뮤니케이션 활동’임을 상기할 때, 기업의 광고 활동에는 분명 목적이 있습니다. 잠재 고객들의 생각을 바꾸려는 기업의 메시지를 잘 분석하면 역으로 각 기업들의 현재 상황과 향후 전략을 읽어낼 수도 있습니다. 스트레이트뉴스가 각 기업들의 광고를 분석하고 그 숨은 의미를 찾아봅니다. <편집자 주>

국민배우 윤여정씨가 출연한 KB라이프생명 광고 일부분(출처=KB라이프생명)

연초부터 아카데미를 뒤흔든 여걸 ‘윤여정’ 배우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 30층 버튼을 누르며 “내가 만약 30대라면 말이야”로 시작하는 광고가 여기저기서 보입니다.

딥러닝 기술을 통해 구현해냈다는 윤여정 배우의 젊은 모습들이 지나가며 “하고싶은 일이 많지만 제일 하고싶은 건, 금융”이라며, “요즘 보험 좋잖아”라면서 KB라이프의 ‘역모기지종신보험’ 이야기를 꺼냅니다. 도대체 역모기지보험이 뭐길래 연초부터 광고 공세가 이어지는 걸까요?

올해 11월 임기를 마치는 KB금융 윤종규 회장의 마지막 자회사 퍼즐 ‘KB라이프생명보험’이 올해 1월 1일 문을 열었습니다. 완전 새로운 회사라기 보다는 기존에 자회사였던 KB생명과 새로 인수한 푸르덴셜생명보험을 합쳐 통합 생보사로 출발했다는 표현이 이해하기 쉬울 겁니다.

글로벌 회사의 DNA를 가진 푸르덴셜생명은 우수한 설계사와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가진 회사로 정평이 나 있었고, KB생명은 규모가 작지만 KB금융그룹의 후광효과로 방카슈랑스에 장점을 가진 회사였습니다.

최근까지 은행들이 이자수익을 많이 거둬 눈칫밥을 먹고 있지만 푸르덴셜생명 인수 당시만 해도 은행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비은행 포트폴리오(증권, 보험, 카드, 캐피탈, 신탁 등) 강화에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었습니다.

통합 자산규모 35조원인 KB라이프는 CEO가 누가 될지부터 관심이 많았습니다. 덩치가 훨씬 큰 푸르덴셜 출신 보험전문가와 KB금융의 문화를 잘 알고 윤종규 회장의 복심으로 여겨지는 사람 중 KB의 선택은 후자였습니다.

KB금융 CFO출신의 이환주 사장이 보험 배테랑 민기식 푸르덴셜생명 대표를 제치고 단독 대표에 오르면서 CFO출신 윤종규 회장의 CFO 사랑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다만 경쟁사인 신한라이프가 물리적 통합에 이은 화학적 결합에 적지않은 시간과 노력이 드는 과정을 지켜보며 이른바 합병후 통합(PMI)의 중요성에 대해 깊이 고민했다는 것이 보험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입니다.

겨울철 출근길 직원들에게 커피를 건낸 이환주 초대 CEO(출처=KB라이프)

통합 몇 달을 앞두고 윤 회장이 직접 나서 직원들을 독려하거나, 출근길 직원들에게 커피를 나눠주는 신임CEO의 모습은 이를 염두에 둔 다소 의도된 이벤트였습니다.

아무튼 이런 배경 속에 탄생한 KB라이프가 연초에 들고나온 핵심상품이 ‘(무배당)KB라이프역모기지종신보험’입니다. 도대체 이 상품은 무엇일까요?

우리에게 익숙한 역모기지는 ‘주택연금’입니다. 살고있는 집을 담보로 매달 필요한 생활비를 타서 쓰는 상품입니다. 언제까지 살지는 모르지만 사는 날까지 안정적인 자금이 나온다는 측면에서 집값 하락의 시대를 맞아 다시 관심이 커지는 상품입니다.

다만 보험업계에서 역모기지는 생경합니다.

이 상품은 통합 전인 작년 11월 푸르덴셜생명보험이 협회 심사를 거쳐 보험계약역모기지특약을 가미해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한 상품입니다. 보험업계에서는 신상품 개발을 촉진하는 차원에서 개발 주체인 해당 보험사에게 통상 6개월 정도의 독점판매권을 부여합니다. 이 상품의 경우 2022년 11월 16일부터 2023년 5월 15일까지는 (구)푸르덴셜생명과 (현)KB라이프생명만 팔 수 있습니다.

보통 보험사들은 그해 주력으로 판매할 시그니처상품을 연초에 선정하고 마케팅을 집중합니다. 그렇다면 KB라이프생명이 역모기지상품을 대표선수로 꼽은 이유가 궁금합니다.

올해부터 보험업계엔 새 회계기준인 IFRS17이 도입됩니다. 간단히 말하면 과거 보험사의 부채와 자산을 취득가인 원가로 평가하던 방식을 현재 가격인 시가로 평가하도록 바꼈습니다. 보험사들의 건전성을 판별함에 있어 보유하는 자산의 가치가 올바로 평가되지 않음으로 해서 위험율이 과다 혹은 과소 계상되는 일을 막기 위한 조치입니다.

작년까지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로 이동이 줄어든 반사이익으로 손해율이 줄어 성과급 잔치를 한 손해보험사들과 달리 ,규모가 큰 생명보험사들은 여전히 고난의 행군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오래전 판매했던 장기보장성보험이 수익의 발목을 잡아왔기 때문입니다. 신규 상품을 열심히 팔아야 하지만 경제상황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신상품 판매도 쉽지 않았습니다. 그 간극을 메우기 위해 변액보험 등 저축성보험을 열심히 팔았지만 위에서 언급한 IFRS17 도입과 함께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특히 고유의 보험서비스와 연결된 보험료만 보험사 수익으로 인정돼 저축성보험보다는 보장성보험 판매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작년 한해 금리의 인상으로 상대적 안전자산인 채권투자에 집중해온 보험사들의 변액보험 집중은 보유 채권의 평가 가치 하락으로 수익에 위협이 되기까지 했습니다.

KB라이프의 역모기지종신보험 상품구조(출처=KB라이프)
KB라이프의 역모기지종신보험 상품구조(출처=KB라이프)

이렇게 보장성보험을 팔아야 할 때 신생 통합사 KB라이프생명이 뽑아든 카드가 역모기지종신보험입니다.

이 보험은 종신보험에 모기지 기능을 더한 상품입니다.

피보험자의 사망시 지급되는 사망보험금을 담보로 일정 납입기간을 지나면 평생 연금을 지급받는 구조입니다. 만약 역모기지를 지급받다가 피보험자가 사망하면 사망보험금에서 그동안 받아간 역모기지원리금을 제하고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습니다.

한가지 눈에 띄는 부분은 역모기지금액이 사망보험금을 초과해도 평생 지급받을 수 있다는 부분입니다. 만약 자신이 오래 살 자신이 있는 분에게는 적극 추천하고 싶은 상품입니다. 오래살수록 이득입니다. 다만 이 상품은 해약환급금 미지급형이라 납입 도중 해약한다면 손해가 막심합니다.

우리나라는 보험의 유지율이 타국 대비 낮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통상 유지율을 살펴보는 기간으로 13회차와 25회차 즉 1년과 2년 뒤를 살핍니다. 보험연구원이 밝힌 2020년 기준 한국의 13회차 생보사 유지율은 84.8%로 미국(91.9%), 홍콩(93.3%), 대만(94%), 일본(95.3%), 싱가포르(99.3%)와 비교해 낮습니다. 25회차는 간극이 더 심해 한국은 61.4%로 미국(84.9%), 홍콩(88%), 대만(88.9%), 일본(89.2%), 싱가포르(96.1%) 보다 현격히 떨어집니다.

이쯤 되면 이 상품의 노림수가 정리됩니다.

IFRS17 도입에 따른 보장성보험 판매의 필요성, 장수리스크에 대한 고객들의 불안은 크지만 어려운 경제사정에서 보험 가입에 대한 부담, 해약환급금 미지급형으로 유지율을 높일 수 있는 유인, 6개월간 독점 판매가 가능한 기간동안의 집중적인 마케팅이 그 배경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KB라이프생명은 올해 출범과 동시에 2030년까지 빅3 보험사로의 도약을 목표로 잡았습니다. 우리가 아는 빅3 생보사는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입니다.

각사들은 나름의 이유로 다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지배구조문제, 제판분리를 통한 판매채널실험, 투자자와의 갈등 등 모두 해결할 숙제가 만만치는 않습니다. 신한금융과 1등 금융그룹 경쟁을 하고 있는 KB금융에게 마지막 단추 KB라이프가 역모기지종신보험을 시작으로 7년 만에 빅3 안착을 이룰 수 있을까요?

영화 '미나리'로 글로벌 스타의 반열에 오른 윤여정씨의 말처럼 만약 다시 젊은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당신은 KB라이프의 역모기지종신보험을 가입하시겠습니까?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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