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인니 등 신남방시장 공략
日 우위 태국에 현지법인 설립

인도네시아 브카시 델타마스 공단에 위치한 현대차 인도네시아 공장 전경. 현대차 제공
인도네시아 브카시 델타마스 공단에 위치한 현대차 인도네시아 공장 전경. 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자동차가 신흥시장으로 떠오르는 인도, 태국 등 아세안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 북미와 유럽 시장은 물론 신남방(인도+아세안) 시장까지 접수해 시장 다변화를 꾀한다는 전략이다.

현대차는 최근 인도 제너럴모터스(GM) 공장 인수를 추진 중이다. 1996년 인도 시장에 진출한 이후 다른 공장을 인수하는 것은 처음이다.

현대차 인도법인은 GM 마하라슈트라주 탈레가온 공장 인수와 관련해 텀시트(주요 거래 조건서)에 서명했다. 텀시트는 본계약에 앞서 부지나 건물, 생산 시설 등 투자 대상의 상황을 파악할 때 작성된다.

현대차가 인수를 추진 중인 GM 공장은 지난 2020년 10월부터 가동이 중단된 곳으로, 인도 언론에 따르면 운영 당시 공장의 연간 생산 규모는 자동차 13만대, 엔진 16만개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는 지난해 자동차 총 생산량 546만대로 전 세계 4위를 차지하며 주목받고 있다. 이는 전년 대비 24.1% 증가한 규모로, 전 세계 자동차 생산 톱10 국가 중 전년 대비 20% 이상 생산량이 증가한 국가는 인도가 유일하다.

인도의 지난해 내수판매 역시 472만5000대로 전년 대비 25.7% 상승했다. 이는 일본을 제치고 중국과 미국에 이어 전 세계 3위 기록이다. 현대차의 이번 공장 인수는 증가하는 인도 시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현재 현대차는 인도에 2개의 공장을 운영 중이다. 1998년 남부 첸나이 제1공장에 이어 2008년에 제2공장을 준공했다. 두 공장의 연간 생산 규모는 약 76만대다. 이번 공장 인수를 마치면 90만대에 가까운 현지 생산 능력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인도에서 전년 대비 8.7% 늘어난 55만5000대를 판매했고, 올해는 전년 대비 7.2% 늘어난 총 59만5000대를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해당 목표치는 유럽(59만3000대)보다 높다. 실제 목표를 달성할 경우 인도 시장은 북미, 내수에 이어 현대차의 세 번째 시장으로 자리잡게 된다.

현대차는 아세안 지역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 아세안 주요 5개국의 2025년 자동차 판매량은 358만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현대차는 아세안 지역 거점인 인도네시아는 물론 한국 기업 영향력이 미미했던 태국 시장에도 진출, 아세안 지역을 올해 핵심 시장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일본 완성차업체 점유율이 70%에 달할 정도로 강세인 아세안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특히 일본 업체가 약한 '전기차'를 장점으로 삼아 전용 전기차 생산을 통해 아세안 각국의 친환경차 전환 정책을 촉진, 점유율을 꾀하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3월 인도네시아에 아세안 지역 최초 완성차 생산거점을 구축했다. 인도네시아 공장은 현재 연간 15만대 생산 규모를 갖추고 있으며 향후 25만대로 규모를 늘릴 계획이다.

특히 현대차 인도네시아 공장은 전기차 전용 기지로써 아이오닉5를 양산 중이다. 인도네시아 진출 브랜드 중 첫 현지 생산 전기차다.

지난 2021년 현대차는 인도네시아에서 아이오닉EV와 코나EV를 총 605대 판매해 인도네시아 전기차 시장에서 점유율 87%를 차지하기도 했다. 여기에 인도네시아 정부의 전기차 산업 촉진 정책도 현대차에 호재다.

인도네시아는 2019년부터 인도네시아에서 전기차를 생산하는 회사가 현지 부품과 인력을 활용해 현지화율 조건을 만족하면 수입 관세, 사치세(15%) 면제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 중이다. 현지화율 요건은 ▲2020~2023년 40% ▲2024~2029년 60% ▲2030년 이후 80% 등이다.

현대차는 이 같은 인도네시아 전기차 현지화 전략에 부응하기 위해 LG에너지솔루션과 배터리셀 공장도 건설 중이다. 이르면 올해 상반기 중 완공될 예정이며 내년 상반기부터 배터리셀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인도네시아 공기업부 장관을 만나 전기차 생태계 발전과 관련해 대화를 나눈 것 또한 아세안 공략을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에릭 토히르 인도네시아 공기업부 장관은 지난 23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정의선 회장을 만나 "전기차 생태계 발전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했다"고 언급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이 에릭 토히르 인도네시아 공기업부 장관과 만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출처=에릭 토히르 장관 인스타그램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이 에릭 토히르 인도네시아 공기업부 장관과 만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출처=에릭 토히르 장관 인스타그램

아울러 현대차는 정부의 육성 정책으로 전기차 시장이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는 태국 시장에도 본격적으로 진출한다.

그간 한국 자동차 불모지로 불렸던 태국 현지에 '현대 모빌리티 타일랜드'라는 이름으로 태국법인을 처음 설립하고, 다음달 1일부터 정식으로 사업활동을 시작한다. 신차 출시도 예정돼 있다.

현대차 태국법인은 차량 판매, 마케팅, 애프터서비스(AS) 등을 직접 진행할 예정이다. 먼저 판매에 집중하되 향후 현지 생산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남아 최대 자동차 생산국인 태국 시장은 토요타와 혼다 등 일본 완성차업체가 압도적인 점유율로 장악하고 있다. 현대차는 그간 현지 업체에 판매를 위탁하는 방식으로만 판매해와 비중이 높지 않다.

그러나 이제 태국법인을 첫 설립한 만큼 위탁판매에서 벗어나 직접 투자·판매를 통해 본격적으로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태국 사업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며 지난 22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방콕 국제모터쇼 2023'에서 소형 다목적차량(MPV) 스타게이저를 선보이며 사전 계약을 시작했다.

이어 2분기에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크레타를 새롭게 출시할 예정이다. 행사에서 전기차 아이오닉5, 아이오닉6도 전시하며 태국 전기차 시장 진출도 예고했다. 현대차는 태국 정부와 전기차 시장 진출에 대해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현대차는 지난해 베트남 닌빈성에 제2공장을 증설했고 오는 4월 준공을 목표로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에 스마트 팩토리를 짓고 있다. 싱가포르 스마트 팩토리에서는 맞춤형 차종 생산이 가능한 만큼 고급형 차종 생산을 주력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기아가 그간 북미·유럽 등 선진 시장에서 사업을 잘 영위해왔으나 최근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유럽 핵심원자재법(CRMA) 등 자국 중심화가 이어지자 신시장인 인도와 아세안 시장을 새로운 먹거리로 낙점한 것으로 보인다"며 "전기차 등 친환경차를 중심으로 일본을 밀어내고 점유율을 확보해 나가는게 올해 관건"이라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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