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방, 홈쇼핑과 달리 쌍방향 소통으로 주목
소비자 보호 없는 규제무풍지대…"손질 필요"
유통가가 다양한 판매채널 확보에 나선 가운데 최근 수년간 라이브커머스(라방)가 각광받고 있다. 소비자들이 TV나 PC 대신 스마트폰을 활용해 쇼핑을 쌍방향 소통으로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라방 내에 과대광고가 극심하고 반품과 환불이 어렵다는 문제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서울시가 지난해 4월 발표한 '라이브커머스 이용실태조사'에 따르면 소비자 10명 중 6명은 실시간 방송 판매(라이브커머스)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라이브커머스란 네이버, 카카오, 쿠팡 등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상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유통 방식을 뜻한다. 방송법 등에 따라 허가받은 사업자만 상품을 판매하는 홈쇼핑과 달리 누구나 별다른 규제 없이 판매가 가능한 점이 특징이다.
TV가 주요 기반인 홈쇼핑 채널은 판매자가 제품을 소개하며 일방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그러나 라방은 인터넷과 모바일 등을 기반으로 소비자들이 제품을 판매하는 도중 궁금한 점을 물어보고 판매자가 이를 답변해줄 수 있다.
젊은 연령대의 소비자층이 라방의 편리함과 재미에 주목하자 유통업계도 라방을 통한 판매 비중을 늘리는 추세다. 홈쇼핑 등 TV 광고와 비교해 저렴한 비용으로 제품 홍보와 판매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TV 송출 수수료가 증가하면서 홈쇼핑 업계의 부담도 커진다는 점에서 홈쇼핑 업계나 유통업체들이 자체 라이브커머스 채널 확보를 늘리는 추세다.
이렇듯 라방에 대한 소비자와 유통업계의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라방 이용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남녀 간 큰 차이가 없었고 전 연령대에서 비교적 고른 분포를 보였다. 이는 TV홈쇼핑의 주요 시청자가 40·50대 이상이라는 점과는 큰 차이다.
라이브커머스를 통해 주로 구매하는 상품(중복 답변)은 식품이 54.8%로 가장 많았다. 이어 생활용품 44.0%, 의류 및 패션용품 39.5%, 농수산물 23.2%, 화장품·향수 19.3% 순이었다. 가장 많이 이용하는 플랫폼은 '네이버 쇼핑라이브'(84.1%)였고 이어 '카카오 쇼핑라이브'(54.6%), '쿠팡 라이브'(47.6%), '티몬 TVON'(31.7%) 순이었다.
문제는 이렇듯 라이브커머스를 활용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으나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라이브커머스 이용실태조사에 따르면 라이브커머스를 이용하며 피해를 본 경험이 있다고 답한 소비자는 15.6%(361명)에 달했다. 피해 유형은 허위·과장광고가 60.1%로 가장 많았다. 이어 불량·가짜 상품 판매 42.1%, 판매자 또는 플랫폼의 책임전가 32.7%, 잘못된 상품정보 30.5%, 교환·반품 거부 7.2% 순으로 나타났다.
분쟁 및 피해와 관련한 책임은 라이브커머스 플랫폼(44.2%)보다 판매자(55.8%)에게 더 많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2020년 조사와 비교했을 때 플랫폼에 책임이 있다고 답한 비율이 42.4%에서 44.2%로 상승했다.
조사 대상자의 74.4%는 피해 예방 조치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소비자들의 실제적인 피해 사례도 발생했다. 라이브커머스에서 두드러지게 성장세를 보인 '보고 플레이'는 336억원의 판매대금을 돌려주지 못해 파산 위기에 처했고 경영이 중단됐다. 보고플레이는 과도한 '최저가', '한정' 상품 등을 판매하며 무리하게 영업했고 투자금 유치에도 실패하며 적자를 냈다.
덩달아 소비자들도 많은 피해를 입었다. 보고플레이 입점 업체들이 판매를 취소하면서 주문한 상품들을 받지 못하게 됐으며 그간 사용하며 적립해온 현금성 포인트들도 모두 소멸될 위기다.
뿐만 아니라 라이브커머스 내에 표현과 형식에 제한이 없다는 점에서 과대 광고가 이뤄질 소지도 높고 정상적인 제품이 판매되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실제로 미래소비자행동이 최근 라이브 커머스 9개 업체 249개 방송을 모니터링한 결과에 따르면 ▲근거없는 극상표현 34.1% ▲근거없는 과대표현 32.3% ▲거짓 및 과대 효능표현 24.9% ▲타업체 비난 표현 20.9%등으로 나타났다.
라이브커머스의 실시간 소통을 활용해 판매자와 진행자가 ‘최고', '좋아졌다', '특별한 효능이 있다', '타 브랜드 상품이 안좋다', '최저가', '시간 한정' 등의 홈쇼핑이라면 규제대상의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유통업계 입장에서는 저렴한 송출 수수료에 직접적으로 제품을 비교하고 체험하면서 소개하는 라이브커머스에 더욱 구미를 당겨하는 모습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홈쇼핑 판매를 하게 되면 높은 수수료와 함께 많은 물량을 확보해 전달해야 한다”면서 “본격적으로 많은 물량을 홈쇼핑 판매에 나서기 전에 라이브커머스 판매를 통해 판촉을 시범적으로 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라이브커머스 내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규제할 수 있는 법적 장치도 제대로 구비되지 못했다. 라이브커머스 플랫폼이 소비자 보호 정책을 갖추고 있더라도 입점업체와의 협의가 되지 않아 결제나 반품, 환불 등이 안되는 경우도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라이브커머스에 대한 정부 차원의 모니터링과 단속 활동,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라이브커머스를 통해 생방송으로 상품을 판매하더라도 '통신매체'로 분류돼 방송법상 심의에서 제외되고 플랫폼 사업자 대부분이 '통신판매중개자'에 해당돼 상품에 대한 책임도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일회성으로 판매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인터넷 쇼핑몰의 일반 전자상거래로도 보기 어렵다.
이는 면허를 받고 사업을 영위하는 홈쇼핑이 여러 법적 규제를 받는 것과는 정반대되는 모습이다. 이에 홈쇼핑 업계는 라이브커머스 간 법적 규제 형평성 문제로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한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TV홈쇼핑의 경우 높아지는 TV 송출 수수료 부담, 면허 사업을 유지하기 위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모니터링 등을 받게 된다”면서 “라이브커머스의 경우 규제가 전무하다는 점에서 홈쇼핑은 사실상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홈쇼핑 업체들도 라이브커머스에 뛰어드는 추세이기에 성장세 자체를 막자는 것은 아니다”라며 “규제형평성을 높이고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병욱 서울시 공정경제담당관도 "방송통신위원회의 엄격한 심의와 제재를 받는 홈쇼핑과 달리 라이브커머스는 과장광고의 여지가 있고 소비자들이 충동구매를 할 가능성이 높다"며 "판매자 교육 및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