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확보'에 초점 둔 UP가전
하드웨어 업그레이드 한계 우려
A씨는 지난해 LG전자 세탁기를 구입했다. 그런데 A씨가 구입한 후 LG전자는 '미세플라스틱 배출을 대폭 줄여주는 기능'을 추가한 새 제품을 출시했다. A씨는 이 기능이 마음에 들지만 1년 만에 새 세탁기를 구입할 수 없었다. 하지만 현재 A씨는 기존 세탁기에서 이 기능을 사용하고 있다. 기존 제품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지난해 1월부터 '차별화된 고객경험'을 목표로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거나 기존 기능을 업그레이드(Upgrade)해 사용할 수 있는 '업(UP)가전'을 선보이고 있다. 가전제품의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의 성능을 향상시켜 고객의 생활을 'UP' 하겠다는 목표다.
업가전은 현재 2022년형 출시 제품부터 적용이 가능하며, LG전자는 지난해 12월 말 기준 1년 동안 세탁기, 건조기, 냉장고, 식기세척기 등 총 24종의 업가전을 출시하고 120개 이상의 업그레이드 콘텐츠를 배포했다.
특히 LG전자가 스마트홈 플랫폼 기술로 적극 선보이고 있는 'LG 씽큐(ThingQ)' 앱을 업가전과 연동시켜 신규 고객 유입 및 이용률 확대 효과도 꾀하고 있다. LG싱큐 앱을 설치한 뒤 앱 내 '가전센터'에서 제품을 선택해 해당 가전 업그레이드를 실시하면 되는 방식이다. 최소 10초~10분 뒤 제품에 신기능이 적용된다.
LG전자는 올해도 업가전 출시를 이어가는 중이다. 이달에는 터치하면 색상이 바뀌는 대용량 '무드업 냉장고'를 비롯해 신규 맞춤 코스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신발관리 솔루션 가전 'LG 스타일러 슈케이스·슈케어' 등을 선보였다.
LG전자의 UP가전 출시 전략은 '고객 확보'에 있다. 미국 애플의 경우 아이폰을 비롯한 여러 제품들의 '단골' 이용자층이 탄탄하다. 이는 출시된 지 몇 년이 지나도 꾸준히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진행해 기존 제품의 이용기간을 늘리고, 몇 년 후 제품 교체시 자연스럽게 오랜 기간 이용한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한 애플 제품을 다시 구매하도록 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
가전제품의 경우 통상 매년 새로 출시되다보니 냉장고나 세탁기 등 고가의 생활가전은 특히 다음 신제품에 추가될 새 기능을 기대하고 당장의 구매를 미루는 소비자들이 많다. 또는 교체할 때 신제품 출시 시기가 맞지 않으면 성능이 향상된 타사 제품을 구매하는 경우도 있어 자칫 고객이 줄어들 수 있다. 여기에 최근 가전시장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고금리·인플레이션 여파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큰 침체기를 겪고 있는 상황이라 소비자들이 지갑을 선뜻 열지 못하고 있다.
이에 LG전자는 소비자들의 최신제품 부담 구매를 낮추고, 교체 대신 업그레이드를 통해 타사 제품을 구매하는 일을 줄이기 위해 업가전을 출시하게 됐다. 구매하는 순간 중고가 돼서 가치가 하락하는 가전제품의 한계를 탈피하겠다는 목표도 포함됐다.
출시 당시에는 오히려 업그레이드로 인해 신제품을 구매하지 않게 돼 실적에 부담을 줄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무상서비스와도 같은 개념이 때문이다. 그러나 류재철 LG전자 H&A 사업본부장은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게 우리에게 더 큰 혜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LG전자는 향후 지속적으로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를 업그레이드 해 소비자들이 더 편리해지고 더 똑똑해지는 가전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보다 더욱 다양한 기능 추가를 위해 연구개발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하드웨어의 경우 별도 부품을 장착하면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 이를 통해 미래 가전 시장에서의 우위를 계속해서 유지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업가전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나온다. 신제품은 기존 제품과 형태의 차이가 있을 수도 있어 하드웨어 업그레이드는 기계에 따라 한계가 있을 것이며, 현재 제공되는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도 기존 기능의 변주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출시가 1년 여 밖에 되지 않았기에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당장에 소비자들이 드라마틱한 변화를 체험하고 있지는 않는 것 같다"며 "어떤 혁신적인 기술로 소비자들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