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문제 업계 공동 대응으로 현재 안정화 단계
금리 하향 안정화 및 ABCP 소화중…”걱정할 정도 아니야”
“일하는 협회장”을 표방하며 취임 100일을 맞은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이 고조되는 부동산PF 위기감에 대해 “금투업계는 연착륙할 것”이라며 해결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췄다. 작년 가을 붉어진 레고랜드발 금융위기 이후 업계 공동으로 중소형사를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연말까지 연장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서유석 회장은 10일 여의도 금융센터 기자실을 방문,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최근 고조되는 ‘브리지론’ 발 부동산PF 위기에 대해 금투업계는 무관하다며 선을 그었다.
서 회장은 “레고랜드 사태 이후 중소형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부동산PF 관련 유동성 경색 문제가 불거졌지만 현재는 많이 안정화됐다”며, “작년 말 중소형 증권사 부동산 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매입 프로그램과 정부의 지원책이 가동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매끄럽게 연착륙하는 분위기”라며, “금리도 하향 안정화되는 추세라 시장에서 ABCP가 계속 소화되고 있어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서유석 대표가 언급한 ABCP(Asset Backed Company Paper)란 말 그대로 ‘자산담보부 기업어음’을 말한다. 시행사가 공사비용 전체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건설 부지, 건설사 담보 등을 기초로 해서 유동화시킨 기업어음이다.
통상 페이퍼컴퍼니 형태의 SPC를 세우고 자산을 SPC에 양도하여 법인인 SPC가 유동화증권을 발행하게 된다. 이때 프로젝트의 성공가능성, 가치, 안정성 등을 종합 평가해 신용평가회사가 등급을 매기면 그에 따라 기업어음의 이자율도 정해지게 된다.
ABCP를 한 증권사가 인수해 이를 다른 증권사들에게 나눠 팔면서(Sell Down) 시장에서 소화하게 되는데, 상대적으로 금리가 오르면 발행된 기업어음의 가치도 떨어지지만 최근 금리가 고점에 다가섰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기업어음 자체의 가치도 올라가고, 궁극적으로 부동산 프로젝트의 실패 가능성도 내려가며 시장이 안정화되고 있다는게 서유석 회장의 설명이다.
특히 서 회장은 작년 대형 증권사들이 유동성 공급을 위해 공동으로 기금을 마련하고, 이 재원을 바탕으로 ABCP를 매입해주는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이 5월 말로 종료 예정이었으나, 시한을 연말까지 연장해 시간을 벌었다는 설명을 내놨다.
서 회장은 발언 중에 ‘업계 구조조정’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한때 부동산 PF 위기설이 돌았던 다올투자증권이 국내 대표 VC인 다올인베스트먼트를 매각, 우리인베스트먼트로 사명이 바뀌게 된 것을 암시했다.
다올투자증권 관계자는 “작년 한때 부동산 PF 관련 위기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경영진이 뼈를깎는 자구책으로 핵심 자회사 매각을 통한 리스크관리에 나섰다”며, “시장에 건전성에 대한 명확한 시그널을 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신용평가 관계자는 “일부 중소형사들이 여전히 브릿지론 및 PF 관련 리스크가 상존하는 것은 사실이나 해당 증권사들이 모두 계열 지원을 든든하게 받을 수 있는 회사들인 만큼 저축은행이나 캐피탈 대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관리가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유석 회장 취임 100일을 맞아 코스피가 8개월 만에 2500선을 회복해 전 거래일 대비 21.67포인트(0.87%) 오른 2512.08로 마감했다.
삼성전자(+1.08%)의 감산 발표로 물량 부담에서 벗어난 SK하이닉스(+1.80%) 등 반도체주들이 일제히 강세를 보인 가운데 미국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의 수혜 기대감이 살아있는 2차전지 관련주가 강세를 이어간 결과다.
서유석 협회장의 취임 100일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한 증권사 대표이사는 “100일 밖에 지나지 않은 서 회장에 대한 평가는 아직 이르다”면서도 “짧은 기간 동안에도 굵직한 이슈들이 적지 않았고, 업계 입장에서 목소리를 내야 할 순간에 몸을 사리지 않는 모습을 보인 것 만으로도 벌써부터 좋은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협회 소속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디폴트옵션 등 운용사들이 관심있는 이슈에 대해서도 본인 스스로가 업무에 정통하다보니 순발력있게 대처하는 모습들이 보였다”며, “본인이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사무실에 비치했다는 액자의 의미를 끝까지 잃지 말아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서유석 금투협회장은 집무실에 작년 말 선거 당시 투표에서 얻어낸 득표율을 새겨 액자에 담아 간직하고 있다. 액자에는 “초심을 잃지 말자, 65.64”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