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에 ‘퍼펙트 스톰’의 그림자가 짙게 깔려오고 있지만, 윤석열 정부는 위기감이 없는 듯 보인다.

현 상황을 볼 때 약한 고리 어디에서든 방아쇠가 당겨지면 상호작용을 통해 경제 전반에 엄청난 파괴력을 갖는 ‘퍼펙트 스톰’으로 번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상당폭의 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14개월 연속 발생하고 있는 무역적자, 미국의 의도에 달린 우리나라 반도체 및 전기차 산업의 운명, 대만 관련 발언으로 중국의 무역보복 우려 등, 통제 불가능한 대외변수 중 어느 하나도 가벼운 게 없다.

치솟은 금리로 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의 사정도 어렵다. 올해 9월 말로 예정된 자영업 부채 원리금 상환 연장 시한 종료, 제2금융권의 PF 부도 위기,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인한 전세시장 불안 등 대내적 금융상황도 살얼음판이다.

킹달러 위세가 꺾였음에도 우리 경제 전반의 취약한 기초체력 때문에 주요국 대비 원화 약세 현상이 두드러진다.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점쳐지고 있다는 점도 우리에겐 악재다. 외환당국이 국민연금과 체결한 350억 달러 규모의 외환 스왑계약만으로 안심할 형편은 아니다.

물가도 만만치 않다. 내년 총선 이후에는 전기·가스값을 비롯한 공공요금의 큰 폭 인상이 예고돼있어 기업의 실적 부진과 내수 경기 위축도 세수 감소 현상을 부채질하게 될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우리 경제의 약한 고리 중 하나인 재정을 중심으로 문제를 짚어보자.

지난 2년에 걸쳐 발생한 119조원의 초과 세수

지난 2020년 가을,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1년 예산안에 국세 예상 수입액은 282조8천억원이었다. 그런데, 2021년에 실제로 걷힌 세수는 344조1천억원으로 61조3천억원의 초과 세수가 발생했다.

2022년 예산안에 국세수입을 338조6천억원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 걷힌 돈은 395조9천억원으로 57조3천억원의 초과 세수가 발생했다.

2년에 걸쳐 발생한 초과세수는 무려 119조원에 달했다.

홍남기 전 부총리는 꼬리 자르기란 비난에도 불구하고 세수 추계 오류를 문제 삼아 세제실장 교체를 포함해 대대적인 세제실 인사조치를 단행했다.

세수 추계 모형 변경

감사원은 세제실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고, ‘정부 세수추계에 변수가 필요 이상 반영되는 등 불합리한 추계모형이 사용되었고, 2021년 추경 시 상반기 세입실적 등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대규모 추계오차가 발생하였다’는 보도자료를 발표하였다.

2022년 9월 기획재정부는 감사원의 권고를 수용해, 2022년 2차 추경 시 3월까지의 세수실적·진도비, 법인세 신고실적 등을 반영하여 추계하였고, 2023년 세입예산안 발표 시 7월까지의 세수실적·진도비 등 분석을 토대로 2022년 총국세 및 세목별 전망을 함께 발표하였다고 발표했다.

올해 발생한 심각한 세수 펑크

올해 3월까지 총 87조1천억 원의 국세를 걷었는데, 이는 지난해보다 24조 원 적은 금액이다. 세수 감소폭이 1월에는 지난해보다 6조8천억 원을 기록했고, 2월에는 8조9천억 원으로 늘어나더니, 3월에는 8조3천억 원으로 불어났다.

지난해까지 2년에 걸쳐 발생한 초과 세수 현상과는 달리, 올해는 수십조원에 달하는 세수 펑크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세금이 많이 걷히는 것도 문제지만, 세수 펑크는 더 큰 문제를 초래한다. 적자 재정을 메우기 위해 국채를 더 발행하거나 사업 취소 또는 감축 등을 통해 세출을 줄여야 한다.

지난해 10월 5일,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국회에서 “새 정부에서 한 세수 추계에 오차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발언을 했는데, 세수모형 변경에도 불구하고 발생한 대규모 세수 펑크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 궁금하다.

내년 예상 세수 펑크가 더 큰 걱정

올해의 세수는 지난해 경제활동과의 관련성이 크다. 올해의 심각한 무역적자나 기업들의 잠정 실적치를 보면, 내년도 세수는 금년보다 훨씬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1/4분기 부가가치세 징수액이 지난해 보다 25.4% 줄어든 점도 내년도의 부정적인 세수전망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달 12일 국회에서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원회가 열렸다.(사진=연합뉴스)
▲지난달 12일 국회에서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원회가 열렸다.(사진=연합뉴스)

잇단 감세정책과 예타 완화 등 재정 건전성에 역행하는 정책들

새 정부 들어 국회를 통과한 법인세와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에 따른 향후 5년간 누적 감세액이 20조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특법 개정으로 반도체·배터리·백신·디스플레이 등 국가전략기술에 투자한 경우 세액공제율을 높였는데, 이로 인해 내년 세수 추가 감소분은 3조3천억원이, 이후 2025년부터는 해마다 1조원 수준으로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기재부는 연구용역을 발주해 상속세 과세 제도를 유산세 방식에서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변경할 뜻을 밝힌 바 있다.

지난달 12일 국회 기재위 경제재정소위원회에서 여야 의원들은 예타 대상사업 면제 금액 기준을 총사업비 500억원(국비 300억원 이상)에서 1000억원(국비 500억원 이상)으로 상향하는 내용의 예타 면제를 골자로 하는 국가재정법 일부 개정안을 1분 만에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그렇지만,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지난달 17일 오후 개최된 전체회의에서 예타 기준 완화 관련 국가재정법 일부 개정안을 상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SOC확충을 통한 표플리즘 유혹 때문에 안심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세수 펑크 관련 기재부의 안이한 대응

2021년 말 국가부채는 2196조4천억원을 기록해 1년 전보다 214조7천억원(10.8%) 늘어났다. 이중 국공채·차입금 등 확정부채는 818조2천억원으로 100조6천억원(14.0%) 늘었다.

지난달 18일 열리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방만한 지출로 감내할 수 없는 고통을 미래 세대에 떠넘기는 것은 미래 세대에 대한 착취”라고 강조하면서, 이어 "지난해 국회에 제출된 재정준칙 법안이 빠른 시일 내에 통과될 수 있도록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발언했다.

지난달 25일 기획재정부는 세수 추계와 관련해, “세수 재추계는 IMF 외환위기나 금융위기와 같은 대형 경제 위기처럼 변동이 큰 상황에 한해서 이뤄진다”고 주장해 사실상 세수 재추계를 실시할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기획재정부는 내년 총선을 의식해 세수 펑크 문제를 덮어두는 것보다는 세수를 재추계해 결과를 발표하고 추경 등의 적절한 대응책을 강구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이호연 선임기자
▲이호연 선임기자

 

[스트레이트뉴스 이호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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