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美서 보조금 가능한 EV 리스·렌털 확대
현대제철, 전기차 강판 기술 개발 속도.. 품질개선 강화
현대모비스, 'e-코너 시스템' 등 자율주행 고도화 집중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전경.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전경.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에 분주하다. 전기차 전용 공장 설립에 속도내는 한편 전기차 강판 개발에 나서면서 품질 상승을 꾀하고, 나아가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주력해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모습이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기아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전기차 판매량이 감소되자, 차량 대여 사업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수익 구조 개편에 나섰다. 전용 전기차 모델 아이오닉5와 EV6 현지 리스(Lease) 가격 정책을 전면 수정, 테슬라나 포드 등 로컬 브랜드 경쟁 모델과 비교해 월간 이용료와 보증금을 한층 저렴한 가격으로 내놓기로 한 것.

특히 고객 수요가 높은 장기 리스의 경우 EV6(최대 60개월 기준) 연 금리는 2.75%가 적용되고, 장기 리스 선택 시 소비자 부담 완화 차원에서 3750달러 현금도 지원한다. 아이오닉5(최대 60개월 기준)도 연 금리 5.9%와 보너스 3750달러와 현금 3750달러도 지원하는데, 보너스와 캐쉬백을 합친 금액은 IRA 보조금 7500달러와 같다.

현대차그룹이 이같은 전략을 내세운 이유는 현재 미국에서 전기차 리스와 렌털(rental) 사업은 조립 지역에 관계없이 보조금 전액이 주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SK온과 함께 미국 조지아주에 배터리를 생산하는 공장을 설립하는 2025년 이전까지 상업용 차량과 리스 차량을 확대해 보조금을 유지하고, 2025년 완공을 목표로 미국 내에서 짓고 있는 전기차 전용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준공 시기도 앞당길 예정이다. 이후 2026년부터는 미국에서 판매되는 전 차종에 보조금 혜택을 받겠다는 구상이다.

전기차 품질 개선을 위한 노력에도 힘을 싣고 있다. 최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현대제철 사업장에 방문해 전기차 강판 개발 현황을 점검하고 직원들을 격려했다. 전기차의 안전과 환경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전기차에 들어가는 강판을 더 높은 강도를 갖추면서도 경량화시키는 기술이 중요하다.

앞서 현대제철은 지난해 9월 세계 최초로 전기로를 통한 1.0GPa(기가파스칼)급 고급 판재 시험생산과 부품 제작에 성공한 바 있다. 이 판재는 고로에서 철광석과 석탄을 환원시켜 쇳물을 만들어내는 대신 전기로에서 직접환원철과 철스크랩(고철)을 사용해 쇳물 생산 과정에서의 탄소 배출을 줄인 것이 특징이다.

전기로로 일부 자동차용 강재를 생산하는 사례는 있었으나 1.0GPa급 이상의 고강도 제품 생산과 부품 제작에 성공한 것은 현대제철이 유일한 사례로 당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에도 현대제철은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 기초소재연구센터와 함께 1.8GPa 프리미엄 핫스탬핑강을 개발해 세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하는 등 연구를 지속하고 있으며 현재 현대차의 차세대 전기차인 제네시스 일렉트리파이드 G80(G80EV)과 신형 G90에 신규 강종을 공급 중이다.

'자율주행' 기술 개발 역량은 현대모비스를 통해 집중하고 있다. 최근 현대모비스는 '크랩주행', '피봇턴', '제로턴' 등 다양한 특수모션이 가능한 'e-코너 시스템'이 적용된 아이오닉5 실차의 주행모습을 전격 공개했다.

e-코너 시스템은 구동 모터와 로테이션 조향 기능, 전자식 브레이크 시스템을 통합 모듈화해 각 바퀴에 탑재한 미래 모빌리티 융복합기술로, 완전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되는 모빌리티에 탑재될 경우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해져 운송모빌리티 구현의 핵심 요소로 꼽힌다.

특히 e-코너 시스템은 기존 구동시스템이 바퀴에 적용되는 인휠 시스템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구동력을 바퀴에 전달해주는 기계 부품이 필요 없어 구동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따라서 그 공간을 활용해 배터리 용량을 늘릴 수 있어 전기차의 경우 주행가능 거리가 늘어난다는 장점도 있다.

현대모비스는 향후 5년 안에 e-코너 시스템 기술 개발을 완료하고 양산차에 적용될 수 있는 수준으로 고도화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현대차·기아의 전기차 판매량 감소가 눈에 띄게 가시화되고 있고, 2026년까지 미국 IRA 보조금을 받지 못할 것으로 관측되면서 당분간 큰 타격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8일 현대차 미국판매법인(HMA)에 따르면 전기차 대표 모델인 아이오닉5의 4월 미국 판매는 2323대로 전년 동기 대비 13% 줄었다. 기아의 EV6도 4월 미국 내 판매 대수는 1241대로 전년 동기 대비 52.8%나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IRA 시행 이후로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현대차그룹이 대략 3년간 보조금을 받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어려움이 따를 수 있는 상황"이라며 "리스 비중 확대 전략이 잘 정착되고, 미국 공장 설립과 기술개발에 더욱 속도를 내야 글로벌 완성차업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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