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 '큰그림', 은행 '영업'...역할 분담 분명
영업력 더해 내부 잡음 없을 후보 선정에 고심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강신국, 박완식, 이석태, 조병규 후보(제공=우리금융)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강신국, 박완식, 이석태, 조병규 후보(제공=우리금융)

윤석열 정부 들어 주요 금융지주 소속 CEO인사가 마무리돼 가는 가운데, 임종룡 회장이 취임한 우리금융의 자회사 우리은행장 자리에 오를 주인공이 오는 26일 이사회에서 결정된다. 연초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금융회사 내부통제와 지배구조 제도 재정비를 언급한 바 있지만, 새로운 회장이 취임한 상황에서 임 회장과 호흡을 맞출 인물이 누구인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19일 우리금융에 따르면, 차기 우리은행장 결정이 오는 26일로 다가오는 가운데 그에 앞선 숏리스트가 내주 발표 예정이다.

앞서 지난 3월 이원덕 우리은행장은 신임 임종룡 회장의 경영상 부담 감소를 명분으로 사의를 표명해 우리금융은 이후 차기 행장 선정 절차를 이어왔다.

한때 임종룡 회장과 이 행장이 호흡을 맞출 수 있을 거라는 낙관적인 기대가 일부에서 있었으나, 어쨌거나 회장 후보로 나란히 섰던 이 행장이 회장과 은행장으로 파트너십을 이어가기 쉽지 않다는 점, 3연임을 준비해왔던 손태승 전임 회장과 결을 함께했다는 점도 행장 교체의 수순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이 행장이 사임의 뜻을 밝히자 임 회장은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경영승계 프로그램 도입을 통한 선정절차의 투명성을 강화했다. 기본적인 역량과 더불어 정성적인 평판 등을 다각도로 살필 수 있는 과정을 거치겠다는 의미다.

다만 임 회장이 그린 지주와 은행의 역할 분담 키워드는 ‘지주의 전략 수립과 은행의 영업 수행’이다. 이미 임 회장은 지주 조직을 슬림화하며 의사소통 채널을 간결하게 바꿨다. 또 전체 그룹내 실적의 8할을 책임지고 있는 은행이 캐시카우 역할을 해야하는 상황에서 은행장의 영업부문 리더십은 어느때보다 강조되는 상황이다. 정통 CFO출신이 자리를 이끌고 있는 경쟁사들과 다르다.

내주 발표될 것으로 보이는 숏리스트 후보에는 우리카드 박완식 대표, 우리금융캐피탈 조병규 대표, 우리은행 국내영업부문장 이석태 부행장, 기업투자금융부문장 강신국 부행장 등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숏리스트에 이름을 올리신 분들은 외부와의 접촉을 최소화하며 사전 선거운동의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며, “항간에 이러저러한 이유로 특정 후보가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은 호사가들의 이야기일 뿐”이라며 외부의 우열 논란을 일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장 후보자 발표가 임박하자 다양한 예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먼저 우리은행의 DNA와 관련된 예측이다.

합병이후 상업과 한일 양쪽에서 각각 4번과 3번 행장을 배출했다는 과거 기록에 비춰 균형을 맞추는 인사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우리은행 측은 출신에 따른 편가르기가 사라진지 오래됐다는 입장이지만 임종룡 회장의 등극에 양 은행 출신간의 화학적 결합을 이끌 리더라는 면이 부각된 점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현재 4명의 후보 중 박완식, 강신국 두 후보가 한일은행, 조병규, 이석태 두 후보가 상업은행 출신이다.

또 다른 예상은 임종룡 회장의 취임과 함께 연세대 출신들의 약진이 내부에서 두드러졌다는 목소리가 나와 이런 이미지를 상쇄하는 선택도 가능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석태(중앙대), 강신국(고려대), 박완식(국민대), 조병규(경희대) 네 후보 중 이런 논리로 수혜를 기대한다면 강신국 부행장의 선택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는 평가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영업력이 선택의 기준이라는 것은 분명한데 네 후보 모두 영업에 있어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분들이어서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며, “단지 은행이 아닌 계열사 CEO를 맡은지 얼마 안됐다는 이유가 배제의 사유도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1월부터 하나은행장을 맡고 있는 이승열 행장의 경우 작년 3월 하나생명 대표이사를 맡았지만 10개월만에 하나은행장으로 자리를 옮긴 전례가 있다. 단순히 부임 기간이 짧다는 것이 결점이 될 수 없다는 반증이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대표이사께서 숏리스트에 오를 가능성이 대두됨에 따라 직원들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작은 조직이 아닌 만큼 주어지는 상황에 맞게 대처할 수 밖에 없는것 아니겠냐”고 대답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우리금융이 증권사와 보험사 등의 인수를 통한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를 천명했지만 액션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고, 회장 선임 과정에서 타 그룹 대비 조직정비와 영업력 제고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있는 만큼 영업 면에서 강점을 가진 후보를 편견없이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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