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전야제 행사 제쳐두고 지인들과 술자리
'산불 술판' 김영환 충북도지사는 비난 봇물, 김광진은?
5·18단체, 사과 촉구와 고발 예고...명확한 해명 아직 없어
공직자 자리는 국회 입성 도약대?...겸손한 자세로 고개 숙여야
'비가 와도, 안 와도 내 책임...노무현의 자세 상기해야

지난해 7월 7일 임명장을 받은 뒤 소감을 밝히고 있는 김광진 광주시 문화경제부시장. (사진=광주시)
지난해 7월 7일 임명장을 받은 뒤 소감을 밝히고 있는 김광진 광주시 문화경제부시장. (사진=광주시)

김광진 광주시 문화경제부시장이 5·18 추모기간 중 술자리에 참석한 것을 두고 지역사회의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시사저널의 19일 보도에 따르면 김 부시장은 지난 17일 저녁 동구 금남로 인근 식당에서 지인들과의 회식자리에 참석했다. 공직자도 사람인데 지인들과 술 한잔 마시지 말라는 법은 없다. 문제는 그날이 5·18민중항쟁 전야제 행사가 진행중이었는 것이다. 

당시 도청앞 거리에는 다수의 시민들이 참석해 5·18 희생자들의 뜻을 기리고 있었다. 해당 기사에는 김밥으로 식사를 대신해가며 행사 참여를 준비한 시민들의 이야기도 전해진다. 그런데 다른 직급도 아닌 문화경제부시장이 끝까지 자리를 함께하지는 못할 망정, 옆 손님들이 불편할 정도로 떠들썩하게 술판을 벌이는 게 과연 올바른 태도냐는 지적이다.  

광주시 법인카드로 계산한 술값(44만3000원)의 사용용도에 대한 적절성도 제기된다. 술자리에 늦게 합류한 김 부시장 측(수행비서)에서 냈다는 것인데, 단순경비나 식사비로 지출했다고 보기엔 다소 큰 금액이며, 사적 모임에 시민 혈세를 지출했다면 그것 또한 충분히 문제의 소지가 될 만하다.   

5·18단체가 가만 있을리 없다.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공로자회는 22일 기자회견에서 김 부시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법인카드 사용에 대한 고발을 예고했다. 단체는 가뜩이나 5·18 교육관 위탁 운영자 선정 과정을 두고 강기정 시장과 냉전을 치르고 있는 중이다. 정의당 광주시당도 같은날 논평을 통해 유감을 표하며 김 부시장의 사과를 촉구했다. 

전야제에 술판, 5·18 당일엔 미국 출장...뭐시 중헌디? 

그런데 정작 김 부시장은 23일 현재 광주에도 한국에도 없다. 김 부시장은 5·18항쟁 당일인 18일 선진사례 답사 목적으로 미국으로 출국했다. 귀국 예정일은 26일이다.

기자는 직접 김 부시장의 해명을 듣고자 했으나 연락이 되지 않았다. 어쩌면 김 부시장에게 미국 출장이 논란을 벗어나기에 썩 좋은 구실이 될 지 모르겠다. 시 대변인에게 앞뒤 정황을 물었으나 "사실관계 확인이 어렵다"는 석연치 않은 답변만 돌아왔다. 부시장 행실이 논란이 되어 지역사회가 들끓고 있는데, 시는 납득하기 어려운 핑계를 대며 확답을 미루고 있다. 

정의당 광주시당은 김 부시장의 미국 출장이 문화경제부시장으로서 꼭 필요한 행보였는지 따져물을 예정이라고 했다. 그것은 시민들도 마찬가지다. 다른 때도 아닌 추모기간에 굳이 부시장이라는 직함을 걸고 비행기를 탔다면 꼭 필요한 업무여야 할 것이다. 감사기관인 시의회 상임위에서도 이번 일정을 꼼꼼히 들여다보고 혹여라도 외유성 출장이 아니었는지 꼼꼼히 들여다 봐야 할 것이다.    

22일 광주광역시 서구 5·18 부상자회 사무실에서 황일봉 5.18부상자회 회장과 정성국 공로자회장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두 단체는 술자리 물의를 빚은 김광진 문화경제부시장의 사과와 법인카드 사용에 대해 배임과 사전선거운동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22일 광주광역시 서구 5·18 부상자회 사무실에서 황일봉 5.18부상자회 회장과 정성국 공로자회장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두 단체는 술자리 물의를 빚은 김광진 문화경제부시장의 사과와 법인카드 사용에 대해 배임과 사전선거운동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산불 술판' 김영환은 비난 봇물...김광진은 유야무야?

잘 알려진대로 전남 순천이 고향인 김 부시장은 비교적 젊은 나이에 출중한 언변과 눈에 띄는 의정활동으로 나름 주목받던 스타 정치인(민주통합당, 19대, 비례대표)이었다. 그러한 그가 20대 총선 공천에서 밀려나며 '야인'이 됐지만, 강기정 시장과의 인연 덕분인지 광주 문화경제부시장이라는 공직자를 경험할 수 있게 됐다. 임명 당시 지역 문화예술계 일각에서는 김 부시장의 자격론에 의구심을 표한 바 있다. 

어쨌든 김 부시장은 개인적으로 이를 발판으로 향후 국회 재입성을 노려볼 만도 하다. 벌써부터 내년 22대 총선 순천 지역구 후보로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하지만 최근 벌어진 부적절 처신 논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보류하고 유야무야 넘긴다면 임명 후 1년여간 벌어놓은 점수를 고스란히 까먹는 것은 물론, 당내 공천에서도 감점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민주당 공천심사위 문턱을 넘는 것이 그리 만만치 않다는 것은 김 부시장 자신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지난달 30일 충북 일원에 산불이 발생했을 때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술판을 벌인 사실이 드러나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보다 앞서 김 지사는 SNS에서 윤석열 정부의 대일외교를 옹호하며 "기꺼이 친일파가 되겠다"고 밝혀 비난을 자초한 바 있다. 공직자가 빈곤한 철학으로도 모자라 권력에 대한 아부에 일관하며 부적절한 행실까지 더한다면 책임론을 면하기 어렵다. 김 부시장에게도 같은 공식을 대입한다면 어떤 풀이가 나올까? 

23일 오늘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지 14번째 맞는 기일이다. 고인이 자서전에 남긴 글에는 이러한 구절이 있다. "비가 오지 않아도, 비가 많이 와도 다 내 책임인 것 같았다. 아홉시 뉴스를 보고 있으면 어느 것 하나 대통령 책임 아닌 것이 없었다". 김 부시장의 마음가짐도 그러해야 할 것이다. 큰 그릇이든 작은 그릇이든 김 부시장의 가슴에 담겨야 할 것은 흥청망청 술이 아니라 겸손이다.  

[광주·전남=차정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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