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명품 매출, 8년 만에 마이너스 기록
고물가·경기불황 악재…해외여행 수요 늘어

코로나19 팬데믹에도 성장을 이어온 백화점 명품 소비가 엔데믹 시대를 맞아 감소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백화점 루이비통 매장. 연합뉴스
코로나19 팬데믹에도 성장을 이어온 백화점 명품 소비가 엔데믹 시대를 맞아 감소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백화점 루이비통 매장. 연합뉴스

백화점 업계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의 타격을 덜 받았던 업종이다. 팬데믹 기간에 늘어난 보복소비(통큰 소비로 스트레스 해소) 수요를 백화점 업계가 흡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엔데믹(풍토병화) 시대를 맞아 고물가로 인해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대체제로 해외여행이 주목받으면서 명품 매출이 줄어든 모습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롯데쇼핑·신세계백화점·현대백화점의 전년동기(2022년 1분기) 대비 해외유명브랜드(명품) 매출은 0.6% 줄었다. 소폭 줄어든 수치이긴 하지만 명품매출 마이너스는 2015년 1분기(-0.8%) 이후 8년 만의 일이다.

명품 매출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인 2020년 2분기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전년동기 대비 두자릿수 성장을 이어왔다. 그러나 지난해 4분기(8.4%)에 증가율이 한 자릿수로 내려왔고 올해 올 1분기에는 감소했다.

특히 백화점 업종은 신선식품 위주의 대형마트와 달리 명품 매출 비중이 20% 안팎을 차지하고 있다. 고물가·고금리로 소비여력이 떨어지자 소비자들은 생필품 구입에 벅차 명품을 구매할 여유가 사라졌다.

백화점 업계 입장에서 명품 매출 부진은 뼈아프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백화점 업계는 경쟁적으로 명품 브랜드를 유치해오는 명품 위주의 전략을 펴왔기 때문이다. 여기에 엔데믹 시대를 맞아 명품에 몰렸던 소비 수요가 해외여행으로 대체되는 경향을 보인다. 그동안 명품 소비를 주도했던 MZ세대들마저 소비 절벽을 보이고 있다.

백화점 업계는 서둘러 대응에 나섰다. 명품 판매가 백화점의 매출 증대에는 도움이 되지만 수익성은 예상보다 높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 브랜드에 비해 명품 브랜드 판매로 인한 백화점 수수료는 낮다.

명품 브랜드 입점으로 인한 백화점 브랜드 가치 상승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수익성은 다소 양보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명품 판매마저 더딘 상황에서 엔데믹 시대에 맞은 또다른 방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신세계백화점 본점 옥외 미디어 갤러리. 신세계백화점 제공
신세계백화점 본점 옥외 미디어 갤러리. 신세계백화점 제공

이에 백화점 업계는 진행 중인 점포 재단장(리뉴얼), 외국인 관광객 매출 확보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동시에 명품 매출을 포기할 수 없다는 점에서 소비를 늘릴 큰손 잡기에도 분주하다.

신세계백화점은 올해 신규점 프로젝트와 기존점 리뉴얼에 총 5868억원을 투자한다.

신세계는 현재 본점 에르메스 매장을 복층 형태로 재단장하고 있다. 강남점은 시계 브랜드 오데마피게를 들이고 8층의 영패션관과 스포츠 매장은 두 달여 간 공사를 거쳐 7월에 새로 문을 연다. 본점 옆의 옛 제일은행 건물도 대규모 리모델링을 진행하면서 글로벌 명품 브랜드와 입점 여부를 놓고 접촉하고 있다.

신세계는 지난해 본점과 강남점에 톰브라운 여성, 베르사체 등을 신규 유치했고 대전 신세계에는 펜디, 불가리, 디올 등을 잇달아 넣는 등 명품을 지속해서 강화하고 있다. 광주 신세계와 수서역 환승센터 개발에도 자금을 투자한다.

롯데백화점은 3889억원을 투입한다. 롯데백화점 강남점은 대치동이라는 입지적 장점에도 불구하고 매출 규모가 지난해 기준 2600억원대로 전국 백화점 중 40위권에도 들지 못할 만큼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강남점 주변으로 고급 아파트 단지 개발이 예정돼있는 만큼 프리미엄 브랜드를 보강할 것으로 기대된다.

인근에 스타필드가 들어서는 수원점도 하반기부터 해외 프리미엄 브랜드를 보강하고 인테리어를 고급화하는 등 손질에 나선다. 롯데는 이 밖에도 본점 영플라자를 식음료 중심으로 재단장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또 롯데백화점은 증가하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적극적이다.

현대백화점은 2600억원을 투입해 압구정 본점과 판교점 등을 손본다. 판교점은 9개월간의 리뉴얼을 통해 지난 3월 경기권 최대 수준의 명품 브랜드 라인업을 갖췄지만 올해도 수입 브랜드를 지속해서 보강한다. 스위스 시계 브랜드 '블랑팡'과 영국 주얼리 브랜드 '그라프'를 선보이고, 상반기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디올 여성 부티크도 문을 열 것으로 알려졌다.

무역센터점에도 프랑스 브랜드 '부쉐론'이 새로 들어서고, 압구정 본점은 연내 지하 식품관을 재단장한다. 또 더현대광주 신규 출점도 추진하고 있다.

한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명품 소비 트렌드가 나타났다면 엔데믹 시대에는 ‘공간혁신’이 주목받고 있다”면서 “이커머스와는 다른 소비경험을 소비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점포 재단장을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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